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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너희가 10대를 아느냐?
[설문조사] 너희가 10대를 아느냐?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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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임 공동 설문조사… 구매 잠재력 뛰어나 수익창출 1순위로 꼽혀
지난 52호에서 ‘현재 한국의 표준 네티즌은 누구일까’ 하는 주제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 한국 표준 네티즌의 나이는 ‘10대’로 나타났다.
굳이 이 설문조사를 회상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문화에서 ‘10대들의 위력’을 감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엽기토끼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데는 무엇보다 10대들의 공로가 컸다.
‘엽기’ 토끼라는 역발상적 이미지와 플래시 애니메이션, 황당한 스토리 등은 10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10대들은 엽기토끼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시켰다.
물론 엽기토끼는 오프라인에서도 10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아 캐릭터 시장에서 붐을 일으켰다.
인터넷 게임 사이트들의 가장 큰 손님도 역시 10대다.
특히 온라인게임은 10대들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같은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MP3 파일의 보급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듯 인터넷 문화를 이끌며 선봉대 역할을 하는 10대들이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들에게는 과연 얼마나 ‘돈되는’ 고객이 되고 있을까? 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표준 네티즌 조사에 뒤이은 후속작업을 실시했다.
10대들의 커뮤티니 사이트인 다모임 www.damoim.net과 공동으로 10대들의 비즈니스 파워를 가늠해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다모임 회원 중 중·고등학교 학생 1만776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터넷 서비스 사용과 유료사이트 이용에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이들에게 던져봤다.
과연 10대들은 얼마나 매력적인 고객일까? 10대들의 주머니 사정 구매력을 알아보기 위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10대들의 주머니 사정이다.
요즘 중고생들은 한달 용돈을 얼마나 쓰고 있을까? 학원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 용돈으로 지출되는 돈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8.6%가 한달 용돈을 ‘3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3만원에서 5만원 사이는 36.8%였다.
중고생들의 4분의 3이 한달 순수 용돈을 5만원 아래로 쓰고 있었다.
용돈 사용처로는 군것질 등 먹는 데 사용한다는 응답률이 34.9%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의류 및 선물 구입(25.0%)이었고, PC방이나 오락실 등에 쓰고 있다는 답변도 22.0%를 차지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들에게 10대들의 이런 주머니 사정은 실망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인터넷상의 수익모델이 푼돈을 겨냥한 경우가 많다고 보면, 10대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대들이 인터넷에 훨씬 다양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일지 모른다.
지금 20~30대들이 학창시절에 최신 유행과 관련된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한 곳은 아마도 방송이나 신문 또는 학교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10대들은 최신 유행이나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많이 접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57.1%가 인터넷에서 그런 정보를 얻는다고 대답했다.
또 이번 설문조사에서 97.4%는 집에 컴퓨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은 1~3시간 사이가 48%이고, 3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도 44.4%나 된다.
10대들에게 인터넷은 이미 일상생활의 한부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10대들의 인터넷 이용행태를 좀더 자세히 보면 초기 인터넷을 사용했던 세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인터넷 도입 초기의 사용자들은 주로 e메일이나 대용량 파일전송(FTP) 서비스, 또는 검색서비스 등을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 10대들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비교적 고루 경험하고 있다.
e메일이나 커뮤니티 활동, 게임 등을 모두 20%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메신저(12.8%)나 음악·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14.8%)를 즐기는 경우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방문하는 사이트 수가 5~10개라는 응답률이 41.8%에 이르렀고, 10~20개의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도 15.5%나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구매력이다.
그렇다면 현재 유료 사이트를 이용하는 10대들은 얼마나 될까? 전체 응답자 중 유료 사이트를 이용하는 10대들은 16.9%(2917명)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 정도만이 인터넷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유료로 이용하는 사이트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것은 단연 게임 사이트(29.6%)다.
여전히 게임은 10대들에게 중요한 인터넷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음악, 영화, 비디오 등의 엔터테인먼트물(19.2%, 879명)이 그뒤를 이었다.
10대들은 뉴스 등 정보제공 사이트(3.1%, 143)를 돈을 주고 이용하는 데는 인색한 반면, 뮤직비디오나 음반 등을 유료로 다운로드 받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학생들에게 유행하고 있는 가상분신 아바타 꾸미기(15.7%)에도 많은 10대들이 몰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뉴스 등이 따분한 정보여서는 아니다.
“솔직히 20~30대는 돈 될 만한 정보를 주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일일이 따지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웬만해선 수익모델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10대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비록 유료라도 구입을 한다.
” 프리챌의 인기완 마케팅팀장은 10대들의 구매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아바타 관련 상품은 순수하게 사이버상에서 탄생한 상품인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세이클럽 www.sayclub.com 고선미 홍보팀장은 “옛날에 종이인형에 옷을 입히고 했던 것처럼 지금 아바타 꾸미기는 10대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이버 인형놀이인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특성들은 10대들이 인터넷 문화와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20~30대에서 볼 수 없는, 이른바 10대들만의 인터넷 비즈니스 ‘인프라’인 셈이다.
유료 사이트를 이용하는 10대들이 한달에 지출하는 금액은 순수 용돈과 비교해본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들이 유료 사이트에 지불하는 금액은 월평균 5천원 이하가 45.4%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5천~1만원이라는 응답도 23.2%로 적지 않았다.
2만원 이상을 쓰고 있다는 학생도 20%가 넘었다.
대다수 학생들의 용돈이 한달에 5만원 이하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10대는 태생적인 인터넷 세대 10대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10대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고객층이 될 가능성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세이클럽의 경우 회원들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1월 6천원, 2월 8천원, 3월 9천원으로 증가한 뒤 4월부터 6월까지는 평균 1만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세이클럽 유료 고객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10대가 65.6%를 차지한다.
아바타 꾸미기 서비스를 하고 있는 또다른 업체인 프리챌의 경우도 최근 주목할 만한 분석자료가 나왔다.
6월15일부터 7월20일까지 아바타 아이템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구매액의 정점에 이르는 연령대가 두축을 형성하는데 한축은 25~27살, 또다른 축은 15~17살이다.
10대가 차지하는 매출액의 비중도 전체의 32%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프리챌의 인기완 마케팅팀장은 “이런 수치는 앞으로 프리챌의 마케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온라인 상품인 아바타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은 10대들이 구매행태에서 보이는 특징을 세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10대들은 가진 돈이 적은 만큼 구매를 ‘냉정’하게 한다.
적은 돈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지속적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10대를 비즈니스 대상으로 하는 데는 여러가지 곱지 못한 시선과 업계의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10대는 경제력에서 독립적이지 못하고, 아직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코묻은 돈’까지 가져가려 한다는 도의적인 비난도 우려된다.
커뮤니티 사이트 하늘사랑 www.skylove.co.kr 홍보팀 김자경씨는 “10대는 미래의 소비자라 관리는 하지만 아직 유료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부모의 소득에 의존해야 하고, 아직은 경제적 관념이 없어 섣불리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10대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평생 10대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소액이지만 인터넷에서 구매행위를 경험하고 가치를 얻는다는 건 아주 중요한 경험입니다.
” 프리챌의 인 팀장은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전체 e비즈니스 시장이 빨리 성숙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여러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10대를 겨냥한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엔터테인먼트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장의 이익보다 전체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을 키우려는 업계 전체의 이해가 맞물려 있다.
최근 라이코스가 10대를 겨냥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대폭 강화하는 사이트 개편을 단행했는데, 10대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플래시 팩토리를 신설하고 아바타 시스템을 새로 도입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의 10대는 이전 세대들과 다르다.
20~30대가 ‘버벅거리는’ 8비트 컴퓨터를 보고 자랐고 인터넷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인터넷’을 하나의 객체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10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무한한 사이버 세상인 인터넷을 접해왔다.
10대에게 인터넷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10대는 인터넷 문화를 창조하는 세대입니다.
그건 비즈니스로 볼 때도 수익을 창출하는 요소를 10대들이 지니고 있다는 얘기죠.” 이런 의미에서 10대들은 돈은 없지만 돈을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시대의 어른들보다 훨씬 잠재력이 큰 비즈니스 대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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