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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의 야심 'IMT-2000을 꺽어라'
[독일] 독일의 야심 'IMT-2000을 꺽어라'
  • 손영욱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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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랜2, UMTS 플러스 등 신기술 속속 발표…이동통신 최고를 향한 도전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받기 위한 기업들의 공방전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식 차세대 이통통신인 유니버설이동통신시스템(UMTS·IMT-2000의 유럽식 명칭) 사업권을 둘러싸고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사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럽은 주파수 경매방식으로 UMTS 사업자를 선정한다.
영국 정부는 주파수를 경매에 부쳐 225억파운드(45조원)라는 어마어마한 재정수입을 올렸다.
8월1일부터 시작된 독일의 UMTS 주파수 경매에서도 총 낙찰가가 200억마르크(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엄청난 시장잠재력 때문에 유럽과 미국, 심지어 아시아 이동통신업체까지 UMTS 주파수 경매에 참가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단말기 회사들은 벌써부터 환상적인 광고를 내보내며 예비 고객들을 유혹한다.
손에 장미를 든 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남자가 UMTS 단말기를 통해 자신의 멋진 모습을 여인에게 보여주며 청혼하는 광고다.
차세대 이동통신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하지만 광고만큼이나 UMTS의 미래가 낭만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기업들은 경매에 지불한 어마어마한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사용료를 올리려 할 것이다.
비용이 온전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막대한 재정수입을 올린 유럽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해줄 것 같지는 않다.
경매에서 탈락한 이동통신업체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사회적 후유증은 제쳐두고라도 UMTS는 기술적으로도 ‘혁신’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UMTS의 최고 전송속도는 일반적으로 2Mbps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최고 전송속도가 128Kbps로 뚝 떨어진다.
기껏해야 모뎀 속도의 두배를 조금 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약속하는 멀티미디어의 미래는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이 아니라, ‘월드와이드웨이트’(World-Wide-Wait)라고 깎아내리는 전문가도 있다.
아날로그 기술에서 진화한 범유럽표준방식(GSM)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UMTS가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저기서 더욱 진화한 새로운 기술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세계 비동기 방식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범유럽표준방식만 해도 전송속도 면에서 빠르게 발전해 지금은 왑(WAP)기반 무선인터넷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또한 UMTS 도입에 앞서 올해 9월부터 독일 텔레콤에서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도 데이터 전송속도를 171Kbps로 크게 높였다.
허가 필요없는 고주파 사용하는 하이퍼랜2 최근엔 독일의 아헨공과대 발케 교수가 범유럽표준방식에 근거해 하이퍼랜/2(Hiperlan/2)라는, UMTS를 능가하는 무선전송기술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자그마치 4천만마르크(2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앞서 20Mbps의 전송속도를 자랑하던 하이퍼랜/1은 유럽연합이 표준기술로 채택해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교환기 전파반경이 겨우 50m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퍼랜/2는 하이퍼랜/1의 실패를 교훈삼아 짧은 전파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두가지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 중 하나가 ‘메디아포인트’(Mediapoint)라는 방식이다.
교환기를 교통신호등 크기로 줄여 도로를 따라가며 설치하거나, 인구 밀집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혁신적인 것은 사용자의 단말기들이 제각기 조그만 교환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동중인 차량에서도 100Mbps라는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다.
다른 해결책은 발케 교수와 유럽통신기술표준연구소가 공동개발해 내놓은 ‘하이퍼엑세스’(Hiperaccess)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교환기의 전파반경을 5km로 늘릴 수 있다.
전송속도가 25Mbps 수준으로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UMTS 전송 속도의 10배가 넘는다.
하이퍼랜/2 이동통신 기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5GHz 이상의 전파영역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기존 기지국 사이에 새로운 간이기지국이나 교환기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고속 이동통신이 가능하다.
게다가 기지국 설치에 드는 비용이 UMTS 경매에서 낙찰받는 가격보다 싸다.
주파수경매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중소규모 이동통신업체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야심작 ‘UMTS-플러스’ 독일 정부는 UMTS 기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3200만마르크(160억원)를 들여 ‘UMTS-플러스’라는 새로운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크게 두가지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번째 영역은 이른바 ‘소바스’(SORBAS·Software Radio Based Acces System)라고 불리는 것이다.
하드웨어에 속하는 단말기와 교환기의 기능을 소프트웨어화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 기능을 업데이트하기가 쉬워지고, 수시로 변하는 표준방식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기존 GSM나 UMTS, 하이퍼랜/2의 장점들도 쉽게 통합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 거는 독일 정부의 기대가 클 만하다.
두번째 영역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해 어느 네트워크에서나 쓸 수 있는 영상통신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음악파일 압축기술인 MP3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독일의 기술진을 중심으로 현재 ‘엠펙4’(MPEG4)라는 비디오파일 압축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비디오 정보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미국에 뒤져 있다는 위기의식과 이동통신 분야에서 만큼은 앞선 기술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독일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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