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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입시지옥의 선물 온라인교육
[기획] 입시지옥의 선물 온라인교육
  • 한정희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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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 성공할 수 있다” 교육 사이트 300여개 난립… 고3학생 겨냥 화살날리기 후끈
인터넷 교육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던 교육 사이트들이 올 3월부터 8월 사이 10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것저것 다 합치면 300개는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과외 열풍이 사이버 세상으로 옮아온 듯하다.


인터넷 과외가 붐을 이루게 된 데는 지난 4월27일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교육 콘텐츠가 다른 어떤 것보다 유료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여기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다른 건 몰라도 포르노와 교육 사이트만은 돈을 주고 볼 것”이라는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요즘 온라인 교육시장의 과녁은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다.
‘운명의 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요즘 수험생들을 잡으려는 교육 사이트들의 그물질이 한창이다.
현재 수험생들은 80여만명. 고교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54만원임을 감안하면, 조금만 떼어먹는다고 해도 쏠쏠하게 재미를 볼 수 있다.
고3들은 또다른 황금시장을 만들 것인가? 온라인에서도 대성과 종로의 한판? 대입을 눈앞에 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펼치는 사이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기존 입시학원들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 교육시장에 진출한 경우다.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온라인에 기반해 교육 포털 서비스를 지향하는 사이트들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업체가 대성학원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대성, 종로학원을 기반으로 한 이루넷, 중앙교육진흥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에듀토피아 등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것은 일찌감치 ‘교육백화점’을 표방하고 나선 배움닷컴, 정일학원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교육 포털을 지향하는 넥스트에듀, 수능모의고사를 비롯해 각종 자격증 시험의 모의고사 서비스를 지향하는 이테스트 등이다.
시장을 선점한 쪽은 대성학원. 대성학원은 지난 3월 온라인 교육을 위한 디지털대성이라는 독립법인을 설립해 인터넷 교육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디지털대성은 현재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동영상 강의와 모의고사를 실시중이다.
디지털대성의 최진영 사장은 “인터넷 교육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제주도에 있는 학생도 대성학원 선생님들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라며 “명문 강사진과 오랜 오프라인 경험에서 축적한 양질의 콘텐츠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성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모의고사 및 동영상 강의가 표함된 ‘e스터디 D-100’이라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종로학원에서 분사한 이루넷은 92년부터 온라인을 준비해왔다.
이루넷의 정구학 팀장은 “사교육의 핵심은 개인의 학습수준에 맞는 맞춤 서비스”라며 “커리큘럼, 강의, 테스트, 학습능력 개발 등의 사이클을 통해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루넷은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귀족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정 팀장은 “이루넷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만약 그 학생에게 과외가 필요하면 과외를 받으라고 권유한다.
상위권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해 과목별, 단원별 평가시스템과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루넷은 10일부터 동영상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며, 11월에는 모의고사 및 대학정보 제공 패키지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현재 고교생 온라인교육에서 가장 안착한 분야가 모의고사이다.
이런 의미로만 본다면 기존 오프라인에서 모의고사에 강점을 갖고 있는 중앙교육진흥연구소도 고3시장의 주요 경쟁자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관계사인 에듀토피아는 6월21일 사이트를 열고, 8월7일부터 ‘수능 100일 작전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9월에는 각 대학의 입시요강에 맞게 내신성적을 산출해주는 서비스와 채팅 프로그램을 통한 온라인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10월13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이버 모의고사를 실시한다.
‘포털 교육, 교육 포털’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순수하게 온라인으로 교육사업을 시작한 업체들도 고3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기존 학원들이 자체 개발한 콘텐츠와 강사진 유명도에 기반을 둔 반면 이들은 더욱 넓은 의미에서 교육 포털을 지향한다.
배움닷컴의 임춘수 사장은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종로나 대성과 경쟁하지 않는다”며 “온라인 교육의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학습운영에 관한 노하우나 시스템을 제공하고, 양질의 콘텐츠와 제휴해, 전체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배움닷컴은 디지털대성과 콘텐츠 부분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어 www.D-100.co.kr이라는 공동 사이트를 개설했다.
지난 3월 설립된 넥스트에듀정보통신은 이익훈어학원, 정일학원, 6서당고시학원, 유니텔 등이 대표주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콘텐츠 제휴를 위해 오프라인 학원과 공조체제를 택했다.
현재 넥스트에듀정보통신은 클릭스터디 www.clickstudy.co.kr를 오픈해 시범운영중이고, 8월말부터 정식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일학원과 콘텐츠 독점계약을 맺어 강의 및 수능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모의고사 포털을 꿈꾸는 이테스트 www.etest.co.kr는 학습지 디딤돌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2월부터는 매달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라는 확실한 수익모델 사이버학원들의 매력은 역시 수익모델이다.
대부분 업체는 서비스 초기에는 무료로 운영했지만 수능시험을 앞두고 자체 상품을 개발하면서 유료화 전략을 택했다.
대성의 ‘e스터디 D―100’은 온라인 콘텐츠치고는 상당한 가격인 15만원을 책정했다.
모의고사 6회분과 40분짜리 강의 120개를 들을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루넷은 11월 출시예정인 모의고사와 대학정보 패키지 상품의 값을 1만원 정도로 책정했다.
에듀토피아는 10월15일부터 서비스하는 ‘수능 마무리 특강’을 5만원 선에서 유료화할 계획이다.
10월13일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실시하는 모의고사는 1만원 미만의 모의고사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테스트는 일찍부터 유료화를 실시했다.
이테스트 담당자는 “지난 3월 수능 모의고사를 5천원으로 유료화하자 초기엔 항의가 빗발쳤으나 현재는 안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테스트의 경우 매달 한번씩 보는 동시모의고사는 1회당 5천원이며, 아무때나 볼 수 있는 자유모의고사는 한달에 1만원을 받는다.
넥스트에듀와 유니텔, 하나넷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클릭스터디도 9월부터는 과목당 1만5천원선에서 유료화할 계획이다.
이들 온라인 학원에 동영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한몫을 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영상정보통신. 배움닷컴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영산정보통신은 96년 국내 처음으로 화상, 음성, 채팅, 전자칠판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GVA(가상학습도구) 솔루션을 개발하고 99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최근 사이버교육이 활성화하면서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박승화 기획마케팅팀장은 “작년 대비 평균 400%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올 하반기엔 더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업체들은 하이빌소프트, ANS, 웹브레인 등인데, 다우기술도 최근 진출했다.
‘공교육,유료화’, EBS 태풍의 눈 될까? 고3을 잡기 위한 온라인 교육시장도 오프라인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성, 종로, 중앙 등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웬만한 학원이라면 당장이라도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웹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하는 것이어서 강력한 오프라인 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오프라인 기반이 없고 자금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내년 상반기가 되면 대부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이렇게 볼 때 EBS(교육방송)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기존 온라인 교육 사이트들은 “EBS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와 브랜드파워, 양질의 강사확보 등은 인터넷 교육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EBS는 뉴미디어국을 신설해 인터넷 교육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뉴미디어국 권오민 차장은 “인터넷 서비스는 시대적인 방향이라고 판단해 동영상교육과 쌍방향교육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교육을 유료화하는 문제가 걸린다.
권 차장은 “EBS의 인터넷 교육은 공교육 내실화라는 측면에서 사교육비를 억제하기 위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엄청난 유지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인터넷 교육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한 기술적 투자와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은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되어 있느냐이다.
공적인 서비스이므로 광고 등의 기본적인 수익구조로 수지균형만 맞으면 된다.
현재 개발된 서비스들 중에는 잘 개발된 것이 많다.
유료로 가면 경쟁력이 없을 수도 있다.
집중적인 서비스 투자에 무료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11월, 늦어도 12월에는 EBS서비스가 오픈한다.
그렇게 되면 고3시장은 또다시 재편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올 수능시장은 본게임을 앞둔 오픈게임이다.
남들 다 하는 강의로는 승부할 수 없다
디지털대성 최진영 사장 인터뷰 인터넷 교육시장의 특징은 뭔가? 한국에서는 교육은 돈을 들이면 들일수록 더 잘 된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지배적인 것 같다.
똑같은 디지털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에 비해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적다.
따라서 수익모델을 빨리 안착시킬 수 있다.
인터넷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교육 콘텐츠를 통해 많이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터넷 교육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제로 인터넷 교육에 맞는 사람들이 폐쇄적이라는 연구보고가 있다.
물론 이들을 더 폐쇄적으로 만들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교육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어도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온라인 쪽에서 학습교육을 담당하면 오프라인 쪽에서 인성교육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 교육 서비스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기존에 교육사업을 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메리트를 살리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나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일례로 혼자서 원격교육을 서비스하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AFKN 동영상과 해설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했다.
억대를 벌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먼저 시작했을 뿐이다.
남들 다 하는 강의로는 승부할 수 없다.
차별화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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