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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디지털 파고 안방에 '출렁'
7. 디지털 파고 안방에 '출렁'
  • 이경숙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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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위성방송 이어 데이터케이블도 디지털화…셋톱박스솔루션 업체들 신바람
2001년 디지털혁명의 거센 파도가 안방으로 들이친다.
안방 디지털화 첨병은 뜻밖에도 ‘바보상자’ TV다.
디지털 요술방망이는 TV의 얼굴과 지능을 죄다 뜯어고친다.
고선명 HD(High Definition) 방송은 극장 스크린이 부럽잖은 화질로 ‘안방극장’을 실현한다.
데이터방송은 전파를 받기만 하던 ‘먹통’을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 똑똑한 ‘머리’로 만든다.
디지털방송 수신기는 홈네트워크의 중앙장치로써 탄탄한 지위를 부여받는다.

채널 다양하고 화질도 선명 2001년은 국내 디지털방송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년 10월께면 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 모두 디지털 전파를 쏘기 시작한다.
올 가을부터 시험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지상파방송은 내년엔 서울 전체, 내후년에는 수도권 전역, 2005년에는 전국에서 시청할 수 있다.
데이터방송도 내년에 디지털 위성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케이블방송도 디지털화 대열에 합류해 2002년엔 케이블방송을 통해 초고속인터넷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디지털방송은 인터넷과 극장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채널이 다양하고 화질이 선명하다.
아날로그방송 채널 하나당 디지털방송 채널이 네다섯 개까지 실린다.
예컨대 11번 채널을 디지털방식으로 송출하면 11-0부터 11-4까지 5개 채널의 방송프로그램을 담아 보낼 수 있다.
현재 4∼5개인 지상파방송 채널은 디지털 시대엔 스무개 남짓까지 늘어날 수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에선 수십개 채널이 돌아간다.
우리말 채널만 100여 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고선명TV의 화질은 기존 아날로그방송보다 대여섯배 선명하다.
짙게 화장한 탤런트의 얼굴에 낀 기미, 방송세트의 페인트칠 자국까지 분간할 수 있다.
가장 신바람나는 이들은 디지털방송 수신기, 셋톱박스, 솔루션 업체들이다.
학수고대해온 내수시장이 마침내 열리기 때문이다.
고선명TV 수상기는 삼성·LG·대우전자가, 셋톱박스는 휴맥스 기륭전자 청람디지탈 대륭정밀 현대디지털테크가 내수시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술력에서 선진국에 전혀 뒤지지 않는 이들은 그동안 수출시장에 기대어 어렵게 시장을 지켜왔다.
삼성전자는 디지털방송 셋톱박스 TV에 이어 FLCD(강유전성 액정표시장치)방식 TV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LG전자 28인치 디지털TV는 지난해 영국 시장 점유율 16.7%를 차지해 필립스, 소니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휴맥스는 세계 시장 점유율 40%로 올해 1억달러(1200억원)를 벌어들였다.
국내 최초로 데이터방송 솔루션을 개발한 에어코드와 디지털방송 자동화솔루션 개발업체 CIS테크놀로지는 11월 열린 일본 방송장비전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성공 여부는 시장 형성 시기에 달려 문제는 시장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지느냐이다.
고선명TV의 경우 저가형이 300만원 안팎이고, 64인치짜리는 1천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방송사에서 고선명TV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면 현재 제작비용의 서너배 이상을 들여야 한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내년 시장에서 이런 고가품이 많이 팔리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우선 셋톱박스와 디지털방송 관련 솔루션을 중심으로 시장이 움틀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최용구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시기”라고 말한다.
요인은 두가지다.
컬러TV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나 제품을 교체할 시점이 된데다 가전제품의 정보화 추세가 디지털방송 확산에 힘을 실어준다.
내년 전자제품 시장을 아주 어둡게 평가한 한국전자산업진흥회도 디지털방송 관련 제품만큼은 희망이 보인다고 낙관했다.
사회적으로는 27만명 정도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에 이어 디지털방송이 디지털 경제에 재시동을 걸 수 있을까. 확실한 점은 디지털방송이 어두운 경기를 탈출하는 몇 안되는 비상구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고화질 대 쌍방향 ‘자존심 대결’
“쌍방향 방송 서비스는 월드와이드웹보다 막강해질 것이다.
TV는 모든 가정에 보급돼 있지만 모든 가정에 PC가 있는 것은 아니잖는가?” 프랑스 디지털위성방송사 텔레비지옹 파르 사틀리테(TPS) www.tps.fr 스태프인 스태론은 자신만만하다.
“TPS 쌍방향 서비스에서 인터넷을 쓰면 리모컨 단추 두개만 눌러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훨씬 복잡하다.
” 97년부터 도입된 TPS의 쌍방향 서비스 이용자는 벌써 100만명을 넘어섰다.
쌍방향 방송솔루션인 ‘오픈TV’를 사용하는 수신기만 해도 780만대에 이른다.
서비스도 게임, 홈쇼핑, 정보검색, 이메일, 채팅 등 인터넷만큼 다양하다.
인터넷보다 편리하고 인터넷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디지털방송은 인터넷보다 각광받는 미디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방송전문가들의 시각은 좀 다르다.
다채널, 쌍방향은 방송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관객처럼 TV시청자들은 ‘TV야, 나를 즐겁게 해다오’ 하는 식의 수동적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인터넷처럼 적극적 서비스보다는 극장처럼 넓고 화려한 고선명 서비스를 즐길 공산이 크다.
방송위원회는 고선명 방송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고선명 방송을 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방송위원회 신상근 연구원은 휴대전화 시장이 그랬듯 일단 고선명 방송이 불붙으면 대중화는 시간문제라고 분석한다.
컬러TV를 본 사람이 흑백TV를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관건은 고선명 방송프로그램의 확보다.
고선명 방송은 탤런트 얼굴의 기미나 스튜디오의 가짜벽까지 알아볼 정도로 화질이 좋다.
제작자들은 그만큼 신경써야 할 게 많아진다.
제작비용도 서너배 증가한다.
그러나 당장 광고수입은 늘어나지 않는다.
해외 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한국어의 국지성이 걸림돌이 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고선명 방송이 달갑지 않고 그 외의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투자할 돈이 없다.
결국 방향키를 잡는 쪽은 시청자들이다.
당신은 똑똑한 TV와 멋진 TV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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