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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상승장 기다리며 일단 쉬자!
[머니] 상승장 기다리며 일단 쉬자!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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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장세 의견 분분… 성장주 중심 리스크 적은 투자가 바람직

“상승장세는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하여 행복감 속에서 사라져간다.


“이번만은 다르다는 말이야말로 지금까지 투자자를 가장 손해보게 한 말이다.
”(증권가 격언)


한국은행이 한달 만에 콜금리를 또다시 인하했다.
국고채 수익률은 5% 이하로 급락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8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여의도 여기저기서는 엇갈린 전망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유동성 장세, 즉 금융장세에 대한 장밋빛 희망들이 생산된다.
은행권 수신금리가 바닥권으로 떨어짐에 따라 시중자금이 1%라도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는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편은 금리인하가 유동성 장세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현금보유 경향만 부추기는 ‘유동성 함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중의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 만한 재료나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다.


종합주가지수 역시 갈팡질팡하고 있다.
7월 말 은행예금 금리가 4%대로 떨어지자 금융장세를 기대하면서 570선까지 급등했던 지수는 나스닥시장의 급락세와 주가지수옵션 만기일이란 ‘연합 악재’에 밀려 550선 아래로 밀려났다가 지난주말 다시 555포인트를 회복하면서 치고 올라왔다.
주식거래량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3억주를 밑돌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하면서 시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금융장세 진입기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일단 대폭 낮아진 금리를 주시한다.
낮은 금리는 주식 보유에 대한 매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매수세를 불러온다.
국내외 불황이 이미 깊은 바닥에 와 있다는 점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온다.
현대투신증권 투자전략팀 김승현 선임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악화세가 두드러진 것을 오히려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다.
적극적인 경기조정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고 관련 지표들이 호전세를 보이고 있어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하반기 회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빠르면 3분기 중에 경기회복 신호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주가의 바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올해 들어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수는 처음엔 490, 그 다음엔 520, 세번째엔 540선에서 반등했다.
이런 모습은 장기적인 상승장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서울증권 투자분석팀 박상욱 차장은 고객예탁금이 더는 줄어들지 않고 완만한 상승세에 들어섰다는 점을 주목한다.
하락장세에서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을 챙긴 뒤 계좌에서 돈을 빼낸다.
그러나 상승장세가 미약하게나마 기대되는 국면에서는 번 돈을 계좌에 그대로 둔다.
박 차장은 “금융장세의 시작은 이렇게 주식을 판 돈을 빼내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고객예탁금은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에 후행한다는 것이다.
아직 주가상승의 조짐은 미약하지만 “상승장세는 비관 속에 태어난다.
” 따라서 금융장세론자들은 금융주와 저가대형주를 보유하길 권유한다.
곧 찾아올 금융장세에서 금융주와 저가대형주들은 주가상승을 이끌 주역이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주가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630에서 520까지 100포인트가 급락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하락 폭의 50%인 50포인트가 반등해 570포인트까지 갔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투자정보팀 나민호 팀장은 “역금융, 역실적 장세가 지나갔긴 했지만 언제 금융장세가 올 건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나 팀장은 고객예탁금이 하루 1조원 이상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 금융장세의 시작신호라고 본다.
이것은 초저금리 상황에선 고객예탁금이 줄어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금융장세가 시작된다는 견해와는 사뭇 다른 의견이다.
이렇게 변동성이 심하고 해석이 분분한 장세에선 정석으로 돌아가 리스크가 적은 투자를 하면서 상승추세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자세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 투자전략팀 황상윤 부장은 일단 한발 떨어져서 보라고 충고한다.
금융장세의 시작을 확인한 뒤에라도 주식을 살 기회는 많다는 것이다.
돈은 먹잇감이 있으면 언제든 흘러들어오지만, 지금처럼 안갯속 같은 형국엔 먹잇감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돈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때엔 시장에 뛰어들어도 큰 수익을 얻기 어렵다.
차라리 확실한 대세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쉬어가는 것이 낫다.
굳이 투자를 하려면 성장주를 찾는 것이 좋다.
경기관련주와 전통주는 상반기 내내 조정을 겪으면서 이미 적정주가를 찾았고, 실적이 좋은 것 하나만으로 주가가 오르던 실적주들도 이미 투자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주식시장의 4계를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보 투자자라면, 기술적 분석의 고수로 꼽히는 황 부장조차 기본적 분석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깊은 뜻을 되씹으면서 상승장세가 올 때까지 계절의 변화를 멀찍이서 음미해보는 것이 어떨까.
주식시장에도 사계절이 있다
경제지표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특히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미국 경제와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은 아직도 어둠의 혼란 속에 있다.
8월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분석자료 ‘베이지북’은 경기 부진이 소비까지 전부문으로 확산,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 회사인 데이터퀘스트는 8일 올해 반도체 시장 전체 매출이 168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25.8%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 내놓은 매출 하락률 전망치 17%를 대폭 하향조정한 것이다.
여명이 밝아오기 전의 어둠이 가장 어둡다.
봄을 알리는 첫 꽃은 눈 속에서 피어난다.
무질서해 보이는 주식시장에도 일정한 질서가 있다.
주식시장의 고전인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은 그 질서에 대해 말한다.
저자 우라가미 구니오는 40여년 이상 일본 증권가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주식시장에도 사계절이 있음을 깨달았단다.
금융장세, 실적장세, 역금융장세, 역실적장세가 그것이다.
그는 금융장세를 사계절 중 봄에 비유한다.
금융장세는 실적장세로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강한 상승바람을 일으킨다.
금융장세가 시작된다는 신호는 크게 보아 세가지다.
우선 거래량이 증가한다.
상승종목수도 늘어난다.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금리인하정책으로 초저금리상태가 지속된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불경기상황 속에서 주가가 오르는 모습이 비정상적인 과열로 보이기도 한다.
이윽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실적장세가 시작된다.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금리와 주가도 계속 상승세를 탄다.
이에 따라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머리를 들 때, 주가는 정점에 이른다.
이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역금융장세가 나타난다.
주식시장의 하락장세를 예고하는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경기가 후퇴하고 기업수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주식시장은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든다.
이것이 역실적장세다.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은 재고 조정을 하고 주식시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을 솎아낸다.
역실적장세에 시장은 바닥을 다지면서 금융장세로 도약을 준비한다.
이것을 한국 시장에 대입하면, 98년 후반 300선에서 금융장세가 시작했다.
99년1월 650선까지 오른 뒤, 2000년 초 1000선까지 올랐을 때엔 실적장세였다.
그리고 대우사태가 터진 뒤 금융시장이 경색된 탓으로 역금융장세가 벌어졌고, 최근까지 첨단기술주 실적악화 우려로 역실적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하락장세의 끝에 있는 셈이다.
이 하락장세의 시작과 끝이 언제인지는 주식분석 40여년의 베테랑도 예상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인용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의 모양이 각각 다르다.
” 상승장세의 유형은 비슷하지만 하락장세나 조정장세의 유형은 여러가지다.
더군다나 수출 위주의 경제체제 속에 있는 우리 주식시장은 일본보다 더 해외경제 환경에 민감하다.
봄은 오지만 언제 올지 알기는 역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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