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후 인터넷기업 주가는 거듭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와중에 포털 서비스 업체들은 거품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모델을 갖추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포털 서비스 업체들의 수익이 의심받은 가장 큰 계기는 인터넷 광고시장에 대한 불신이었다.
하지만 현재 포털 서비스 업체들에게 광고수익 외의 다른 수익모델을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조금은 성급하고 지나친 일이다.
포털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기반
인터넷 성장의 기본동력은 데이터통신의 증가와 전자상거래의 확대이다.
인터넷은 데이터통신과 전자상거래 콘텐츠 증가 추세에 부합하는 가장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네트워크의 결합체인 인터넷의 ‘외부성’(externality)에 힘입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인 포털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포털 이전의 단계들은 포털로 흘러들어가고, 포털 이후의 단계들은 포털로부터 비롯하는 ‘포털의 선순환’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포털이 인터넷 비지니스의 기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포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에는 인터넷 서비스의 중심축이 ‘포털 다음 단계’로 옮아가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전자상거래, 커뮤니티, 콘텐츠 등이 포털과는 독자적으로 세를 불려나가면서, 포털은 말 그대로 관문의 역할에 그치게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서비스들은 오히려 포털 안에서 뭉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국내 포털들의 콘텐츠 및 전자상거래 강화 경쟁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현재 국내외 포털 시장은 검색업체들이 선점효과를 바탕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기존의 PC통신업체들이 수백만명의 유료가입자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의 포털로 전환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적인 대기업들도 시장기반 조성을 위해 포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포털들의 수익원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포털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주수익원을 광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포털들이 광고수익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웹 트래픽의 집중성이 전제돼야 한다.
미국의 조사업체 알렉사에 따르면 웹 트래픽의 80%가 0.5%의 상위 사이트에 몰린다.
특히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익사이트, 이베이, CMGI(www.altavista.com), 디즈니(www.go.com), AOL 등 상위 7개업체가 전체 페이지뷰의 20%를 차지했다.
80대 20의 법칙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텔레비전방송국의 수익모델이 옮겨온다 광고를 전형적인 수익모델로 삼고 있는 업체들은 텔레비전방송국들이다.
지상파텔레비전 3사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광고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99년 기준으로 전체 광고시장(4조6천억원)에서 방송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조8천억원으로 38.9%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상파텔레비전 3사의 광고규모는 1조5천억원으로 방송 광고시장의 83.1%를 차지하고 있다.
포털도 이런 형태를 띄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포털들은 아직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별로 장래 수익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포털들의 주수익원이 광고라면 실제 광고시장만 가지고 이들 업체들의 장래를 거시적으로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AOL, 야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포털의 트래픽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알타비스타, 익사이트, 라이코스 등의 트래픽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 광고에서도 이들 3개 대형 포털이 전체의 45%를 독식하고 있다.
나머지 포털들은 99년 5%로 급감했으며, 2004년에는 1%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미국에서의 이런 트렌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인터넷 광고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예측하는 것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05년에는 10~20%선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45%는 상위 3개 포털들에게 페이지뷰 비율대로 배분될 것으로 분석된다.
2005년까지 인터넷 광고시장이 전체 광고시장의 10%까지 성장한다고 보면 국내 인터넷 광고시장은 연평균 70.1%씩 증가해 2005년에는 8695억6천만원 규모에 이를 것이다.
이는 방송 광고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12.7%의 5.5배에 이르는 수치로, 이 기간 중 모든 미디어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상위 3개 대형 포털이 2000년 6월을 기준으로 한 알렉사의 페이지뷰 순위 상위 3개 업체인 야후코리아, 다음, 라이코스코리아라고 한다면, 다음의 경우 2005년에는 1631억6천만원의 광고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 여기서 국내 GDP성장률은 2000년 8.9%, 2001년 6.1%, 2002년 이후에는 5%로 가정했다.
여기에 광고시장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13%, 2001년 1.2%, 2002년 이후에는 1.28%일 것이라는 가정을 덧붙였다.
2005년까지 인터넷 광고시장이 전체 인터넷 광고시장의 20%까지 성장한다고 보면 국내 인터넷 광고시장은 2005년에는 1조7391억1천만원 규모에 이를 것이고, 다음은 2005년 3263억3천만원의 광고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BS의 99년 매출액의 87.8%에 해당하는 규모다.
3위까지는 광고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 SBS는 90년에 영업을 시작했지만 광고매출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한 시점은 4년 뒤인 94년부터다.
다음은 95년에 설립했지만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 99년을 설립원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어느 업체나 설립 1~2년 만에 순이익을 내기는 힘들다.
게다가 텔레비전방송은 전국민이 시청하지만, 인터넷 인구는 현재 15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터넷 인구가 3천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성장잠재력은 더 크다.
상위 3개 대형 포털들은 인터넷 광고수익만으로도 충분히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포털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단지 어느 업체가 상위 대형 포털로 살아남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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