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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e북 활성화 물고 트나
[비즈니스] e북 활성화 물고 트나
  • 김상범 기자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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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북, 국내 첫 전용 단말기 ‘하이북’ 출시 눈앞… 소비자 눈길잡기 성공여부 주목
지난해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눈길을 끌었던 전자책(eBook) 시장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전자책 시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늘 빠지지 않고 걸림돌로 꼽히는 것 한가지가 있다.
바로 전자책 단말기가 없다는 것이다.


전자책은 현재 PC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전자책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전자편집을 거친 특수한 포맷의 디지털 파일이다.
이 파일을 열어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뷰어)가 필요한데, 이 뷰어가 현재 설치될 수 있는 환경이 PC말고는 없는 형편이다.
전용 뷰어가 탑재된 휴대형 디지털 단말기가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언제든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다는 책의 가장 큰 장점을 전자책은 지금까지 전혀 내세울 수 없었다.
책을 책상에 앉아 PC로만 봐야 한다는 것은, 1000년을 지배해온 종이책의 아성에 도전하는 전자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콘텐츠 업계, 하이북 예약판매 돌입 지난 8월1일 한국전자북 www.hiebook.com, 북토피아 www.booktopia.com, 바로북 www.barobook.com, 규장문화사 www.kbook.com, 드림북 www.dreambook.co.kr 등 국내 주요 전자책 콘텐츠 업체들이 일제히 전자책 단말기 판매에 들어갔다.
한국전자북이 8월 말 정식 출시할 예정인 전자책 전용단말기 ‘하이북’의 사전 예약판매인 것이다.
드디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자책 전용단말기 출시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한국전자북의 하이북에는 차세대 인터넷 언어인 XML(확장표기언어) 기반의 전자책 뷰어가 탑재되며,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MP3플레이어도 장착돼 있다.
일정 관리, 주소록 관리와 같은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텍스트와 오디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오디오 북, 디지털 녹음기도 갖추고 있다.
전자책 전용단말기라고 했지만 사실상 다기능 디지털 기기인 셈이다.
“개발은 모두 끝났고, 이제 마무리 테스트 단계다.
온라인 예약판매를 시작으로 오프라인 총판 모집에도 나섰다.
미국에도 수출한다.
지난 4월에 이미 연 2만대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는데, 오는 20일 1차분 2500대가 나간다.
” 한국전자북쪽은 하이북 출시로 전자책 시장의 물꼬를 트게 됐다며 기대를 보인다.
사실 전자책 단말기는 이미 나왔어야 했다.
지난해 말부터 단말기 출시를 공언해온 업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단말기를 출시한 기업은 없었다.
한국전자북도 이미 출시약속을 지키지 못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이미 1차 개발제품 개발을 끝내고 출시를 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시장상황에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했다.
콘텐츠가 없는데 단말기만 출시한다는 것은 너무 큰 위험부담이었다.
” 한국전자북 김인중 마케팅팀장은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고 그는 말한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만들어줄 저작도구와 전자책을 읽기 위한 뷰어, 그리고 저작권 보호를 위한 DRM(디지털저작권관리) 등 솔루션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말기가 필요하다.
지난해까지는 이 세가지 조건이 모두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콘텐츠와 솔루션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고, 단말기까지 나왔다.
올해를 전자책 시장의 원년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 “단말기가 전자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PC를 들고 다닐 수 없으니까. 아직 초기여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 국내 최대의 전자책 보유 업체인 바로북의 이상운 사장은 단말기 출시를 반겼다.
또다른 전자책 전문업체 북토피아의 이승수 전무도 “향후 전자책은 모바일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 4분기부터는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확대되는데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단말기가 기대만큼 많이 팔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섣불리 낙관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PDA(개인휴대단말기)라는 강력한 ‘경쟁상대’ 때문이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출시가 늦어지는 동안 PDA는 엄청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자책 단말기라는 인식을 깊이 새겨놓았다.
간단한 일정 관리, 주소록 관리부터 인터넷 접속, 무선통신까지 가능한 PDA가 전자책까지 수용한다는데 굳이 전자책 전용단말기를 구입할 이유가 있을까. 누구나 갖게 되는 의구심이다.
더구나 이번에 출시된 하이북의 소비자 가격은 39만6천원. PDA 가격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국전자북측은 “PDA가 전자책 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용 단말기와는 엄연히 용도가 다르다.
PDA의 스크린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데 불편하다.
또 전용 단말기는 전용 뷰어를 탑재하고 있어 책을 읽는 데 특화된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김인중 팀장은 “MP3 파일과 달리 전자책 콘텐츠는 일찌감치 보안 기술인 DRM을 채용하면서 출발했기 때문에 유료 콘텐츠로 시작했다.
유료로 얻은 파일을 답답한 PDA 화면에서 보겠는가”고 되묻는다.
사실 PDA에는 아직 전자책 전용 솔루션(DRM:뷰어)이 부족하다.
그림이나 한자는 물론 전자편집을 거쳐 마치 진짜 책처럼 구성된 전자책 콘텐츠를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전용단말기는 책갈피, 메모, 밑줄긋기, 확대, 축소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고 있다.
김인중 팀장은 “결국 PDA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는 텍스트 기반의 해적판에 국한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점에서 전용단말기에 위협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바로북의 이상운 사장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PDA는 책 보기가 불편하다.
전자책 기능이 여러 다른 기능 중에 한 기능으로 돼 있어서 뷰어 등이 열악하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전자책 단말기도 PDA의 기본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PDA와 마케팅 싸움 치열할듯 그러나 북토피아의 이승수 전무는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이 전무는 “전용단말기 출시가 늦은 감이 있다.
PDA에서도 전자책 솔루션을 탑재해가는 과정이며 4분기에 가면 그런 PDA가 많이 나올 것이다.
전용 단말기와 PDA가 서로 장단점이 있는 것이고 결국 소비자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의견은 북토피아가 현재 외부 솔루션 업체를 통해 윈도우CE 기반의 PDA에 탑재할 전자책 솔루션을 개발중이라는 데 기인한다.
이 솔루션이 10월경이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전자북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특화된 기능을 통해 틈새시장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오디오 북 기능을 예로 든다.
텍스트와 오디오를 연결한 오디오 북 기능이 교육시장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영어교육 학원인 퓨처키즈의 교육과정에 하이북 단말기가 교재로 제공됐고 송강흠 어학원, 다락원 등도 자사 솔루션으로 콘텐츠를 제작중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학습시장과 함께 B2B 시장인 전자도서관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책 전용단말기가 과연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며 널리 보급될 것인가 하는 것은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렵다.
역시 PDA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케팅이 문제다.
전자책 단말기는 사실상 또하나의 PDA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자책 뷰어 기능만으로는 분명 PDA보다 전용단말기가 훨씬 낫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전용단말기 업체는 PDA 업체들처럼 덩치 큰 기업이 아니다.
PDA 업체들이 전자책 전용 솔루션을 탑재하고 나선다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전자북의 김인중 팀장은 “온라인을 이용한 제휴 마케팅에 초점을 두고 또 특화시장을 겨냥하면서 점진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강조한다.
한걸음씩 가겠다는 얘기다.
현재 1만4천권 정도에 머물고 있는 전자책 콘텐츠가 더 늘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 저작권 문제에 보수적인 출판계를 설득해야 하는 일도 남았다.
솔루션 표준화 같은 문제도 아직 따라다닌다.
그러나 전용단말기가 출시됨으로써 일단 전자책 활성화로 가는 데 한가지 걸림돌은 넘은 셈이다.
전용단말기가 얼마나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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