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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현대홈쇼핑, 다크호스 기대 '한몸'
[비지니스] 현대홈쇼핑, 다크호스 기대 '한몸'
  • 박진 현대투신증권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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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참여한 현대홈쇼핑, 위성방송 채널권 따내며 LG·CJ39에 도전장
“폭풍전야…. 마지막 밤의 정적이 흐른다.
이제 동이 트면 무림 고수들과 그들을 쫓아 고수에 등극하려는 자들 사이에 한판 싸움이 시작된다.
쫓는 자들에게는 대안이 없다.
당장에는 고수들과 직접 충돌을 피하며 공력을 쌓아가려 하지만, 고수들과 맞부딪침을 피할 수 없다.
무림은 그들 모두의 존재를 인정하기엔 너무나 좁은 땅이기 때문이다.
쫓는 자들의 목표는 고수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강자로 등극하는 것. 고수들은 그동안 무던히도 쫓는 자를 만들어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무림은 그들만의 독주를 허용치 않았다.
이제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수들에게는 여유가 있다.
그들은 그동안 쌓아온 공력과 명성에 걸맞은 한판을 치르고 변함없는 무림 고수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 마치 무협지의 한대목과 같은 상황이 국내 TV홈쇼핑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케이블TV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LG홈쇼핑, CJ39쇼핑 등 기존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진데다 TV홈쇼핑 채널 사용 사업자 승인제라는 제도적 진입장벽을 등에 업고 안정적이면서도 급속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곧 선두 2개 사업자가 누려왔던 과점체제는 경쟁체제로 변모한다.
올해 말부터는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방송 등 신규업체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TV홈쇼핑 업체 수의 증가로 소비자들은 더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기존 사업자들은 그동안 보장받았던 안정적 성장과 과점자로서 시장지위를 위협받게 됐다.
기존 사업자뿐 아니라 신규 사업자에게도 다행스러운 건 TV홈쇼핑 시장이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과 카탈로그 통판을 포함한 전체 홈쇼핑 시장은 4조140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TV홈쇼핑 시장의 비중(중계유선 가입가구 포함)은 약 30%인 1조2250억원이었다.
홈쇼핑 채널 시청가구는 약 430만가구로 추산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TV홈쇼핑 시청자들은 가구당 평균 28만5천원 정도를 구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계유선 가입가구 중 500여만가구가 아직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지 않고 있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위성방송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몇년 동안 해마다 약 150만 가구가 신규로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게 될 전망이다.
단순 계산하면, 홈쇼핑 시장은 앞으로 몇년 동안은 매년 4270여억원씩은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TV홈쇼핑 시장 안에서 추가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여력도 있다.
지난해 LG홈쇼핑, CJ39쇼핑 등 TV 매체를 통한 매출은 8213억원으로, TV홈쇼핑 시장의 67%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인포머셜 업체들(TV 프로그램 사이 광고방송을 통해 홈쇼핑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방송위는 인포머셜을 유사 홈쇼핑으로 규정하고 규제 의지를 보여왔다.
또한 지난해 방송광고 시장의 급팽창에 따른 광고료 인상으로 지난해 초 30여개로 추산되던 인포머셜 업체 중 몇몇 업체가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4천억원선에 달하는 인포머셜 시장이 점차 TV홈쇼핑 업체들의 시장으로 흡수될 것임을 의미한다.
2~3년간은 기존 사업자에 유리 시장 성장은 기존·신규 사업자에게 모두 긍정적 여건이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기존 사업자에게 더 유리하다.
우선 기존 사업자들은 케이블방송사(SO:System Operator)와의 관계에서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소매업이면서 방송업이라는 산업특성상 프로그램을 중계해주는 SO가 TV홈쇼핑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15개 SO가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TV홈쇼핑 선발업체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한 예로 LG홈쇼핑의 경우 20개 SO에 지분을 출자했고 25개 SO에는 대여금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 자금지원을 통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3월 신규 사업자 선정 전에 방송위가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기존 SO 중 60% 가량이 신규 사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한 뒤에도 2개 이하의 홈쇼핑방송만 송출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기존 SO들과의 관계에서도 선발업체들이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둘째 선발업체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와 충성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고객들이 신규 사업자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
LG홈쇼핑과 CJ39쇼핑 등 기존 사업자들은 이미 250만~300만명에 달하는 폭넓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반복구매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TV매체의 단점인 상품정보의 보전성을 높이기 위해 홈쇼핑 사업자들이 강화하고 있는 카탈로그의 구매반응률도 개선되는 추세다.
신규 사업자들에게도 기회가 없지는 않다.
중계유선방송의 SO 전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전엔 시청가구가 SO로부터 직접 방송프로그램을 수신하거나 SO가 송출해주는 프로그램을 중계유선방송의 중계를 거쳐 수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정된 통합방송법 덕분에 이젠 중계유선방송의 SO 전환이 가능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약 240만 시청가구를 보유한 38개의 중계유선방송이 SO로 전환됐다.
올해의 경우 기존 SO들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전환 SO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산되나 내년부터는 사업영역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즉 신규 사업자들의 전환 SO와의 관계설정 여하에 따라서는 기존 홈쇼핑 사업자에게 우호지역이 축소되는 상황도 전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SO의 홈쇼핑 채널 의무전송은 폐지됐다.
지금까지 홈쇼핑 채널은 의무전송 채널이었기 때문에 모든 SO는 홈쇼핑 프로그램을 반드시 송출해야만 했다.
즉 특정 TV홈쇼핑 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SO라도 특정 홈쇼핑 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홈쇼핑 업체의 프로그램도 송출해야만 했다.
그러나 의무전송이 폐지됨에 따라 SO가 홈쇼핑 채널을 선택적으로 송출할 수 있게 됐고 자사와 관계가 깊지 않은 홈쇼핑 채널 송출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됐다.
물론 이러한 점은 신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나 반대로 프로그램 송출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신규업체 1~2개는 탈락 전망 신규 사업자의 등장은 2~3년 안에 기존 사업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사업자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SO와 이미 일정 수준의 관계를 구축한 상태고, 소비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홈쇼핑과 CJ39쇼핑 양사의 외형규모가 TV 외에 카탈로그, 인터넷 등 보완매체를 바탕으로 지난해 각각 6천억원과 4천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안에는 각각 9천억원과 6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업체들이 2위 업체인 CJ39쇼핑과 같은 시장지배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3~4년 뒤 시청가구 수 증가의 정체로 TV홈쇼핑 시장의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경쟁양상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자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사의 시장을 잠식해야만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업체가 생존할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LG홈쇼핑, CJ39쇼핑 등 선두 2개 업체의 시장지배력을 신규 사업자가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3개 신규사업자는 1~2개사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기본적으로는 시청가구 증가가 매출로 연계되는 TV홈쇼핑 사업의 특성상 채널을 확보하고 협력 SO를 많이 확보하는 업체가 생존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탄탄한 자금력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최근 위성방송 홈쇼핑 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홈쇼핑이 신규 사업자 중에서는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에는 20여개에 달하는 백화점 점포를 보유한 대형 유통기업과 SO 등 방송사,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제조업체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가장 많이 충족시키는 기업, 한정된 고객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상품을 바탕으로 전문화해 가는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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