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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장외시장 '빈사상태'
[머니] 장외시장 '빈사상태'
  • 이정환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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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 매물 쏟아지고 거래량 급감...사채시장도 도산 잇따라
지난 7월 말 열린 비상장업체 이래화학의 투자설명회는 욕설과 고함으로 끝나고 말았다.
액면가 500원의 40배인 주당 2만원에 9억9천만원을 공모하려던 회사측의 계획은 예비투자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40배수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불과 몇달 전의 ‘묻지마’ 투자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은 매출전망과 코스닥 등록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물었고 높은 투자배수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래화학은 결국 2억4400만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인터넷 공모 청약률 ‘0%’ 투자자들 사이에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었던 이래화학의 경우는 그래도 형편이 나았다.
이래화학의 투자설명회에는 80명 가까운 예비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일부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장외기업들은 요즘 투자설명회 개최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투자 배수도 3~4배까지 낮아졌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40배수를 내건 이래화학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도 별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 공모를 실시했던 메트로넷은 수차례에 걸쳐 공모기간을 연장했지만 청약률 0%의 참담한 결과를 기록했다.
레인비네트워크는 투자자의 참여가 저조하자 청약금 전액을 환급해주고 공모일정을 9월로 연기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액면가 10배수의 인터넷공모가 3초 만에 마감됐던 것(제이스톡)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장외시장 정보제공업체인 쓰리스톡의 송관성 팀장에 따르면 6월까지 하루에 한건 정도 들어오던 인터넷 공모에 대한 문의가 최근에는 완전히 뚝 끊겼다고 한다.
3S커뮤니케이션의 이선희 실장은 오히려 벤처기업의 인터넷 공모를 만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광고비만 날리고 마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설명이다.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이나 투자자나 모두 인터넷 공모를 꺼리는 상황이 됐다.
결국 장외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막해졌다.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지분을 담보로 사채를 끌어쓰려는 벤처기업까지 종종 눈에 띄지만 벤처기업의 지분에 관심을 보이는 ‘큰손’은 거의 없다.
사채시장도 도미노 파산,‘땡처리’ 물량 쏟아져 투자자들은 오히려 발등의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다.
코스닥 시장이 오랜 횡보국면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장외주식은 70~80%까지 주가가 폭락했고 최근에는 그나마도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추었다.
환금성이 없기는 코스닥 등록이 임박한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등록과 동시에 20일 이상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던 과거의 추세와 달리 최근에는 2, 3일 만에 상한가 행진이 무너지거나 심지어는 등록과 동시에 하한가로 곤두박질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등록임박 종목에는 등록 직후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공모가의 4배에서 5배까지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원금도 건지기 어렵게 됐다.
유동자금이 고갈되면서 사채시장이나 벤처캐피털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땡처리’ 물량도 간혹 눈에 띈다.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이지만 거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별 수 없이 사채업자들의 도산도 줄을 잇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명동 사채시장에서만 100여개의 부띠끄(소규모 사설 금융사)가 최근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낙폭이 컸던 신세기통신이나 두루넷 등 한때 장외시장의 우량주로 분류됐던 종목들을 대량 매집했던 사채업자들은 대부분 ‘쪽박’을 면치 못했다.
한동안은 사채업자들끼리 물량을 주고받으면서 주가를 떠받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다들 발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장외시장 정보제공업체인 PBI스톡의 양준열 사장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주가는 70% 가까이 떨어졌고 거래량은 90% 이상 급감했다.
“떠날 사람은 다 떠나고 팔지 못한 물량을 쥐고 있는 사람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꽁꽁 묶인 장외시장, 희망은 없나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에 후행하는 장외시장의 특성상 장내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당분간은 소강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의 관심도 장외시장에서 멀찌감치 떠나 있다.
장외주식 평가기관인 벤처채널의 한동기 연구원은 “한통하이텔이나 드림라인 등 쟁쟁한 종목들이 버티고 있을 때만 해도 장외시장은 제법 짭짤했는데 지금은 시장 분위기를 이끌 만한 ‘황제주’가 없다”고 지적한다.
“LG텔레콤이나 신세기통신 등의 대형종목들도 업계 1위가 아닌 이상 큰 매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충분치 않은 자금여력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공모에 투입된 자금만 1조원, 사채시장과 벤처캐피털을 통해 장외 벤처기업들에 묶여 있는 시중자금은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동안 현금화가 어려운 자금이라는 점, 신규자금 투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유동성 문제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채널의 한동기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 비추어볼 때 땡처리 물량을 소화하는 것은 결국 개인투자자들”이라고 지적한다.
사채시장에서 몇바퀴 돌다 나온 구제불능의 물량이 적당한 크기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개인투자자들에게 넘어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익실현 어려운 종목들이 대부분이고 코스닥에 올라갈 가능성도 희박한 위험종목들이다.
전문가들은 10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하나 정도만 코스닥에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기업가치와 환금성을 주의깊게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외시장 얼마나 떨어졌나
사채시장에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26일 연속 상한가 기록이 ‘신화’처럼 전해진다.
다음의 공모가는 액면가 500원에 1만3천원이었는데 등록을 앞두고 명동 일대에서는 3만~5만원에 물량을 구할 수 있었다.
다음은 등록과 동시에 사상 초유의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면서 28만원까지 치솟았고 수많은 사채업자들을 벼락부자로 만들어주었다.
매수우위를 동반한 ‘그림같은’ 상한가 행진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는 현대정보기술은 최근 주당 2만4천원에 304만주의 공모를 실시했다.
현대정보기술은 올해 초 장외시장을 통해 8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주식이다.
결국 등록 직후 열번 이상의 상한가를 기록하지 않는 이상 선취매의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등록승인을 받은 온세통신은 한때 4만5500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1만3천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온세통신이 제시한 공모희망가격은 1만2천원에 불과하다.
장외시장의 대부분 종목들이 현대정보기술이나 온세통신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다.
장외주식 정보제공업체인 제이스톡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대비 평균 67.5%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낙폭과대 종목은 두루넷과 신세기통신으로 올해 초 8만7천원과 14만5천원씩에 거래됐으나 8월4일 현재 각각 86.2%와 85.9%까지 폭락했다.
나스닥에 상장한 두루넷 주식도 작년 말 한때 80달러에까지 육박하기도 했으나 최근 10달러선까지 무너졌다.
두루넷은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1만2천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세기통신과 두루넷 등은 매물은 넘쳐나지만 뚜렷한 매수주체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장외시장의 ‘황제주’로 불렸던 삼성SDS도 98만원에서 25만원까지 73.7%가량 수직 하향곡선을 그렸다.
장외시장 전문가들은 장외시장의 침체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니라 수급불균형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바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직까지도 고평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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