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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몸값을 높여드립니다”
[직업] “몸값을 높여드립니다”
  • 이종구 경희대 취업정보실
  • 승인 2001.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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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계속되자 기업들이 감원경영으로 돌파구를 찾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전직 지원) 서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침체된 경기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심심찮게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M&A(기업인수합병)에 따른 파장은 실업자를 양산했고, 그런 과정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선진국 기업들은 평시에는 조기·정년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찾아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불황 때는 정리해고자나 조기퇴직자를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운영한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는 헤드헌팅 업체와 컨설팅 업체들이 적극 참여한다.
이들 업체는 조기 또는 만기 퇴직자는 물론이고 신규 취업자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는 기업과 퇴직자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을 통해 퇴직자에게 다양한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노조나 해고 대상자와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정리해고자나 퇴직대상자의 입장에서는 재취업이나 창업에 관한 정보를 혼자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보다 전문업체로부터 체계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는 전직자의 재취업이나 창업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그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구실도 한다.
기업과 퇴직자 모두에 호평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해, 지금은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수천명을 감원할 때, 임원에게는 새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하고 직원에게는 재취업 교육을 지원했다는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배려였다.
미국의 경우는 이 제도가 1965년에 처음 도입됐고, 지금은 관련 시장이 1조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들 가운데 72%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상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하니, 미국에서는 이 제도가 이미 일반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럽은 70년에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지금 이 제도와 관련된 시장 규모가 3500억원에 이른다.
이웃 일본에서는 82년에 이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시장 규모가 4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에 있다.
일부 헤드헌팅 업체들이 90년대 초부터 이를 도입하긴 했으나, 다른 기업들에게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바라보게 됐다.
그 결과 지금은 상당수 기업들이 전문업체를 활용해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고, 일부 대기업은 이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이용해 사원에게 재취업이나 창업의 기회를 준 기업으로는 SK텔레콤, 현대전자, 한미은행, LG건설, 한국통신, 포스틸 등 수십개 업체가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기업보다는 이미 이 제도에 익숙한 한국 진출 외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이다.
국내 업체 가운데 한국통신은 자체 시스템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99년 4월 서울 목동에 문을 연 ‘KT그린플랜 지원센터’는 재취업과 창업에 관한 교육에서부터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기업들이 재취업 교육을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고려하면, 한국통신의 자체운영 방식은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운영 위탁을 받은 CBS컨설팅은 자사 직원들을 상주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나서 회사를 창업해 현재 잘 나가는 기업도 여럿이다.
그 대표적인 업체는 지난해 3월 설립된 한네트관광개발이다.
이 회사는 창업한 지 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설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포항제철의 판매 자회사인 포스틸은 외부 아웃플레이스먼트 전문업체를 활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다.
포스틸은 99년 초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직 교육을 실시하는 데 전직 지원 서비스 전문업체인 DBM코리아를 활용했다.
현재 국내에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업무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업체가 10여개 정도 있다.
DBM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이 회사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다운사이징 프로세스의 설계에서부터 퇴직자의 진로 개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채용 관리와 조직원 경력 관리 기법은 컨설팅을 받은 고객사가 감탄할 만큼 호평을 듣고 있다고 한다.
재취업·창업·재테크 등 토털 서비스 국내 기업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에서는 이 서비스가 직업훈련이나 전직교육 등 재취업을 단지 ‘지원’하는 체제로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완전히 재취업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들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과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가 계약할 때 전직 대상자의 재취업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다투다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진다.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국내기업의 인식 수준에 대해 잡비전코리아 정징대 사장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계약할 때 재취업을 보장한다는 각서까지 요구하는 기업이 많다”고 전한다.
그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는 개인이 전직을 위해 자신의 경쟁력과 정보력을 높일 수 있게 다양한 교육과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취업을 보장하는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연령과 경력, 눈높이, 재교육 소화능력에 따라서는 재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취업 자체가 계약의 전제조건이 되거나, 결과적으로 재취업률이 낮으면 실패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징대 사장은 “제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퇴직자가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처음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도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를 활용하면 취업정보를 얻거나 경력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가 헤드헌터 업무와 인재파견 사업 혹은 채용 대행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이직과 전직에 관한 정보는 물론 다양한 취업정보도 제공하며, 신규인력만 따로 가려 인력풀 제도를 가동하는 업체도 있다.
창업정보도 풍부하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들은 조기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자본 창업 교육과 부업 교육도 하고 있는 만큼, 창업에 관심이 있는 신규인력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자격증 취득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도 있다.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몸값 높이기 차원에서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하며, 자격증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한 업종도 있기 때문이다.
재취업과 창업 알선 도우미 역할을 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의 전망은 매우 밝다.
전직·재취업 지원교육은 물론 취업정보 제공, 창업 지원, 자격증 교육과 인력 풀을 통한 경력관리를 연계시켜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기존 취업정보 업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서비스 대상도 정리해고자와 퇴직자 위주에서 이직·전직자와 신규취업 예정자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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