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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벤처 연금술사'들의 엇갈린 행보
[머니] '벤처 연금술사'들의 엇갈린 행보
  • 박종생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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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벤처캐피털리스트들, 명암 뚜렷하게 갈려기본에 충실해야 위기 극복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최근 1~2년간 선망의 대상으로 혜성처럼 떠올랐다.
인터넷과 벤처붐을 타고 마치 ‘연금술사’라도 되는 것처럼 인식됐다.
그들이 투자한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 등록된 뒤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수백배 가치가 상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올해 침몰한 코스닥호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닷21>은 지난 5월 창간호 커버스토리에서 ‘한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베스트 10’을 뽑았다.
이들은 ‘산업 제조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에게도 2000년은 짙은 흔적을 남겼다.
어떤 이는 광포한 시장의 회오리에 휩쓸려 휘청거렸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도 오히려 빛을 발했다.
엇갈린 운명을 살아온 것이다.


이민화 회장, 박현주 사장 ‘악몽의 2000년’ 올해 벤처캐피털리스트들 중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메디슨 이민화 회장이었다.
의료장비를 만드는 기업의 회장이면서 대표적 벤처캐피털리스트 5위로 꼽힌 그는 아마 올해를 자신의 벤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악몽의 해’로 기억할 것이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가 메디슨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BB+)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촉발한 메디슨의 유동성 위기설은 한글과컴퓨터 지분 매각, 무한기술투자 지분 매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벤처 업계는 물론이고 벤처캐피털 업계까지 뒤흔들었다.
이 회장의 패착은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차입금에 의존했다는 데 있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타인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 회장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견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이 회장의 남긴 오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 벤처 1세대다.
그가 벤처지주회사 모델을 만들면서 다른 벤처기업인들도 이 모델을 모방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결국 대표적 벤처기업들이 핵심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벤처투자로 코스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데 몰두하게 만들었다.
” 미래에셋 박현주 사장도 이민화 회장과 비슷한 한해를 보냈다.
그도 이 회장처럼 본업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아니지만 벤처캐피털리스트 공동 6위로 꼽혔다.
이 사장은 다음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해 많은 돈을 벌었지만 본업인 뮤추얼펀드에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추락을 경험해야 했다.
올 10~12월 결산을 한 미래에셋 뮤추얼펀드들의 누적수익률을 보면 그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미래에셋박현주성장형 2호가 마이너스 44.92%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펀드 14개 가운데 10개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플러스를 기록한 4개 펀드 가운데 3개는 수익률이 1%대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은 벤처금융과 관련해 수직계열화된 ‘벤처금융그룹’이라 할 만하다.
위로는 코스닥유통시장(E*미래에셋증권), 허리로는 프리코스닥시장(미래에셋자산운용), 밑으로는 벤처투자시장(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각 계열사들이 맡고 있다.
이는 시장이 좋을 때는 상당한 선순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예컨대 미래에셋벤처캐피탈에서 벤처투자를 한 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그 지분을 팔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기업을 다시 E*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코스닥에 등록시키면 각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벤처금융과 관련한 완결 구조를 가진 셈이다.
그러나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이것이 악순환 구조로 돌변할 수 있다.
올해 박 사장이 경험한 것이 바로 이 악순환의 늪이다.
물론 이민화 회장과 박현주 사장은 모두 능력이 탁월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내년에 재기의 나래를 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의 운명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들이 올해 위기관리 능력에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들이 오너로서 위기를 맞았다면 무한기술투자 이인규 사장과 한국아이티벤처투자 연병선 전 사장(현 연&벤처투자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고초를 겪었다.
이인규 사장은 4년 전 무한기술투자 창립멤버로 참여해 사실상 이 회사를 키워온 산파역 구실을 했다.
무한기술투자는 지난해 128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와이드텔레콤, 세원텔레콤 등에서 투자를 회수해 3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대한다.
짧은 기간에 정보통신과 바이오 쪽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기반을 다졌다.
금융과 증권 쪽에서 커왔던 이 사장은 벤처캐피털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던 메디슨이 무한기술투자 지분(21%)을 웰컴기술금융에 팔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장으로서는 대주주가 바뀌면서 경영권을 내놓아야 할 입장에 처한 것이다.
이 사장은 웰컴기술금융이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데다 순수한 벤처투자와도 거리가 있어 인수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다툼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12월28일 열리는 주총에서 양측은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 쪽도 우호지분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17% 정도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아이티벤처투자 연병선 전 사장은 대주주인 한국통신과 갈등으로 지난 6월 회사를 떠나야 했다.
명시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한국통신의 경영 간섭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통신 전문 벤처캐피털을 표방하며 창립된 한국아이티벤처투자는 초대 사장인 연 사장이 기반을 다졌다.
올해도 한아시스템, 장미디어, 현대멀티캡 등에 대한 투자회수로 2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연 전 사장은 올 9월 연&벤처투자라는 이름의 벤처캐피털을 새로 세웠다.
대주주 입김에서 벗어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보겠다고 한다.
대주주들의 입김이 센 한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새로운 실험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서갑수·권성문·김영준·곽성신 사장, 건재 과시 다른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벤처투자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올해에도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리며 자신의 생존능력을 과시했다.
한국기술투자 서갑수 사장과 KTB네트워크 권성문 사장, 우리기술투자 곽성신 사장, LG벤처투자 김영준 사장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도 벤처투자 시장이 살아 있던 올 상반기에 대부분 수익을 올렸다.
한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꼽힌 한국기술투자 서갑수 사장은 올해 85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435억원)보다 두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이 금액 중 600억원 정도를 올 상반기에 달성했다.
올해 효자 역할을 한 종목은 바이오의 황제주 마크로젠(이익실현액 472억)을 비롯해 실리콘이미지(310억) 리타워텍(옛 파워텍, 300억) 다산인터네트(17억), 화인반도체기술(38억), 피코소프트(24억), 맥시스템(15억원), 미래케이블TV(12억) 등이다.
서 사장은 올 하반기 리타워텍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한국기술투자는 10년 전에 투자한 회사로 리타워텍의 최고주가수준(35만원 상당)보다 훨씬 적은 주당 7만~8만원 수준에서 이익을 실현했고, 아직도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련성이 없다는 해명이다.
서 사장에게는 목표수익률 100%를 제시하며 99년 10월 결성한 구조조정펀드(2천억원 규모)의 미래가 앞으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펀드는 올 9월 1기 결산을 할 때 9% 배당을 했는데, 경기와 증시가 침체하면서 앞으로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조조정펀드는 서갑수 사장의 ‘모험적 기질’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KTB네트워크 권성문 사장은 올해 2천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07억원이었다.
KTB네트워크는 올해 한아시스템(이익실현액 309억원), 이오리스(243억원), 핸디소프트(160억원) 등에서 좋은 수익률을 올렸다.
권 사장은 올해 회사 이름까지 KTB네트워크로 바꾸면서 벤처업계의 네트워크화에 주력했다.
KTB네트워크가 투자한 벤처기업 300여개를 ‘KTB n클럽’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세계적 벤처캐피털들이 이런 투자회사 네트워크를 많이 하고 있다”며 “권 사장이 벤처생태계의 네트워크화를 빨리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권 사장은 또 영화 등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도 빠르게 뛰어들었다.
KTB네트워크가 IMF 위기를 넘길 때 발행한 회사채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게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KTB네트워크는 “올해 순이익이 2천억원에 이르는데다 현금보유액이 3천억원에 이르는 만큼 문제없다”고 자신한다.
LG벤처투자 김영준 사장은 벤처캐피털 업계에 몸담은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올해 빛을 발한 벤처캐피털리스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설립된 지 4년이 된 LG벤처투자는 올해 560억원 전후의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지난해는 97억원이었다.
올해 투자이익 실현액이 많은 종목은 퓨처시스템(250억원),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200억원), 벤트리(77억원) 등이다.
김 사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벤처캐피털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올해 막대한 순이익을 거둔데다 차입도 거의 하지 않아 침체한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기술투자 곽성신 사장도 균형감각을 살려 올해 사업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5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 투자이익실현 종목으로는 100억원 이상을 남긴 옥션을 비롯해 웰링크, 한양이엔지 등이 있다.
곽 사장은 오너가 있는 벤처캐피털을 운영하지만 대주주와 관계도 잘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스닥 등록 이후 주가 때문에 고전을 했다.
386세대로 벤처캐피털업계 신진세력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동원창업투자 이강덕 사장은 올해 그다지 좋은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동원창투는 지난해 1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당기순이익이 68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동원창투는 “투자회사들과 관계, Lock-up 제도 등으로 이익실현을 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계속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무장해야 벤처캐피털은 ‘벚꽃과 같은 운명’을 가진 것 같다.
벤처붐이 일어날 때 만개했다가 벤처 거품이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든다.
70여 개 수준의 국내 벤처캐피털 숫자가 지난해와 올해 들어 150여개로 늘어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벤처투자시장이 동면기에 들어가면서 내년에는 사업을 접는 벤처캐피털도 차츰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스스로 생존력을 실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이런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한다.
그 비법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펀드 모집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활황기에 이익실현을 하며, 잘 나갈 때 침체기에 대비하면 위기에 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벤처캐피털을 움직이는 대표적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올해 나름의 투자관으로 한해를 보냈다.
벤처투자시장에 한파가 예상되는 2001년에 그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연말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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