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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코스닥-나스닥 ‘은밀한 만남’
[포커스] 코스닥-나스닥 ‘은밀한 만남’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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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임직원 비공개 방문, 국내 시장현황 조사…교차거래 성사 여부 관심
전세계 첨단기업을 아우르는 국제증권거래시장으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미국 나스닥증권시장이 최근 비공개리에 코스닥증권시장을 방문해 시장현황 관련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돼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스닥의 그레거 베일러 전산담당 대표이사 등 4명의 임직원들은 11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코스닥시장을 방문했다.
이들이 요청한 자료에는 코스닥에서 시장현황, 상장 및 폐지 현황, 전산운영 현황, 매매 및 결제제도, 공시 및 시장관리제도, 코스닥증권의 재무상황 등 코스닥증권시장의 운영·제도·기업현황에 대한 내용이 총체적으로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의 이번 방문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이들이 최근 시도하고 있는 전세계 확장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 때문이다.
나스닥은 올해부터 “전세계 증권시장의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24시간 끊이지 않고 돌아가는 국제 첨단기술주 전용시장으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끊임없는 해외 진출 움직임을 보였다.
유럽·북미 증시 통합 계획 나스닥은 올해 초 이미 ‘나스닥 유럽’을 창설해 유럽과 북미 증시를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지난 5월 유럽 최대인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가 합병하겠다고 발표한 뒤 더욱 구체화됐다.
양쪽 거래소의 통합증시와 50%씩 공동출자해 아예 유럽통합증시를 만들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뒤 런던과 독일증권거래소 통합협상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나스닥은 여전히 양쪽 증시와 각각 제휴해 유럽통합증시를 이루겠다는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일본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설립한 나스닥재팬도 거래를 개시했다.
나스닥인터내셔널 마거릿 켈리 부사장은 “나스닥의 궁극적인 목표는 뉴욕 시장이 문을 닫기 전에 아시아 시장이 문을 열고, 아시아 시장이 문을 닫기 전에 런던 시장이 문을 열면서 24시간 동안 끊이지 않는 증권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낮에만 거래하던 기존 체제에서는 시차문제 때문에 다른 나라 증시와 교차거래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인수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24시간거래 체제가 되면 전세계 어느 증권거래소와도 제휴해서 상장기업을 공유해 교차거래할 수 있게 된다.
명실상부한 세계증권시장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양측 입장 교묘하게 맞아 나스닥의 이런 전략은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코스닥 쪽 입장과도 절묘하게 맞물린다.
코스닥은 그동안 등록기업이 국내 벤처기업으로만 한정돼 소규모 시장으로 인식되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나스닥과 제휴를 모색해왔다.
나스닥의 대형 IT기업들이 코스닥에서 거래된다면 시장규모를 훨씬 키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강정호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은 지난해 11월 “나스닥 방문 결과 나스닥인터내셔널이 한국, 중국, 남아공과 장기적으로 제휴를 맺을 뜻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나스닥과 공동으로 코스닥에 자본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나스닥시장 방문은 코스닥 설립 뒤 최초로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코스닥증권시장에서만 2박3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나스닥 쪽에서 방문 사실을 공개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끈다.
코스닥 쪽에서는 “일반적 현황설명이 있었을 뿐”이라고 애써 축소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두 시장 사이에 주요종목의 교차상장 또는 교차거래, 24시간 증권거래 시스템 도입, 전자증권거래소(ECN) 도입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돈다.
물론 코스닥증권시장 지분이 증권업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으로 흩어져 있고 외국 기업의 국내상장이나 국내거래가 전례가 없어 제휴가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운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재정경제부가 입장을 정한다면 못할 것은 없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코스닥과 나스닥의 ‘은밀한 만남’이 얼마나 발전적 관계로 승화하느냐의 열쇠는 역시 정부가 쥐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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