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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테마는 짧고 수익은 영원하리
[머니] 테마는 짧고 수익은 영원하리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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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증시 좌우한 테마주/M&AA&D, 전자상거래B2B, 소프트웨어ASP로 정교화
한국디지탈라인은 사람들 머릿속에 ‘정현준이라는 사람이 인수해 계열 상호신용금고에서 불법대출을 받은 스캔들 메이커’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올해 코스닥시장을 꾸준히 지켜본 주식투자자들은 이 기업을 두번이나 테마주로 떠올라 관련 종목 주가까지 끌어올린 핵심 테마주로 기억한다.

한국디지탈라인의 첫번째 부상은 닷컴기업의 수익모델에 대한 회의론이 슬슬 일기 시작한 지난 1월이었다.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더니 1월27일 9200원에서 2월21일 4만6300원까지 한달 사이에 5배나 뛰어오르면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8월에는 두번째 히트를 쳤다.
정현준씨가 대주주로 부상한 뒤 “M&A를 통해 소프트뱅크와 같은 인터넷지주회사로 키우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시장이 한국디지탈라인을 중심으로 M&A테마주를 형성하면서 상승 계기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흘러나왔다.
물론 한국디지탈라인은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
정씨가 주도한 불법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주가는 참담하게 고꾸라졌다.
한국디지탈라인, 두번이나 테마주 형성 주도 밀레니엄 첫해에 한국 주식시장은 숨가쁘게 움직였다.
IT, 생명공학, 벤처기업, 남북화해 등 신기술, 신기업, 새 트렌드가 화려하게 등장하면서 신천지가 열리는 듯했다.
수많은 신기술과 사업분야에 대한 기대가 쏟아져나왔다.
증권가에서는 이것들을 대표하는 상장·등록기업들을 짝지어 ‘테마주’로 포장했고, 이들의 상당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대부분 폭락의 길로 떨어졌다.
한해의 문을 연 테마는 인터넷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닷컴기업들의 주가 오름세는 1월 한때 주춤하는 듯했으나 2월 하순까지 큰 상승곡선을 그렸다.
새롬기술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대장주로 나서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도 3월을 넘기지 못하고 고꾸라졌고 이후 다시는 그 영광을 회복하지 못했다.
인터넷 관련 기업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기업들이 ‘인큐베이터’라 불리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상장기업 가운데 벤처기업에 투자해 회사를 키우는 일을 사업목적으로 삼은 정통 인큐베이터는 없는 상황이라 메디슨, 다우기술, 삼보컴퓨터, 지누스(당시 진웅) 등 벤처기업 출자지분이 많은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닷컴기업 주가가 고꾸라진 3월 중순까지도 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인터넷주 폭락 사태를 견디지 못했다.
얼마 못가 폭락세에 접어든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인터넷 붐이 일기 전보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메디슨 등 몇몇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인터넷기업 주식의 환금성이 떨어져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인터넷주 폭락과 함께 무너지는 듯하던 주식시장을 떠받친 것이 삼성전자였다.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인터넷과는 달리 반도체는 눈앞의 수익도 보이면서 성장세도 갖춘 분야라는 기대를 모았고,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다시금 부각되면서 이 종목은 7월 중순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국제 반도체경기에 대한 회의론과 미국 반도 체주가의 급락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7월 하순께부터 점차 하락 조짐을 보이던 디램가격은 8월부터 추락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순식간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미국 반도체업체들의 주가 폭락이었다.
미국 반도체 대표지수인 필라델피아지수는 연일 하강곡선을 그렸고, 이에 놀란 외국인 투자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7월 중순 38만원대이던 주가는 10월 중순 장중에 12만원대까지 고꾸라졌다.
현대전자, 아남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미래산업 등 다른 반도체 및 장비업체들까지 따라 꺾였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다른 업체도 동반 몰락 해외경제 변수는 1년 동안 한국 시장의 테마주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증권가에서는 ‘유가급등 수혜주’라는 이름의 테마주가 유행할 것이라는 리포트가 나왔다.
서울가스, 대한가스, 부산가스 등 가스 관련 업체들이 기름값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분석이었다.
실제로 이들 종목은 유가 급등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내리막길을 걷던 지난 8월 홀로 오름세를 탔다.
반대로 대한항공, 한국전력 등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M&A는 올 한해 주식시장을 사로잡은 커다란 테마였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한통프리텔과 한솔엠닷컴 등 이동통신업체들의 합종연횡은 각 기업들의 주가를 요동치게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냉정했다.
네이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인수를 포기한 새롬기술 예에서 보듯, 인수합병이 반드시 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투자가 따랐다.
M&A 테마는 M&A전문가를 자처하는 정현준씨와 진승현씨의 금융스캔들로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진승현 리스트’라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문서에 올랐다는 이유로 몇몇 업체들은 주가가 급락했다.
M&A 테마는 더욱 정교해지면서 A&D(인수·개발) 테마로 이어졌다.
동특과 리타워테크놀러지(전 파워텍)에서 시작한 A&D 테마는 바른손, 동미테크, 신안화섬 등으로 이어졌다.
이들 대부분은 주가가 급등한 뒤 바로 급락해 A&D 자체가 엄청난 거품이자 심하게 말하면 사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A&D 테마가 홀로 급등세를 보이자 A&D 기대주들이 거론되면서 ‘기업이 부실하고 주가가 좀 오르면 바로 A&D 유망주’라고 비꼬는 소리도 들렸다.
테라나 바른손처럼 시세조종 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말 너도나도 같은 부류로 분류됐던 기업들은 신기술에 대한 시장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점점 더 정교한 테마로 나뉘기 시작했다.
M&A는 A&D 테마로 이어지고, 전자상거래는 B2B와 B2C로 나뉘어 B2B 테마를 만들었다.
소프트웨어는 UMS, ASP, 그룹웨어 등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상승 모멘텀을 찾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 이오리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등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되면서 엔터테인먼트 테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온라인게임만이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씨소프트 쪽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테마는 장기적 기대로 형성 바람직 정교하게 나뉘어가는 테마들은 주식시장을 무대로 살아 움직인다.
이런 흐름을 읽고 테마가 어느 쪽으로 뻗어갈지 예측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락하는 시장을 이기는 테마란 존재하기 힘들다.
“테마는 짧고 수익은 영원하다”는 오랜 증시 격언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만도 하다.
진정한 테마주는 근본적으로 단기적 투기대상이 아니라, 기업수익 성장에 대한 장기적 기대로 형성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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