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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역학인 김동완
[나는프로] 역학인 김동완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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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을 제시하는 운명 카운슬러
하지만 이 코드에 이상이 있을 때 사업이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순히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유학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과 사교적인 이름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 중 누가 유리할까. 능력이 같다면 별 차이 없을 거라고?

서울 마포구에서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완(39) 한국민족역학원장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 역시 ‘브랜드 마케팅’을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간관계가 굳어진 40살 이상을 제외하고는 한번쯤 이름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인생전략이라고 그는 조언한다.


김 원장은 이름이 사람의 성격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실제로 그 자신이 6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름과 적성의 관계를 조사해본 적이 있다.
그가 ‘이름과 직업의 상관관계’라는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쓸 때 적용한 기법은 외국의 적성검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조사할 때 보니 학생들이 지망하는 직종과 각자의 이름에 어울리는 직종이 상당히 일치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발음과 육십갑자의 관계를 응용한 통계적인 접근법을 활용했다.
이는 역학이나 성명학을 단순히 미신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그는 그러나 한자의 뜻이나 획수를 이용한 조어법은 통계적으로 별로 신빙성이 없더라고 설명했다.
역학은 엄연한 ‘종합 학문’ 김 원장은 한사람의 운을 예언할 때 이름을 사주와 같은 비중으로 놓고 본다.
보통 역술가들이 출생 연도와 달, 일, 시 등을 기준으로 한 사주를 예언의 기본 바탕으로 삼는 데 비해, 그는 이름을 ‘변수’로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박정희’는 지금은 여성스러운 이름으로 들리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출생할 당시의 시대 기운에 비춰보면 매우 카리스마가 강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교수가 될 직업운을 타고났는데도 대장의 이름을 지어주면 정치를 하려고 할 것이고, 운동선수로 타고났는데도 여린 이름을 지어주면 배짱이 없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여하튼 이름이 사람들에게 불리면서 형성되는 이미지는 그야말로 ‘무형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일반 회사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는 사업을 하는 데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그는 회사 이름뿐 아니라 상표명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 원장은 한 식음료 회사에서 내놓은 밝은 이름의 탄산소다를 예로 들면서, 잘 지은 이름이라고 치켜세웠다.
“현재의 경제적 상황에서 밝은 색깔의 이름을 브랜드로 활용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전략으로 볼 수 있어요. 또 타깃 마케팅 측면에서 봐도 수요층이 좋아하는 이미지고요.” 김 원장은 또 회사의 인사정책과 관련해 역학의 유용성을 역설한다.
어떤 사람에게나 적합한 직종이 있다.
영업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관리직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역학을 활용한다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김 원장은 역학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나 퍼즐 게임처럼 취급되는 분위기가 영 달갑지 않다.
역학은 엄연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꿈은 국내 대학에 역학이 정식 학과로 개설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학은 종합학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의 책장에는 역학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경제학 책과 프로이트 전집 등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그는 현재 두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님이다.
사실 그가 이렇게 온갖 잡다한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도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는 젊은 시절의 이력과 관련이 많다.
김 원장이 역학인이 된 것은 한의사였던 할아버지 영향이 컸다.
당시 한의사들은 역학이나 동양학을 꿰고 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레 역학을 배우게 됐다.
대학에서 동양학문인 중문학을 전공한 것도 이런 이력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80년대 초의 엄혹한 사회분위기는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역술로 세상을 바꾸고파 그는 역학으로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지 수없이 고민했다.
역할을 공부하는 운동권 학생으로 대학시절을 보내면서 실천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구두닦이, 술집 웨이터, 넝마주이 등 안해본 게 없다.
당구장, 문구사, 우편취급소 등을 경영하기도 했다.
이런 유별난 경험이 사람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35살까지 자기 사업을 했다.
자신의 사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젊은 객기에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다 손대봤지만, 그는 결국 역학인의 길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는 운명에 순응했고, 이제는 세인의 삶을 컨설팅하는 사람이 됐다.
김 원장은 다섯살 때부터 역학을 공부했지만, 직업 역술가가 된 지는 만 5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삼풍백화점 붕괴를 예언하는 등 국가적인 중대사를 많이 맞춰 ‘용하다’는 입소문을 듣게 됐고, 어느새 유명해졌다.
공중파 텔레비전에 출연해 사주와 이름만 듣고는 그 사람의 재능과 소질을 알아맞추는 등 세인의 이목을 끌 만한 일도 많이 했다.
한 스포츠 신문은 그를 국내 2대 역술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의 사무실에는 유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계발해 행복하게 살아나가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다.
동양사상이 없었다면 카를 융과 같은 유명한 서양 심리학자도 없었을 것이다.
융은 그의 자서전에서 동양의 학문을 서양인을 위해서 썼다고 고백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사이비로 몰고갈 때 융은 동양의 학문을 자신의 동족을 위해 썼다.
나는 동양인의 입장에서 역학을 제대로 된 학문으로 정립하겠다.
” 김 원장은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렇게 표현했다.
역학인이 되는 길늑대의 후예들
역학인이 되기 위한 공식적인 자격조건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결코 녹록지 않은 소양을 갖춰야 한다.
우선 선천적으로 사주에 천문성(하늘의 뜻을 잘 파악하는 사람의 성질)이 있어야 한다.
천문성은 사람의 생명과 관계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질이라고 김 원장은 말한다.
역술가나 의사가 사주에 천문성이 있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명리학이나 기문둔갑, 자미두수, 육효, 주역 등 역학에 밝아야 한다.
여기에다 성명학이나 관상학도 공부해야 한다.
단순히 사주 관련 책 몇 권을 읽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종합적인 지식이 없이는 돌팔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이름이 알려지면 경제인, 정치인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접하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좋은 역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나 정치, 사회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성격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역학인은 일종의 카운슬러이기 때문에 고객의 과거사를 맞추는 일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객의 대부분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친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역학을 가르치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대학에서도 정식 학문으로 인정을 못받기 때문에 언론사의 문화센터나 대학의 사회교육원, 혹은 개인교습을 통해 역학을 배워야 한다.
또 누구 밑에서 교육을 받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아, 독학도 각오해야 한다.
역학과 관련된 사업의 형태도 최근 많이 바뀌고 있다.
예컨대 서울의 강남 일대에서는 유명 역술인들이 커피숍과 같은 공간을 마련해놓고 영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일종의 퓨전사업으로 볼 수 있다.
아늑한 휴식공간 속에서 고객과 상담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방식은 역술인 자신의 브랜드 파워가 없으면 꾸준히 손님을 끌기가 힘들다고 한다.
김 원장은 체인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제자들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 체인점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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