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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국제회의 기획전문가 김종문
[나는프로] 국제회의 기획전문가 김종문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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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리는 전방위 민간외교관
A는 Accept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라’는 것이고, B는 Believe로 ‘일단 믿으라’는 얘기다.
C는 Care로 ‘잘못을 감싸주라’는 뜻이다.
D는 뜻밖에도 Desire로 ‘큰 꿈을 심어주라’는 뜻이며, 자신이 기획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최고의 성과를 얻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E는 Erase, 즉 ‘모든 것을 용서하라’는 의미다.
이제서야 국제회의 기획전문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대해 대충 짐작할 것이다.


국제회의 기획전문가는 우리나라의 높아지는 국제적 위상에 발맞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전문직종 중 하나다.
적게는 몇 나라부터 많게는 100여개가 넘는 나라까지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준비하는 직업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다음 떠나는 날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가장 뚜렷하게 심을 수 있는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국제회의 기획전문가들이다.

국제회의 크게 늘어 전망 밝아 국제회의 전문가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최초 회의를 유치하는 모습은 올림픽유치위원회의 그것과 닮아 있고, 회의 참석자들을 맞이하는 모습은 여행가이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성공적으로 회의를 마치고 떠날 때는 우리나라를 기억나게 하는 전방위 외교관과 다름이 없다.
회의기간 중에 외국인들이 쓸 수백만, 수천만달러의 외화를 생각하면, 그들이 관광산업의 첨병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가져야 할 기본능력은 무엇일까. 우선 모든 사람이 예상할 수 있듯이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외국에서 살다온 경험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하고, 그렇지 않다면 토익 점수가 900점 이상은 되어야 한다.
실제로 국제회의 기획전문가 세계에서는 3개 국어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
컴퓨터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외국에 회의를 유치하겠다고 발송하는 최초 기획문서부터 외국인이 입국해 떠나는 순간까지 남기는 그들의 사소한 정보 하나하나까지 컴퓨터로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해야 한다.
컴퓨터 활용능력을 키우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직접 외국인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해야 하니, 정말 까다로운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임이 분명하다.
국제회의 기획전문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차가운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필요한 자격요건들도 많다.
회의와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책을 배치하며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는 세심함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나라에 온다.
그들이 주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감당하려면, 그것에 대응할 인내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또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책임감도 있어야 할 테고,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감도 높일 수 있다.
그들은 국제회의 기획과 실행이 곧 우리나라의 이미지라고 여긴다.
“우리는 모두가 외교관입니다.
우리가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에게 결정적인 잘못을 하면 우리나라가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셈이죠. 어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어려운 직종임을 알고 도전해야 합니다.
홍보사절로서 서비스 감각 갖춰야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데도 국제회의 기획전문가의 국내 위상은 아직 그에 못미친다.
각종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면서 우리 경제에 주는 이익을 모두가 인식하고는 있지만, 국내에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변변한 자격증 제도 하나 없는 것도 현실이다.
큰 국제회의를 모두 주관할 수 있는 메이저급 전문기업은 서너곳에 불과하고, 많은 부분을 외주를 통해 끌고가는 업체까지 합해도 국제회의 기획회사는 50여곳에 불과하다.
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은 다른 곳에서도 구하기 힘든 상당한 능력의 인재임을 감안하면 연봉이나 각종 대우가 그에 걸맞지 않다는 것에 대해 김종문씨는 상당히 아쉬워한다.
또한 국제회의 기획전문가라는 직업은 어렵고 힘든 현장체험을 1~2년 거친 뒤에야 비로소 회의 기획이나 진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6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국제회의 수는 이전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국제회의 관련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인력이 아직 부족해, 능력있는 젊은이라면 길게 내다보고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김종문씨는 말했다.
김씨의 원래 꿈은 외교관이었다.
대학시절 독일어를 전공하면서 외국어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 영어를 잘 한다.
그는 대한항공에 입사하면서 국제적 감각을 익혔고, 계열사인 한진관광에서 국제회의 기획 일을 맡으면서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
이어 그는 89년 세계간호학회 총회 일을 시작으로 지난해 아셈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의를 주관·기획하며 국제회의 전문가라는 생소한 분야를 개척했다.
김씨는 그동안 수많은 국제회의의 기획과 진행을 맡아오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지금 ‘국제회의전문가교육원’이라는 교육기관과 일부 대학에서 미래 국제회의 기획의 주역이 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외화 획득의 첨병이며 한국의 홍보사절 역할을 할 예비 국제회의 전문가들에게 김종문씨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전문가가 될 것”을 바란다.
“‘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유는 자유에 대한 의무를 다했을 때 이룰 수 있습니다.
국제회의 전문가에게 이처럼 어울리는 말은 없습니다.
” 김종문씨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직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국제회의 전문가를 무조건 동경하는 철부지가 있다면 당장 마음을 돌려먹으라고 말하고 싶단다.
국제회의 전문가가 되는길
국제회의 기획전문가란 국제회의 유치에서부터 진행과 마무리까지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회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영어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어 실력보다 치밀한 사고력과 기획력, 그리고 세계인을 상대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와 국제적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국내외 저명인사와 기업인들까지 각 분야 리더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정보와 문화를 교류하는 회의와 전시를 개최·주관하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행사를 통해 얻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
국제회의 참가자 1명을 유치하는 것은 자동차 4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잘 진행된 국제회의는 회의 주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기 때문에 다양한 국제회의를 유치하려는 국가간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는 국제회의 육성법을 만들어 2009년까지 11개의 컨벤션센터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고부가가치의 국제회의를 만들어내는 회의기획자가 되기 위한 자격조건으로는 중상급 이상의 외국어(영어) 실력과 컴퓨터 활용능력 외에 회의 기획과 조직, 관광 마케팅, 연회 행사 등에 대한 이론과 실무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요즘에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회의기획서 작성 수업에서부터 회의진행 실무와 현장연수 등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국제회의 기획가를 공인해주는 국가자격시험을 도입하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자격증 제도가 도입되면, 일단 자격증을 따두는 것이 전문가로 활동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다른 전문직종도 마찬가지지만,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몸값은 천차만별로 다르다.
수억원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0여만원에 불과한 초보자도 있다.
행사기간에만 일하는 프리랜서에서부터 기업체, 학회, 협회, 국제회의 전문업체(PCO) 등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 용산과 부산, 고양 등지에 국제 컨벤션센터 건립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젊고 유능한 국제회의 기획전문가가 일할 자리는 더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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