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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아시아의 타임워너를 꿈꾼다"
[포커스] "아시아의 타임워너를 꿈꾼다"
  • 이원재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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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이수만, 엔씨소프트 의기투합…‘아이스크림엔터테인먼트’의 꿈과 희망
지난 6월 말, 서울 압구정동의 한 중국음식점에서는 색다른 만찬이 열렸다.
HOT, SES등 10대들의 ‘우상’들을 잇따라 만들어내고, 코스닥에까지 올라간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사장 맞은편에는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 앉아 있었다.
영화 <쉬리>로 한국 영화산업의 거물로 떠오른 강제규필름의 강제규 대표도 자리를 같이 했다.
엔터테인먼트 3대 거두의 도원결의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명의 최고경영자는 이 자리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공동출자해 출범시킨다’는 데 의기투합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확장을 모색하고 있던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3대 거두가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도원결의’였다.
결의가 굳은 만큼 일은 빨리 진행됐다.
결의가 ‘식기 전에’ 서둘러 일을 처리하자는 뜻도 강했다.
세사람은 음악(SM), 게임(엔씨소프트), 영화(강제규필름)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이기는 하지만,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나가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던 터였다.
이들은 바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분야 기업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바른손과 애니메이션의 나이트스톰미디어가 그물에 걸렸다.
7월 중순 서울 압구정동의 그 중국음식점은 ‘출정식’ 무대가 됐다.
5명으로 늘어난 최고경영자들은 5개 회사가 공동출자한 그랜드 컨소시엄 ‘아이스크림 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8월3일 법인을 설립했다.
그들은 지금 압구정동 한귀퉁이에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장악할 전략을 짜고 있다.
‘너무 좋아서 비명을 지른다’(I scream)와 ‘달콤하게 녹아내린다’(icecream)의 두가지 뜻을 담고 있다는 아이스크림엔터테인먼트.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이렇게 일사천리로 합작이 이뤄졌을까? 콘텐츠 강자 뭉쳐 미디어그룹으로 간다 SM엔터테인먼트의 한세민 경영기획팀장은 “소속 가수 해외진출건으로 해외업체와 일할 때, 그쪽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등 음악 이외의 부분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아주 좋은 기회인데도 잡을 수 없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음악 이외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갈증을 끊임없이 느껴왔다는 얘기다.
비단 SM만은 아니었다.
강제규 사장과 김택진 사장도 ‘내것만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세사람의 도원결의는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였던 셈이다.
아이스크림은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것을 담은 ‘종합 선물세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망라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 작정이다.
사업 초기에 안정적인 매출기반을 마련하고, 아이스크림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이 ‘리니지’ 게임을 즐기고, 다른 한편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상품이 내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HOT의 음반과 강제규필름의 새 영화 사운드트랙과 포스터가 진열된 매장. 장르를 초월한 ‘아이스크림 마니아’를 만들어내겠다는 꿈의 공간이다.
너무 달콤한 꿈이어서 실행도 하기 전에 녹아버릴 것 같지 않은가?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SM이 확보하고 있는 35만 팬클럽 회원과, ‘리니지’의 300만 누적회원 수만 감안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각 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진출을 아이스크림을 통해 공동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어 합작 효과가 크다고 회사쪽은 전망한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얼마 안 있으면 본격적인 다매체시대가 열린다.
당장 위성방송 서비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케이블텔레비전 가입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인터넷방송, 인터넷 가전제품 등 다양한 매체가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IMT-2000으로 무선 미디어까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이스크림 엔터테인먼트는 바로 이 시기를 노려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매체가 다양해지면, 미디어 기업쪽으로 기운 지금의 무게중심이 콘텐츠 기업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각 분야의 콘텐츠 강자들이 연합한 아이스크림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그룹의 자리를 최종 목적지로 삼고 있다.
이 위치에서 장르별 콘텐츠의 국내 배급 및 마케팅을 총괄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엔터테인먼트 포털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일본, 타이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이미 구축하고 있는 각 주주회사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까지 갖고 있다.
넉넉지 않은 자금 등 걱정거리도 산적 물론 걱정거리도 많다.
이런 원대한 포부를 실현할 만한 자금이 당장은 넉넉지 않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하고, 지분구성도 동적이지 않다.
현재 지분구성은 SM, 강제규필름, 엔씨소프트가 25%씩을 나눠갖고 있고, 바른손과 나이트스톰미디어가 각각 6.25%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특성상 끊임없이 증자를 해야 할 텐데, 주주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 닥친다면 증자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말한다.
포켓몬스터는 99년 전세계에서 4천억엔(4조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낸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만화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 영화,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이 포함돼 있다.
포켓몬스터가 섭렵했던 모든 분야를 망라하면서, 각 분야 한국 최고기업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아이스크림엔터테인먼트의 꿈은 언제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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