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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가시밭길의 인터넷방송
[첨단기술주] 가시밭길의 인터넷방송
  • 신동녘(IT 애널리스트)
  • 승인 2000.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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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백양 비디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필자는 좀처럼 스포츠신문을 사지 않지만, 얼마 전에는 출장가는 길에 터미널에서 주저없이 스포츠신문을 샀다.
신문에 따르면 이 사건의 시발점은 외국에 서버를 둔 한 유료 인터넷 방송이라고 했다.

우선 백양의 비디오를 디지털화해서 40억원을 벌었다는 인터넷 방송이 도대체 뭔가 살펴보자. 인터넷 방송은 인터넷망을 이용해 개인 혹은 기업들이 음악방송이나 TV 등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 방송을 위해서는 이른바 웹캐스팅(Webcasting)이란 기술이 이용된다.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방식에는 크게 풀(pull) 방식과 푸시(push) 방식이 있다.
말 그대로 당기는 방식과 밀어넣는 방식이다.
풀 방식은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통 방식의 인터넷 서비스로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자신의 고유주소를 갖고 가만히 있으면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
풀 방식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만을 골라서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정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해당 사이트를 들락거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푸시 방식은 사이트에서 회원들에게 TV처럼 정보를 계속 밀어 내보내고 이용자들은 이것을 선택한다.
이메일이 대표적 푸시 방식이다.
보내는 사람은 받는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메일을 보내고, 볼 것인가 말 것인가는 받는 사람이 결정한다.
따라서 가끔 음란비디오를 사라는 메일도 받고 나비다드 바이러스가 들어간 메일도 받게 된다.
이를 보고 안 보고는 전적으로 이용자 선택에 달려 있다.
요즘에는 모든 사이트들이 수동적으로 네티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네티즌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푸시 기술이 폭넓게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푸시 기술을 이용해 웹의 자료를 내보내는 것을 웹캐스팅이라고 한다.
따라서 웹캐스팅을 하는 제품이나 사이트들은 기본적으로 푸시 기술을 활용한다.
인터넷 방송을 흔히 웹캐스팅이라 부르는데 사실은 웹캐스팅 기술을 이용한 한 분야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방송국 수는 지난 5월 400여개에서 현재는 1천여개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이렇게 단기간에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방송에 견줘 엄청나게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데다 방송사 설립에 따른 복잡한 허가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공중파방송처럼 쇼, 드라마, 스포츠 등 종합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성에 맞는 부분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콘텐츠 공급이 쉽다는 점도 인터넷 방송 확산에 기여했다.
예컨대 음악을 내보내는 인터넷 방송이라면 웹서버, 전용선, 사운드카드가 달린 PC, 녹음과 편집 소프트웨어 등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문을 열고 하루 종일 MP3 파일을 틀어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난 5월 가 공사창립 27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1세기는 인터넷 방송이 주도할 것이다”라는 의견에 방송전문가의 40%, 일반인의 68.5%, 네티즌의 78.8%가 동의할 만큼 인터넷 방송은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대세로 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들 실제로 21세기에 인터넷 방송이 방송의 대세로 자리잡으리라는 점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21세기는 앞으로 100년간이니까 아마도 이뤄지지 않을 기술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것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역시 수익성이다.
인터넷 방송이 취미생활이 아닌 생업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초기 장비구입과 지속적 콘텐츠 개발을 위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현재까지는 광고와 유료 콘텐츠 제공 외에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광고는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며, 증권이나 성인TV를 빼면 콘텐츠 유료화는 ‘사망’의 지름길이다.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두번째 걸림돌은 인터넷의 속도다.
얼마 전 <타임>의 커버스토리에 우리나라가 세계적 정보강국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의 40%(8월 현재)가 56kbps급 전화모뎀을 이용하고 있을 만큼 저속 인터넷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에게 인터넷 방송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만 고무적인 사실은 전화모뎀 사용자가 3월의 66%에서 5개월 만에 40%대로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세번째는 기존 TV매체와 차별성이다.
인터넷 방송은 종합방송보다는 특정 부문에 특화된 방송을 지향한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 디지털방송, 위성방송, 케이블TV 등으로 채널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고, 이들 역시 특정 부문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전송속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터넷TV 화면은 기존 TV 화면에 비해 크기와 화질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현재 수익보다는 조만간 닥쳐올 환경변화에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개발한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방송하고, 이를 공중파나 케이블TV 업체에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면서 향후 급격히 변화할 정보통신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콘텐츠 유료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곳은 증권방송국과 성인방송국이다.
올 1월 출범한 한경와우TV www.wowtv.co.kr는 한국경제신문, 다우기술, 미래에셋 등이 출자한 인터넷 방송으로, 일반회원은 월 1만1천원, 상담을 원하는 회원은 월 11만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업종 특성상 유료화는 시도했지만 큰 수익은 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성인 전용 인터넷 방송인 엔터채널 www.enterchannel.com은 2개월 만에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유료화에 성공한 듯하다.
한국통신의 네트워크와 IDC 등 하드웨어와 의 콘텐츠가 합작해 설립한 크레지오닷컴 www.crezio.com은 에서 방송한 1개월치 프로그램을 저장해 상영한다.
이 밖에 채티비 www.chatv.co.kr, 캐스트서비스 www.castservice.com, 나인포유 www.nine4u.co.kr, 라이브투 www.liveto.com, 골프TV www.koreagolftv.com 등이 있으나 적절한 수익은 아직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천여개에 달하는 인터넷 방송 중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며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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