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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신세계백화점
[현장탐방] 신세계백화점
  • 김윤지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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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상품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도입재고 줄이고 매출 늘려 ‘일석이조’
백화점(百貨店). 한자로 된 낱말은 때때로 그 안에 사물의 특성을 소박하게 담아낸다.
백가지 물건이 있는 상점이라니. 누가 만들었는지 말짓는 솜씨가 참 진솔하다.
하지만 백화점이 백이라는 숫자의 소박함을 벗어던진 건 이미 오래 전이다.
백화점은 이제 수천, 수만가지 상품으로 치장하고 현대인들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단지 물질만이 아니라 최고의 고객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까지 제공한다.
물론 최고 고객이 되기 위해선 돈의 힘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편리함을 제공하는 곳이면 어디든 정보시스템이 숨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말연시, 선물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백화점에서 과연 정보시스템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백화점은 많은 물건을 많은 사람들에게 파는 곳이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있고, 얼마나 팔려나갔으며,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POS(Point Of Sale: 판매시점관리) 시스템과 여기에 연결된 영업정보 시스템이다.
POS 통해 매장마다 원스톱 서비스 상품을 팔 때 상품 꼬리표에 있는 바코드를 읽어 바로 재고정보와 판매정보를 조절하는 것이 POS 시스템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시스템을 통해 매장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점포에 있는 PC에서 재고량은 물론 수선, 배달 상황들을 조회할 수 있다.
원하는 상품이 매장에 없을 때 창고까지 뛰어가 보지 않아도 재고가 남아 있는지, 배달 보낸 상품이 제대로 도착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상품을 공급한 협력업체에서도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일일마감이니 저녁정산이니 하는 것은 이제 옛날이야기다.
POS 시스템과 연계된 영업정보 시스템은 영업계획과 발주, 매입, 매출, 재고관리를 담당한다.
시간별로 실적을 조회할 수 있어 ‘진도율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얼마나 팔았는가, 지금 이 속도로 팔면 오늘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시간별로 잴 수 있기 때문이다.
바겐세일 기간에는 매시간 판매상황을 보면서 물량을 조절할지, ‘떨이’를 할지, 아니면 더 깎아팔아야 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진도율 관리는 백화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상품판매 데이터는 쌓아두기만 하면 무용지물이다.
요리조리 데이터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구축해 매출실적, 행사실적, 손익 등을 분석한다.
판매된 상품 종류와 가격, 팔린 시간, 그날의 날씨를 비롯해 고객이 백화점카드를 사용했다면 연령, 성별, 직업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낼 수 있다.
고객마케팅 시스템은 이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창출해낸다.
데이터웨어하우스니 고객마케팅이니 하는 단어가 나오면 꼭 등장하는 것이 CRM(고객관리)이다.
그러나 백화점같이 많은 상품을 다루는 유통업에서 CRM은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신세계백화점 마케팅실 배성우 대리는 “백화점은 고객을 접하는 다른 업종들보다 CRM이 훨씬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동통신사나 증권사, 은행 같은 곳은 한달 단위로 이용료나 금액을 뽑아낼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데이터를 다룬다.
반면 백화점은 상품과 관련한 항목이 너무 많아 의미있는 정보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거래하는 업체는 2600개, 한 시즌에 한 브랜드가 쏟아내는 단품은 1000개에 이른다.
고객들의 문화도 CRM을 어렵게 한다.
고객분석은 주로 백화점카드를 발급할 때 수집한 정보에 의존한다.
이 정보가 다양하고 정확할수록 여러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객들은 이런 걸 꺼린다.
“가장 기본 정보인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할 때도 대충 하라고 하는 고객들이 많다.
그런데 직업이 바뀐다든가, 미혼에서 기혼으로 바뀐다든가, 소득수준이 달라진다든가 하는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쉽겠는가” 신세계백화점은 이 때문에 매장담당자가 고객정보를 분석해 판촉우편물(DM)을 발송하는 정도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래도 DM 발송건수를 줄이면서 응답률은 10% 가량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앞으로 고객마케팅을 더 발전시키면 행사를 할 때마다 흥미를 가질 만한 고객을 미리 추출해 방문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공위성 이용해 배송 시간 단축 백화점 시스템은 상품 발주와 배송에서 더 빛을 낸다.
EDI(전자문서교환시스템)를 이용해 협력업체와 발주전표, 세금계산서, 납품확인증들을 전자문서로 교환해 절차를 크게 줄였다.
현재 매입액의 80% 정도를 EDI시스템으로 발주한다.
발주에서 입점까지 3일 정도 걸리던 것이 EDI를 통해 1일로 단축됐다.
판매사원이 일일이 전표와 재고를 확인하는 일도 사라졌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간단치만은 않다.
EDI를 담당하는 기획관리팀 이용환씨는 “1000여 개나 되는 협력업체들과 전자문서를 교환하다 보면 서로 시스템이 맞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백화점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많은 시스템들과 다양하게 호환할 수 있는 포괄성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한다고 한다.
2년 전 구축한 배송시스템은 판매에서 배송까지 시간을 대폭 줄였다.
이전에는 매장에서 배달을 의뢰하면 전표와 상품을 모두 물류센터로 보내고 여기서 분류작업을 거쳐 배차를 하고 배송을 했다.
이제는 매장에서 시스템을 통해 배달을 의뢰하면 물류센터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물류센터에 상품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전표로는 마감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면 마감시점에 배달건을 분류해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지리정보시스템)로 배차를 최적화하고 바로 배송한다.
GPS(Global Positioning Satellite: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통해 실시간으로 차량위치를 파악해 배송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 것도 신세계 배송시스템의 자랑거리이다.
명절 같은 특별한 때마다 새벽 5시까지 이어지던 배송분류 작업이 요즘은 아무리 늦어도 밤 11시면 끝난다.
신세계백화점의 정보화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무엇보다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 통합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용자가 여러 시스템을 동시에 쓴다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스템마다 서로 다른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고객마케팅 시스템을 CRM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 더 많은 풍요로운 느낌을 선사하기 위해 백화점 전산실은 지금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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