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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사를 위한 의기투합 "한데 모여!"
[미국] 생사를 위한 의기투합 "한데 모여!"
  • 이철민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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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기업들 협력, 합병 열기 뜨거워…불필요한 지출 줄이고 고객 늘여 규모의 경제 노려
미국의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시장이 뜨겁다.
시장이 활황세라는 것이 아니다.
기세좋게 등장했던 B2B 사이트들이 살아남기 위해 내뿜는 안간힘 때문이다.


B2B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아리바’ www.ariba.com와 ‘커머스원’ www.commerceone.com은 서비스 중개료가 아니라 시스템 판매와 컨설팅을 통한 수입잡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도 이들 순수 B2B 기업의 형편은 나은 편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B2B 기업들은 판매할 시스템이나 컨설팅 노하우도 없어 어찌 해볼 수가 없다.
그러니 머릿속이 뜨거울 수밖에.기업들은 앞다퉈 자구책을 찾아나섰다.
순수 B2B 기업이든 오프라인 기반의 B2B 기업이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인수·합병·협력이다.
B2B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합병이나 협력쪽에 좀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합병이나 협력을 통해 고객 규모를 늘릴 수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동마케팅 효과도 노릴 수 있다.
B2B 업체들은 그동안 초기 시장선점을 위해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지만 그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했다.
대규모 합병전의 무대가 된 B2B 시장 최근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했다.
합병·협력의 길을 선택한 항공업체들의 움직임이다.
지난 7월 말 13개 항공업체들이 공동으로 B2B 익스체인지(Exchange)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종의 ‘트레이딩 허브’라고 할 수 있는 이 서비스의 이름은 에어로익스체인지(Aeroxchange). 에어캐나다, 전일본항공, 아메리카 웨스트, 케세이 퍼시픽, 페덱스, 일본항공, 루프트한자, 노스웨스트, 스칸디나비안 에어라인, 싱가포르 에어라인, 에어 뉴질랜드, 오스트리안 에어라인, KLM 등 참여한 업체들의 면모도 쟁쟁하다.
이들 중량급 항공회사가 이런 협력관계를 맺게 된 것은,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개시한 마이에어크래프트(MyAircraft.com), 파츠베이스(PartsBase.com), 에이비에이션엑스(AviationX)와 몇몇 항공기 제조사들의 B2B 마켓플레이스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감이 공동전선 구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두개의 마켓플레이스가 독식할 만큼 항공시장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주도권 경쟁에서 한번 밀려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접착제로 작용했다.
순수 B2B 업체들의 합병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최근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수산물을 중개하는 B2B 업체인 월드캐치 WorldCatch.com와 피시몽거 Fishmonger.com의 합병이다.
수산물 B2B 시장에서 나름대로 잘 나가던 두 회사가 합병을 선택하기에 이른 것은, ‘글로벌 푸드 익스체인지’(Global Food Exchange)라는 음식물 B2B 업체가 ‘글로스터 시푸드 디스플레이 옥션’(Gloucester Seafood Display Auction)을 인수하고, 여기에 미국어업협회의 800여 회원업체가 해산물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데서 받은 자극 때문이다.
수산업의 경우 대형화된 B2B 마켓플레이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예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것도 두 회사의 투자자들과 경영진을 움직였다.
두 회사는 합병 후 ‘월드캐치닷컴’ WorldCatch.com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어제만 해도 거대 시장을 놓고 먹고 먹히는 치열한 경쟁이 빚어질 것이라 예상됐던 B2B 시장이 오늘은 살아남기 위한 대규모 합병전의 무대가 돼버렸다.
내일은 또 누가, 누구와 지친 어깨를 맞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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