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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사이버캐릭터 디자이너 이효영
[나는프로] 사이버캐릭터 디자이너 이효영
  • 오철우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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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솜씨보다 마음 읽는 눈썰미가 그림 비결”
쓱삭쓱삭…. 그의 스케치용 4B연필이 백지 위에 노닐면서 선과 선이 어울릴 때마다 한사람의 성격이 조금씩 그림에 살아난다.
뺀질이, 공주병, 내숭쟁이, 장난꾸러기, 섹시걸, 그리고 놀란 얼굴, 익살 떠는 표정, 혀를 내뺀 얼굴, 삐진 얼굴들이 그의 작업실을 가득 채운다.
작업실은 가상공간에서 살아 움직이게 될 사이버 캐릭터들의 생산공장이다.


인터넷 캐릭터 서비스 ‘엔클론’ www.nclone.co.kr의 사이버캐릭터 디자이너 이효영(39·필론 개발실장)씨는 5년째 사람 얼굴 그리기에 푹 빠져 있다.
이전에 광고 그림을 그리던 10년을 합치면, 세상과 사람을 사각 그림에 담는 일을 오롯이 15년 동안 해온 셈이다.
지금은 네티즌들의 분신인 사이버 캐릭터를 100여명의 작가들과 함께 거저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캐릭터 생산공장의 ‘공장장’이자 캐릭터 세상의 ‘지휘관’인 셈이다.


“사람 얼굴은 가장 많이 그려지는 그림의 소재죠.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게 사람 얼굴이기도 합니다.
얼굴엔 감정이 있고 느낌이 있고, 그때그때 변하니까요. 특징을 잡아 단순화해야 하는 캐릭터를 만족스럽게 그리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죠.” 직원들과 하루 1천명 캐릭터 뚝딱 캐릭터 생산공장에선 하루 500~1000명 네티즌의 얼굴들이 새롭게 태어나, 온라인 세계로 뿌려진다.
지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벌써 5만명의 캐릭터들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캐릭터 그림은 사물의 특징을 얼마나 정확하게 잡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캐릭터를 그리는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하고 ‘끼’가 있어야 한다”고 그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점의 자리와 선의 흐름을 객관화하는 수학적 계산능력이 필요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을 바라보는 투시력이 필요하다.
특징을 잡아내는 ‘끼’는 그림에 느낌이 살아나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구실을 한다.
“닮게 그리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건 사진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복사’일 뿐이고, 캐릭터는 작가가 빚어내는 색다른 느낌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 캐릭터 그림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그리고 많이 그려보는 것 외에 왕도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요즘도 사람 얼굴이 나오는 것이라면 갖가지 매체와 작품들을 놓치지 않고 본다.
30대 말이지만 만화책은 지금도 손에서 떠나지 않는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날마다 보는 만화지만, 작업 구상 때엔 하루에 10권 이상씩 훑기도 한다.
캐틱터 전시행사에도 빠지는 법이 없다.
“흔히 그림은 손으로 그린다고들 생각하죠. 하지만 그림은 눈이 먼저 그립니다.
눈이 먼저 따라가고, 생각이 바뀌어야, 그 뒤에 손이 움직이는 겁니다.
감각이 바뀌지 않고는 새로운 그림이 나오질 않아요. 우리가 그림을 그린 뒤에 불만족스러운 건 손보다 눈이 앞서 있기 때문입니다.
손은 열심히 눈을 따라갈 뿐이죠.” 휴대전화·3차원·동영상 캐릭터 개발 디지털시대는 개인 캐릭터의 시대다.
이전엔 유명인물의 캐릭터가 상품화됐지만, 인터넷시대엔 디지털 복제물을 손쉽게 만들어 전하는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기만의 캐릭터는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확산될 겁니다.
채팅을 하면서 찡그리고 웃고 화내는 자기 모습을 자유롭게 쓸 수도 있고, 인터넷폰으로 자기 캐릭터를 보낼 수도 있죠. 3차원 캐릭터, 동영상 캐릭터는 조만간 등장해 새로운 생활문화를 우리 앞에 펼쳐놓은 겁니다.
” 사이버 캐릭터 디자이너 이효영씨는 지금 네트워크에 흘러다니는 또하나의 ‘나’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분신문화’의 맨앞에 서 있다.
● 즐겨찾는 사이트 www.charactershow.co.kr 서울국제캐릭터쇼 사이트 www.cpark.co.kr 캐릭터 웹진 www.illusthouse.com 월간 일러스트 ● 캐릭터 그림 공부하려면
  • 전문가들에게 “먼저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소비자가 공감하는 캐릭터를 개발할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하나의 아이템을 설정할 때 주관보다는 객관적이고 치밀한 조사·분석이 필요하다.
    평소 사물을 관찰하며 스케치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상상력과 감각적 테크닉을 겸비해야 앞서가는 캐릭터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최근엔 3~6개월의 캐릭터 전문과정을 마련한 미술·디자인학원들도 많다.
    이곳에서 속성으로 배울 수 있으며, 대학의 관련학과에서는 좀더 전문적 과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만 가르치는 전문교육기관은 국내에 없다.
    결국 스스로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아마추어들에게 “아마추어 수준에서 그림을 배우고 싶다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자꾸 베껴 그려보는 게 가장 좋다.
    남의 그림을 베끼는 실력도 되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독창적 그림을 그리긴 어렵다.
    많은 그림을 보고 느끼고, 베껴 그리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나아질 것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어울려 하는 게 좋다.
    그림 동호회에 들어가면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그림 공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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