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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베이징 건설특수 ‘그림의 떡’
[포커스] 베이징 건설특수 ‘그림의 떡’
  • 전현식 LG투자증권 연구원
  • 승인 2001.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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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체 올림픽 관련 공사 수혜가능성 제한적… 중국 WTO 가입에 한가닥 희망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삽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발판으로 비약적 경제성장을 노리는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 국가의 운명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만 봐도 이전 올림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 정부의 ‘15개년 경제계획 요강’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위해 도시 인프라 건설 부문에 1800억위안(28조원), 올림픽 관련 시설 부문에 1000억위안(16조원) 등 모두 2800억위안(44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처럼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투자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들은 베이징 올림픽 건설특수에서 한몫 잡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국내 건설경기를 녹일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사정을 냉정하게 살펴볼 때 국내 건설업계가 올림픽 특수로 얻을 수 있는 떡고물은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
배타적인 제도가 큰 걸림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건설 관련 제도 때문이다.
우선 외국업체는 중국 내에서 건설면허를 따는 것이 매우 어렵다.
중국에서는 외국기업이 독자적으로 종합건설업 면허를 딸 수 없고,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야만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종합건설업 면허를 따더라도 걸림돌은 존재한다.
중국에서는 외국업체들의 수주를 가로막는 ‘만리장성’ 같은 유형무형의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금액을 외국인이 투자하는 건설공사, 국제기구의 차관으로 건설되는 공사, 중국 건설업체가 수행할 수 없는 고난도 공사 등만 외국업체가 수주할 수 있다.
국제차관을 도입해 건설되는 공사라도 단일 공사를 여러 개의 섹터로 분리해 발주한다.
따라서 외국업체가 수주를 하더라도 시공을 할 수 없는 등 여러가지 제약이 따르고 있다.
또한 민간 공사의 경우에도 공개입찰, 지명입찰, 수의계약 등의 형태로 계약이 이뤄지지만 보통 내부담합이 이뤄지기 때문에 외국업체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에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
2000년 1월부터 시행한 ‘중화인민공화국 입찰공고 및 입찰법’에서는 중국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의 경우, 원천적으로 외국업체의 단독입찰을 금지하고 있다.
외국업체들의 참여가 그나마 자유로운 설계, 건설 관련 컨설팅 분야는 경쟁이 몹시 치열하다.
워낙 큰 시장인 중국을 노리는 건설업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벡텔, 웨스팅하우스, 플루어다니엘, 스콧윌슨 등 세계적 업체들이 중국에 이미 진출해 시공보다 설계, 컨설팅 등의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기업의 입지는 매우 좁은 것으로 분석된다.
거기다 11만개 정도로 추산되는 중국 내부의 건설업체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런 불투명한 전망은 최근 국내 건설업체의 중국 진출 추이를 살펴봐도 유추할 수 있다.
국내 건설업체는 1991년부터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에서의 수주액은 큰 폭으로 증가해 97년에는 18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총 수주액 140억달러의 12.9%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건설경기의 상당한 몫을 중국에서 해결한 것이다.
하지만 IMF 체제 이후 신인도가 하락해 중국에서의 수주는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1400만달러,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2만6천달러로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중국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가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기업이 최근 10년간 중국에서 수주한 공사는 모두 42.9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총 해외수주액 1659억달러의 2.6%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최근 10년간 중국에서 수주한 공종을 보면 중국에서의 부진은 더욱 명확해진다.
공종별로 건축 74.2%, 토목 15%, 산업설비 10%, 기타용역 0.8%로 구성돼 있다.
건축 공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건설업체가 중국 건설시장의 폐쇄적인 제도 아래에서 수주경쟁을 벌여야 하는 도급형 토목공사보다 사업전개가 쉬운 부동산개발형 건축사업에 치중해온 것도 이 수치를 통해 드러난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와 연안지대에 집중돼 수주활동 지역도 극히 제한적이다.
국내 건설업체의 중국 진출은 91년부터 이뤄졌다.
현대중공업이 91년 남서부 웨이조우 지역 해상 플랜트를 수주해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다.
삼성물산은 93년 세계은행 차관으로 건설되는 상하이 내부순환도로 공사를 도급 공사로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수주해 완공한 바 있다.
이밖에 우방, 신성, 한신공영 등이 아파트, 빌라 등의 사업을 벌였으나 공사허가 절차의 복잡성과 허가기간의 장기화, 관료들의 매너리즘, 건설자재에 대한 과다 관세, 기타 조세제도 등 절차와 비용상의 문제로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아픈 경험을 했다.
현재 상장, 비상장사를 포함해 10여개 건설업체가 중국지역에 진출해 있으나 실질적인 수주활동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국내업체 경쟁력도 키워야 일부에서는 중국 건설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주가 부진한 이유를 두고 중국의 면허제도, 입찰제도와 같은 제도적 측면, 그리고 건설업체의 난립에 따른 과당 경쟁, 관료들의 매너리즘 등 중국 내적인 장벽을 지적한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의 경쟁력 자체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 시공기술에만 의존해온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경제개발 추진과정에서 축적한 시공 경험과 기술, 그리고 저임금으로 무장한 중국 건설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더는 우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세계적 건설전문지 이 선정하는 전세계 100대 건설업체에 ‘중국건축공정총공사’, ‘중국항만건설총공사’, ‘중국토목공정공사’, ‘중국공로교량건설공사’ 등의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따라서 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건설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가 전혀 없다고만 볼 수는 없다.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WTO 가입이 공공건설 분야를 짧은 시간 안에 개방시킬 수는 없겠지만 중국 건설제도의 투명성과 공정한 경쟁원칙이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의 의도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중국이 최근 올림픽 프로젝트를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입찰키로 발표한 것도 국내업체에게는 희망 섞인 소식이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고급주택, 환경시설, 지하철, 유화플랜트, 원전 등 중국 업체보다 경쟁우위에 있는 특정 건설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투자개발형 사업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중국 건설시장과 관련한 제도, 조세제도, 건설관행 등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수출증대 효과도 별로 없다
많은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올림픽 개최가 한국 기업에 활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올림픽 특수를 계기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벌써 계산기를 두드리는 성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림픽을 발판으로 중국의 첨단산업이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또한 수출증대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냉정하게 예측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승록 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중국 경제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관련 투자로 기대되는 생산유발 효과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7년간 모두 6253억위안(93조원)의 돈이 올림픽 관련 산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야기될 우리나라의 수출증대 효과는 18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수입수요는 철강 661억위안, 석유화학 550억위안 등 기초소재에만 국한되고 기계류, 전기전자 등에서는 비교적 소폭인 256억위안, 74억위안 정도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산업분야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수입의존도가 낮은데다 세계적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주어질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임채훈 기자 choonlim@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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