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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야후코리아, 실적 다이어트
[포커스] 야후코리아, 실적 다이어트
  • 이원재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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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매출실적서 스스로 거품제거…다음 등 경쟁업체들 대응 주목

야후코리아는 요즘 배가 아프다.

상반기 실적 최종결산을 앞두고, 103억원의 매출을 회계상으로 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여 장사해 올려놓고, 그것도 일부 외부로 알리기까지 한 매출액을 정작 공식결산을 앞두고 깎아내리자니 속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속사정은 뭘까?닷컴기업 매출 ‘거품빼기’ 출발신호? 애초 야후코리아의 상반기 매출실적은 103억원이라고 알려졌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얼마 전 발표한 102억3천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데 야후코리아가 매출액을 줄이면 경쟁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뒤지게 된다.
‘상반기 매출액 1위 포털기업’의 자리를 스스로 내주겠다는 얘기다.
아직 큰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닷컴기업들이 흔히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에서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제살깎기’다.
야후코리아의 표면적인 주장은 이렇다.
“닷컴기업들은 거품논란에 휘말렸다.
거품논란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매출을 중심으로 한 실적 부풀리기다.
야후코리아는 회계기준을 엄격하게 바꿔 실적에서 완전히 거품을 빼겠다.
” 미국 야후 본사가 적용하는 회계기준과 야후코리아의 회계기준을 이번 상반기 결산부터 맞춰 ‘기업투명성’이라는 부수입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인터넷 산업이 일찍 발전한 탓에, 미국의 회계기준은 닷컴기업들에게 생길 수 있는 회계상의 문제들에 조목조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이 매출을 마음대로 부풀릴 여지가 적어지고, ‘거품을 뺀 매출’이라고 대외적으로 자랑할 명분이 선다.
야후코리아는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매출에서 광고대행수수료를 빼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포털 업체들은 대부분 광고부문을 미디어렙 또는 광고대행사에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광고대행비용도 매출액에 함께 잡고 있다.
광고대행수수료는 결국 양쪽의 매출에 이중으로 계산된다.
이런 이중계산을 피하면 상반기 발표했던 100억여원의 광고매출 가운데 7%인 7억여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야후코리아는 또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국내 인터넷기업의 관행처럼 거래대금 전체를 매출로 잡지 않고, 거래수수료만을 매출액으로 계산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야후코리아의 경우 이미 거래수수료만을 매출액으로 계산하고 있으나, 국내 경쟁업체들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야후코리아의 상반기 매출은 10억원 가까이 줄어들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102억3천만원을 밑돌게 된다.
그렇다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같은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까? 다음 광고매출은 수수료가 37%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상반기 매출액 가운데 광고매출이 71억3100만원을 차지한다고 발표했으나, 논란을 우려했는지 광고대행수수료는 ‘대외비’에 부쳤다.
그러나 <닷21> 취재 결과 다음은 내부적으로 상반기 광고대행수수료를 광고매출의 7%인 26억380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후코리아처럼 광고대행수수료를 매출액에서 뺀다면 매출액은 44억93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전자상거래쪽은 어떨까. 현재 LG홈쇼핑과 제휴해 이뤄지고 있는 다음의 상반기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10억7천만원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거래수수료만을 매출로 잡으면, LG홈쇼핑이 다음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판매대금의 8%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8500만원대로 쪼그라든다.
결국 102억3천만원으로 발표된 매출은 최소한 36억원이 줄어들어 7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 된다.
다음은 그런 계산법을 못마땅해한다.
“국내 오프라인 업체들도 같은 기준으로 매출을 계산한다.
왜 우리만 매출액을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오프라인 언론사들도 광고대행수수료를 자신의 광고매출로 잡는 게 관행이고,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백화점 역시 입점 업체들의 판매대금을 몽땅 자기 매출로 계산한다는 얘기다.
물론 다음의 방식이 회계기준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가치가 ‘커뮤니티’에 있는 포털 사이트가, 물류도 결제수단도 전적으로 외부기업에 의존해 일어나는 전자상거래 판매대금을 모두 매출로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한영아 수석연구원은 “포털 업체의 경우 핵심역량이 ‘상품의 원활한 유통’에 있다기보다는 ‘브랜드와 네트워크’에 있기 때문에 상품중개금액 전체를 매출로 잡는 것은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고대행수수료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매출을 늘려 발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주가나 기업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매출액을 부풀릴수록 외형은 커보이지만 매출총이익률, 순이익률 등 기업의 내실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당연히 낮아지게 된다.
투자자들이 영리해질수록 매출만 크고 내실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기업에는 투자를 꺼리게 된다.
기존 오프라인 재벌기업들이 벌이는 외형 부풀리기 경쟁을 닷컴기업들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다는 충언도 가슴에 새길 만하다.
외형 부풀리기 장기적으로는 악영향 야후코리아 이용문 재무이사는 “앞으로는 아예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라고까지 말한다.
“아직 인터넷기업의 회계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 국내 환경에서는 선두기업이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야후코리아는 제살을 깎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그것이 오히려 체질을 강화할 것인가. 경쟁자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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