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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닷컴기업 코스닥 등록길 넓어지나
[머니] 닷컴기업 코스닥 등록길 넓어지나
  • 이원재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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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다사' 시장에 대한 엇갈린 시선..금감원 "진입장벽 낮춰야", 코스닥위원회 "문제없다"
요즘 비상장·비등록 닷컴기업들은 증권업협회 코스닥위원회에 불만이 많다.
가뜩이나 닷컴기업들의 수익성이 의심된다는 얘기가 번져 괴로운 판에 코스닥 등록심사를 책임지고 있는 코스닥위원회마저 수익성을 따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등을 토닥거려줘야 할 사람이 오히려 까탈을 부린다는 것이다.
코스닥 등록 심사가 엄격해지면 투자차익을 노리는 벤처캐피털들까지 닷컴기업에 투자를 기피해 창업 초기 기업에게조차 불똥이 튄다는 원망까지 나온다.
게다가 코스닥위원회는 등록 최소요건만을 정해두고 등록 여부의 최종결정은 위원들의 포괄적인 판단에 맡겨두고 있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코스닥위원장 “수익만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동안 보수적인 기준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것으로만 알려졌던 ‘증권시장 감독의 총책’ 금융감독원 일각에서 ‘낯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등록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보장된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기본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코스닥위원회의 기업내용 판단기능을 줄이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조영제 현물시장과장은 “이런 뜻을 이미 증권업협회에 전달했고 이에 따라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독원쪽은 오는 9월까지 규정을 개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코스닥위원회는 닷컴기업들의 비판이 엉뚱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은 “코스닥위원회는 닷컴기업 심사 때 순익만 놓고 등록 여부를 결정한 일이 없으며 기술력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기업이면 등록을 인정해왔다”고 말한다.
정 위원장은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옥션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도 당당히 등록심사를 통과했는데 창업 초기 기업을 순이익만 따져 탈락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묻는다.
코스닥위원회는 이제껏 성장성을 반영해 심사해왔으며 닷컴기업에 대한 진입제한 운운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의 꼴조차 갖추지 못한 미숙한 탈락 기업들이 늘어놓는 변명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예비심사 통과율이 82.5%였는데 2000년에는 74%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수치도 내놓는다.
정 위원장은 “코스닥이 원칙적으로는 ‘다산다사’의 시장이 맞다고 보지만 아직은 국내 투자문화가 ‘다사’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해 금감원 일각과는 분명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다산다사론자들은 미국 나스닥시장처럼 1년에 등록기업의 10% 가량이 들락거리도록 만들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투자자들이 퇴출기업에 손해배상을 제기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 있으므로 그랬다가는 그야말로 ‘대란’이 일어난다는 것이 정 위원장의 얘기다.
결국 코스닥위원회가 미리 어느 정도 사전적인 ‘투자판단’을 내려주면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 위원장도 현재 코스닥 등록 규정의 문제점을 인정한다.
“현재 규정엔 기업의 등록요건이 다소 모호하게 표현돼 있어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호한 규정들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으며 9~10월까지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원쪽의 규정 개정일정과 대체로 일치한다.
증권업협회는 등록기준의 세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외부용역을 맡기기로 결정해둔 상태다.
자구 하나하나에 따라 닷컴기업들의 코스닥 진입 여부가 오락가락하게 된다.
닷컴의 숙제는 아직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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