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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전자상거래는 석양, 인프라는 아침
[머니] 전자상거래는 석양, 인프라는 아침
  • 박종생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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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나스닥 대폭락 이후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동향...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 여전히 강세 ‘피의 금요일’ 이후 미국의 벤처 생태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된 인터넷 열기는 3월31일 나스닥의 대폭락을 계기로 ‘튤립거품’처럼 스러질 듯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숫자들을 보면 적어도 아직까진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8월 초 미국의 몇몇 기관들은 올 2분기 벤처캐피털들의 투자현황을 발표했다.
1분기 끝 무렵 인터넷주가 대폭락한 탓에 2분기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추이는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미국 벤처기업의 화려한 만개를 빚어낸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동향은 곧바로 벤처기업의 발전방향이 어느 쪽을 향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증시불안에도 투자는 왕성 벤처캐피털 투자동향 발표는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와 벤처캐피털 정보제공 업체인 벤처원(VentureOne) 등 두곳에서 나왔다.
발표 내용을 보면 조사대상 업체 수의 차이에 따라 전체적인 투자규모는 다르지만 추이는 비슷하다.
우선 2분기 벤처캐피털들의 벤처 투자규모는 1분기에 견주어 소폭 감소했다.
NVCA는 2분기 투자규모가 245억8400만달러로 1분기(248억700만달러)보다 0.9%(2억2300만달러) 줄어들었다고 집계했다.
그렇지만 이는 99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96%나 증가한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이 증시 불안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투자했다는 얘기다.
투자받은 벤처기업 수는 1분기 1627개에서 2분기에는 1695개로 늘어났다.
벤처원 조사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관심은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가 과연 어떻게 됐느냐는 것이다.
NVCA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는 1분기에 191억달러에서 2분기에는 199억달러로 8억달러(4.2%)가 늘어났다.
반면 벤처원의 조사결과는 약간 다르다.
벤처원에 따르면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금액은 1분기 153억9천만달러에서 2분기에 147억5천만달러로 소폭 감소(4.2%)했다.
98년 1분기 이후 급증해오던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가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조사대상 업체 수가 다른 데서 비롯했지만 두드러진 차이는 아니다.
이보다는 인터넷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2분기 들어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절대규모로 보면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엄청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벤처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터넷 부문에 투자된 돈은 301억5천만달러로 99년 전체(280억3천만달러)보다도 오히려 많다.
또 인터넷 부문에 대한 투자는 올 상반기 벤처캐피털의 총 투자액 중 85%를 차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터넷 회사로의 엄청난 자금유입이 차츰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자금이 투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콘텐츠 및 서비스는 소폭 증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인터넷 산업에서 벤처캐피털들의 부문별 선호대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 기간중 전자상거래 부문이 벤처캐피털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고, 통신 등 인터넷 인프라 부문이 각광을 받았다.
NVCA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에 대한 투자는 1분기에 52억달러에서 2분기에는 28억달러로 46.2%나 급감했다.
반면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1분기 38억4천만달러에서 2분기 54억달러로 40%나 증가했다.
온라인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도 크게 늘어났으며, 온라인 콘텐츠 및 서비스는 소폭 증가했다.
(<표3> 참조) 벤처원의 자료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된다.
전자상거래 회사들은 투자받은 금액이 지난해 4분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 부문이 인터넷 부문 총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떨어졌다.
(<표4> 참조) 이는 인터넷 인프라 기업이 성공할 기회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NVCA의 의뢰를 받아 이번 조사를 실시한 벤처이코노믹스의 제시 레이즈 부회장은 “이런 흐름은 인터넷 통신 및 인프라회사들에 거대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신경제가 현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신산업이 급격히 확장돼 인터넷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원의 사샤 탈레비 이사도 인프라와 통신 부문을 인터넷 발전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는 성장영역으로 꼽았다.
그는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인 캐롤리나 브로드밴드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올 5월 펀딩 1라운드에서 4억200만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1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은 회사는 11개인데, 이 가운데 8개 회사가 통신회사라고 그는 덧붙였다.
산업 전체로 보면 온라인 부문, 통신,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 등 정보기술(IT)산업이 계속해서 투자를 많이 받고 있다.
온라인 부문(인터넷없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협의의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는 1분기에 총 투자액의 53%에서 2분기에는 50%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는 1분기에 총 투자액의 14.2%에서 2분기에 17.4%로 증가했다.
IT산업에 대한 투자는 올 2분기에 모두 101억4천만달러를 기록해 1분기(91억8천만달러)보다 10억달러 이상 늘어났다.
IT산업 모든 부문이 증가세를 보였으며, 특히 통신, 정보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인상적인 기록을 보였다.
IT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어 2배 이상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IT산업 투자는 193억달러로 99년 한해(206억6천만달러) 전체 투자에 근접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올 3월 나스닥의 혼란이 벤처투자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같은 기간(2분기) 동안 나스닥지수가 13%나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터넷주들의 대폭락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부문에 대한 투자가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몇가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벤처캐피털들이 지난해 각광을 받았던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미디어 회사들에 등을 돌린 반면, 자금에 목말랐던 인터넷 인프라 회사들에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부문 투자는 이 기간 중 2억2천만달러가 줄었지만, 인프라 부문 투자는 5억1천만달러가 늘어났다.
인프라 부문에 대한 투자 증대가 상거래 부문의 투자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은 것이다.
벤처캐피털 악셀 파트너스의 파트너인 짐 브레여는 “인터넷 부문 안에서 관심 분야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인프라 투자는 둔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번째 이유는 인터넷기업들이 나스닥과 같은 공개시장에서 냉대를 받자 아예 공개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대신 자금조달 창구를 벤처캐피털로 대거 옮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시장 상황을 반영해 자신들의 기업가치를 싸게 매겼다.
벤처캐피털로서는 싼 값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한 셈이다.
IPO(기업공개) 직전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테크놀로지 크로스오버 벤처스의 파트너 제이 호아그는 “후기단계 벤처기업들의 가치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우리는 오히려 올 2분기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기단계의 벤처기업들은 나스닥이 조정을 보일 때까지 18개월 동안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세번째는 벤처캐피털들이 풍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NVCA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99년 한해에만 460억달러를 조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금까지 스펙트럼 에쿼티 인베스터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11개 벤처캐피털들이 10억달러 이상의 펀드를 조성했다.
10억달러 이상의 펀드를 조성한 회사는 지난해는 불과 4개 회사, 98년에는 1개에 불과했다.
벤처캐피털 패트리코프의 제너럴 파트너인 폴 바이스는 이를 “펀딩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이 부족하지 않으며, 이들에게 투자할 자금도 부족하지 않다”고 표현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기업공개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벤처기업들은 생존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런 투자 추세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자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매업체들의 헐값 판매가 많아지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온라인 음반소매업체인 CD나우가 최근 독일의 베텔스만에 1억1700만달러에 팔렸는데, 이는 98년 2월 IPO 당시 시가총액과 견줘볼 때 80%나 떨어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계속 위험신호 생명공학 관련 투자는 최근 감소하고 있다.
생명공학 부문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올 1분기에 5억9400만달러에서 2분기에 3억3700만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NVCA의 존 테일러 이사는 “1분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며 “전반적으로 이 부문에 대한 투자규모는 지난 수년간의 수준보다 많다”고 말했다.
99년 1분기에 는 2억1400만달러였으며, 99년 한해 총 투자액은 11억8천만달러였다.
이런 투자실적들만 보면 미국 벤처 생태계는 얼핏 건전해 보인다.
나스닥 대폭락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포함한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 붐에 대해 계속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거대한 자금은 혜택과 위험을 동시에 가져온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규모 벤처캐피털 자금은 일반적으로 소규모 자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곤란에 빠진 벤처캐피털들의 예가 많다는 것도 역사는 말해준다.
”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조시 러너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터넷 부문 내 투자비중 추이
(자료:Venture One, 단위:%)
99년 1분기
2분기
3분기
4분기
2000년 1분기
2분기
비즈니스서비스
39
34
40
46
51
48
콘텐츠
5
7
7
5
5
4
전자상거래
12
14
16
12
5
3
인프라
11
12
13
10
11
15
ISP
13
9
6
11
10
12
소프트웨어/DB
20
24
17
17
18
18
미국 IPO 시장 되살아나나
신규상장 프리미엄 다시 고개…마지막 숨고르기 경고도 찬바람이 불던 미국 IPO(신규상장)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부는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넷 주식정보 네트워크인 <인터넷스톡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나스닥지수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는데도 이달에만 99개 기업의 IPO가 예정돼 있다.
8월 첫쨋주에는 28개사가 IPO에 나섰으며, 둘쨋주에는 10일(목)까지 24개사가 IPO에 나섰다.
특히 인터넷기업의 IPO도 회복세를 보여, 지난 5월 6건에 그쳤던 것이 6월에 11건, 7월에는 13건으로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신규상장 프리미엄도 되살아나고 있다.
이볼브소프트웨어는 거래 첫날인 지난 10일 기준가격 9달러의 2배인 18달러로 시작했다.
같은 날 상장한 생명공학업체 라지스케일바이올로지도 시장이 열리자마자 공모가보다 53% 높은 가격에 첫 거래가 이뤄졌다.
인터넷기업의 상장 첫날 평균 주가상승률은 지난달 평균 68%로, 4월의 31%, 5월의 38%에 견주면 큰 폭으로 회복됐다.
인터넷주식의 첫날 상승률은 지난 1월에는 160%, 2월에는 126%였다.
월가에서는 4~5월 증시침체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던 IPO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위트사운드뷰의 수석 기술주분석가인 아놀드 버만은 “미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IPO 시장이 해빙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회복기로 접어들었다기보다는 기나긴 경기둔화기를 앞둔 일시적인 ‘반등’으로 보는 분석가들도 있다.
미드타운리서치의 스콧 사이프렐 이사는 “숨을 거두기 직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며 “최근의 IPO 급증세는 오히려 증시 수급균형을 깨뜨려 주가급락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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