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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틈새시장 인터넷 과외 활짝
[기획] 틈새시장 인터넷 과외 활짝
  • 김윤지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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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대형사이트와 달리 커뮤니케이션 강조...
사이트의 틈새시장 공략법…‘사람’과 ‘재미’를 중심으로 차별화 성공
“얘야,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도록 하여라.”
우리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역사가 깊다.
명필 한석봉의 뒤에도 아들의 성적을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던 어머니가 있었다.
이런 부모들의 극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자식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봐야 안심이 되는 것은 지금의 어머니라고 다르지 않다.


수능시장을 겨냥하고 등장한 온라인 교육 사이트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아마도 극성스런 우리네 부모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서 공부를 하는 것인지, 오락을 하는 것인지, 부모들은 좌불안석일 테니까. 실제 이걸 노리고 등장한 사이트들이 있다.
이들은 유명학원에서 수십억원을 투자한 인터넷 교육 사이트들 사이에 틈새시장이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바로 과외다.
‘개별화·수준별 학습’으로 쌍방향 소통 노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인터넷 과외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직접 과외교사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중개 서비스이다.
다른 하나는 사이트에서 직접 과외를 시킨다.
과외시장의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 사이트는 대개 구인구직 사이트처럼 운영된다.
진학교육정보 www.jinhak.net, 헬로우과외 www.hellobank2000.co.kr, 과외뱅크 www.bankk.co.kr 등 100개가 넘는 사이트들이 판을 벌이고 있다.
과외교사로 등록하는 사람들의 학력과 경력, 커리큘럼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놓고, 과외수요자가 자신에게 맞는 교사를 고르도록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서비스 형태이다.
대부분 과외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과외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4천원에서 1만원 정도의 등록비를 받고 있다.
과외가 성사되면 첫달 과외비의 15~40%를 수수료로 뗀다.
이러한 사이트는 무엇보다 양질의 교사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과외교사 확보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진솔교육정보 www.jinsoledu.com 강민 기획실장은 “과외 아르바이트를 희망하는 대학생 회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에듀팅이라는 형식으로 과외교사 회원간 미팅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사이트를 커뮤니티화해 아르바이트도 얻고 정보와 재미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강 실장은 “학부모들의 미신에 가까운 믿음 때문에 서울대생이나 연·고대생을 많이 확보할수록 과외 성사율이 높아진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트들은 인터넷과는 거리가 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때문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이트에서 과외학습을 제공하는 형태는 일부 대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문제풀이를 해주던 홈페이지에서 착안했다.
한공부닷컴 www.hangongbu.com을 운영하는 소시오넷의 신창현 사장은 “유명강사를 과외교사로 모시려면 엄청난 돈을 줘야 하는데, 일방적인 강의가 그만한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며 “인터넷 과외는 인터랙티브한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공부닷컴은 서울대생들로만 과외교사를 구성해 회원 학생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문제풀이를 해준다.
과외교사들은 풀어준 문제의 수만큼 보수를 받는다.
“다른 대규모 학원 사이트들에서 받는 회비(월 2만원) 수준으로 서울대생들에게 과외를 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에듀테인먼트, “공부는 즐거워” 여기서 잠깐 다른 질문이 생긴다.
만일 한석봉이 글공부하는 걸 힘들어 하지 않고 즐거워했다면? 아니면 어머니와의 떡썰기 내기에서 이기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다면? 교육에도 재미가 필요하다는 개념에서 떠오르는 것, 바로 에듀테인먼트다.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라는 것에서 알아챌 수 있듯이 공부 그 자체를 즐거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에듀테인먼트를 무기로 새로운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오란디프 www.orandif.com는 이런 면에서 특이하다.
서울대 100여개 학내벤처 중 유일하게 인문과학 분야 벤처인 이곳에서는 중고생용 논리학 학습프로그램을 게임으로 개발했다.
직접 수험시장에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오락적 요소의 최고봉인 게임과 학습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 대표인 철학과 김영정 교수는 “텍스트를 화면에 올린다고 멀티미디어가 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그래픽과 자료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텍스트로 바꾸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사업의 성공 여부도 “얼마나 오락적 요소를 잘 살렸는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정사모(정이 넘치는 사람들의 모임) www.jungsamo.com는 대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풀어주는 동아리 사이트인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6천~8천명이 방문한다.
무료라는 강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사모는 여러 면에서 온라인 교육 사이트들이 참고할 만하다.
무엇보다 수험생들이 바라는 것을 간파하고, 바로 채워나갔다.
수험생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들의 궁금증에는 전자우편이나 게시판을 통해 최대한 응답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이러한 ‘눈높이 맞추기 전략’을 통해 인터넷 과외 사이트 가운데에서 보기 드문 인기 사이트로 부상할 수 있었다.
교육의 질은 사람의 질을 넘지 못한다 콘텐츠로 보나 자본력으로 보나 온라인 교육시장에서 소규모 업체들이 오프라인에 뿌리를 둔 막강한 업체들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이 승부를 걸어야 하는 부분은 따로 존재한다.
우수한 강사들과 함께 하든지 재미로 무장하든지. 말 그대로 수험생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 생활에 맞추려고 수업도 빼먹었다”
정사모 운영자 홍사명씨 정사모의 인기가 꽤 높다.
언론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비슷한 예로 서울대생이 만든 홍당무 www.hongdangmu.net라는 게 있었는데, 언론에서 많이 관심을 기울였지만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금방 없어졌다.
우리는 초기에 수업도 빼먹을 정도로 중고생들의 생활 사이클에 맞추었다.
하루에 쏟아지는 메일 100여통에도 일일이 답을 하려고 애를 썼다.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교육 사이트를 하나 구상중이다.
학생들이 보내는 메일 중에 ‘공부는 왜 재미없을까’란 질문이 참 많았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공부도 재밌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퀴즈 사이트를 보면서 착안한 건데, 퀴즈를 수능식으로 꾸며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화상채팅을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재미가 없다면 인터넷교육이 학원 다니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
수익성이 있을 거라 보는지. 아이들은 그냥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대학생과 만나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아이들과 대학 탐방도 하고 모임도 연 것이 적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그냥 유명한 강사가 나오면 회원들이 저절로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데, 너무 고민없이 일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원하는 이런 부분을 채워간다면 유료회원 3만명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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