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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데이콤 콜투게더 이병철 사장
[피플] 데이콤 콜투게더 이병철 사장
  • 임채훈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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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통일TV 5만대 보내기 지켜봐주세요”
“거기는 데모 같은 거 없죠?” 87년 멕시코 국립대학원에서 교수의 꿈을 키우고 있던 유학생 이병철은 우연한 기회에 만난 북한 유학생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없긴 왜 없겠어요.” 대답은 뜻밖이었다.
완벽한 폐쇄사회, 철저하게 수령에게 복종만 강요하는 독재사회로만 여겼던 북한이 ‘사람이 사는 곳’으로 재인식되는 순간이었다.


데이콤에서 분사한 전화회의시스템 개발업체 콜투게더의 이병철(39) 사장은 그때 충격이 지금도 가슴에 새겨져 있다.
그가 지난 7일 북한에 TV 5만대를 무상으로 보내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도 그날 이후 새롭게 인식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빚어낸 것이다.


“그날 이후 북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오면 꼭 북한을 상대로 사업을 해보겠다는 꿈을 꾸게 됐지요.” 순간적이고 감상적인 발상이 아니라는 완곡한 설명이다.
이 사장이 구상한 이른바 ‘통일TV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들의 협찬을 받아 북한에 TV 5만대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 보내겠다는 TV가 좀 특이하다.
TV 화면의 상단 구석에 기업의 로고를 지속적으로 띄워주는 장치를 단 ‘스스로 광고하는 TV’라는 것이다.
그가 기업들의 협찬을 받겠다는 것도 이 TV의 광고비를 미리 받는 형식이란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 멕시코 지사에서 일하던 92년에 이런 색다른 TV를 직접 기획했다.
“사회에 직·간접으로 기여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TV 보내기 운동도, 소비자는 무료로 TV를 얻을 수 있고 광고주는 싼 값에 광고를 할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고 말한다.
원래 이 사장의 꿈은 교수다.
멕시코 유학도 전공인 스페인어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조만간 이 사장은 강단에 선다.
자신의 꿈 하나는 이루게 됐다.
“꿈은 준비만 하면 언젠가는 이뤄지게 되나 봅니다.
” 또다른 꿈 하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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