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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연구] 밀레21
[투자연구] 밀레21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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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만드는 '문화 공동체'
영화판에 뛰어든 벤처캐피털들은 어떻게 됐을까. 본연의 역할을 벗어났다는 비난에도 아랑곳않고 앞다투어 뛰어들었던 그들은 과연 대박을 터뜨렸을까.
올해 들어 영화산업에만 340억원을 쏟아부은 KTB네트워크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30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지만 <킬리만자로>에서는 겨우 원금을 건지는 데 그쳤다.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떴다가 사라졌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던 벤처캐피털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벤처기업보다 영화가 좋은 이유는 사실 투자회수가 빠르다는 것밖에 없다.
투자 위험성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영화 쪽이 더 클지도 모른다.
엔터테인먼트 열풍은 안팎의 들뜬 기대와 달리 허망하게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밀레21 www.mille21.com도 비슷한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밀레21의 첫 작품인 <평화의 시대>는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실적으로 보름 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10대들의 우상인 H.O.T가 출연한데다 국내 최초의 3차원 입체영화라고 떠들썩한 기대를 불러모았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한편 이 회사 투자심사를 담당했던 KTB네트워크 이성대 팀장은 아직도 여유만만한 표정을 잃지 않고 있다.
“영화에 투자한 게 아니라 영화 만드는 회사에 투자한 겁니다.
벌써부터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죠.” KTB네트워크는 지난 4월 밀레21에 주당 4만원씩(액면가 5천원의 8배수) 5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밀레21은 올해 741억원 매출에 532억원 순이익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투자포인트1 사업모델 밀레카드로 초기 자본 확보 이 팀장의 자신감은 밀레21의 독특한 사업모델에서 비롯할 것이다.
“영화야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겠죠. 밀레21은 한두편의 영화가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회삽니다.
” 밀레21은 스스로를 ‘문화벤처’라고 부른다.
지난 12월10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밀레카드는 <평화의 시대>에 이은 이들의 두번째 사업이 될 것이다.
밀레21은 연회비 1만원의 이 카드를 내년까지 180만장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밀레카드는 연간 180억원을 안겨줄 황금알이 된다.
도대체 밀레카드가 뭐길래. “그냥 신용카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영화감독인 유영진 사장의 설명은 간단하다.
“신용카드는 신용카든데 밀레카드에는 스물한가지 문화적 혜택이 있습니다.
우리는 ‘문화카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죠.” 이를 테면 가입과 동시에 3만원의 전자화폐를 지급한다거나 음악회를 할인해준다거나 추첨을 통해 영화 초대권을 선물하는 등의 혜택이다.
물론 이러한 혜택만으로는 다른 신용카드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21’이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의식한 구색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생긴다.
밀레카드의 진짜 혜택은 오히려 쉽게 드러나지 않는 데 있다.
그만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투자포인트2 수익모델 카드 판매로 180억원 매출 밀레21은 1만원의 연회비로 거둬들일 180억원을 모두 문화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영화는 물론이고 연극, 뮤지컬, 오페라, 음반, 도서 등 갖가지 문화산업이 모두 해당한다.
회원들은 스물한가지 혜택 가운데 하나로 이들 콘텐츠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밀레21은 튼튼한 수요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셈이고 미리부터 어느 정도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회원들은 회원들대로 연회비 1만원으로 1년 동안 갖가지 영화나 연극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사실 거대한 문화산업의 공동생산과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1만원이면 연인들 영화 한편 값도 안되지만 180억원은 영화 다섯편을 만들 수 있는 돈이 된다.
밀레21은 벌어들인 수익금을 다시 문화산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180억원의 회비 수익금은 이를테면 문화산업 투자를 위한 초기 자본인 셈이다.
밀레21은 회원 수 360만명의 국민카드와 신용카드 업무에 관한 제휴를 맺고 있는데 국민카드 회원 가운데 상당수가 밀레카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만원의 연회비뿐만 아니라 카드 사용금액의 0.1%가 문화생산비 명목으로 밀레21의 몫이 된다.
결국 회원과 회원들의 카드 사용금액이 늘어날수록 밀레21은 돈방석에 앉게 되는 셈이다.
투자포인트3 성장성 첫번째 밀레, 류밀레 21세기의 첫 출발에 맞춰 밀레21은 또하나의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2001년 1월1일에 터뜨릴 이 프로젝트 이름은 ‘동풍(The power of Asia)’. 한국어는 물론이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동시에 발매될 이 음반의 주인공은 뉴밀레니엄의 준말이라는 류밀레(21·본명 남윤정)다.
서울대를 차석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재즈와 댄스를 전공한 류밀레는 밀레21의 마스코트면서 주력 상품이기도 하다.
밀레21은 5개 국어에 능통하고 춤과 노래에 타고난 끼를 가졌다는 이 젊은 여성을 동양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키울 계획이다.
류밀레 외에도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박칼린씨와 사진작가 김중만씨, 디자이너 진태옥씨 등 쟁쟁한 스태프들이 이 프로젝트에 달라붙었다.
유영진 사장에 따르면 “동풍은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티벳과 인도 등 동양의 신비를 살린 독특한 음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음반 출시에 맞춰 류밀레와 밀레21을 알리기 위한 대대적 이벤트가 함께 벌어진다.
밀레21은 류밀레의 노래와 사진뿐만 아니라 그가 입는 옷, 걸치는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등 모든 것들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만약 류밀레가 흥행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 요즘 세상에 동양의 신비를 주제로 한 음악이 변덕스러운 젊은이들에게 먹혀들까. KTB네트워크 이성대 팀장은 개의치 않는다.
“류밀레는 첫번째 밀레일 뿐이죠. 설령 류밀레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제2의, 제3의 밀레가 계속 나옵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대형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능력이죠.” 투자포인트4 경영진 사람을 보고 한 투자 밀레21의 사업모델은 모두 김정률 회장 작품이다.
김 회장은 80년대 태맨문화그룹을 주도해 던 대중문화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척박한 환경에서 연회비 1만원의 유료회원 18만명을 끌어모아 화제를 불러일으키도 했다.
태맨문화그룹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태맨문화그룹 회원들에게 나눠줬던 태맨카드는 20년 뒤에 밀레카드로 되살아난 셈이다.
“문화상품은 한명이 보나 천명이 보나 원가가 같습니다.
소비주체들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다면 훨씬 싸고 훌륭한 문화상품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죠. 1년에 1만원이라면 껌값이나 다름없지만 모아놓으면 무시할 수 없는 거대자본이 됩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이제 인터넷으로 가능하게 됐습니다.
” 김정률 회장 얘기다.
KTB네트워크 이성대 팀장은 대뜸 “사람을 보고 한 투자”라고 말했다.
유영진 사장과 김정률 회장뿐만 아니라 코미디언 자니윤씨가 해외영업 부문 사장을 맡고 있고 이 밖에도 박칼린, 김중만, 진태옥씨 등이 각각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 팀장은 “다분히 모호하고 위험한 사업모델이지만 사람들이 그 위험을 충분히 메워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투자포인트5 향후 과제 소비주체가 만드는 문화발전소 문제는 180만명의 회원을 어떻게 모으느냐는 것이다.
유영진 사장은 문제없다는 표정이다.
어차피 신용카드는 다들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밀레카드만한 혜택을 주는 카드는 흔치 않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360만명의 국민카드 회원들 상당수가 밀레카드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이러한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영화를 한편 만들려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하는지 알아요? 스폰서를 잡아야죠. 어렵사리 스폰서를 잡아도 이것저것 비위를 맞춰야 하고 계속 간섭을 하게 마련이죠. 흥행에 대한 강박관념도 무시할 수 없어요. 밀레21은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영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문화 소비주체가 직접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거죠. 자본의 눈치를 안 보고 정말 좋은 영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 유영진 사장 얘기다.
2001년 1월1일이면 드디어 첫번째 밀레가 대중의 심판을 받게 된다.
문화발전소를 꿈꾸는 밀레21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도 그때쯤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흥행에 매달리지 마라” KTB네트워크 이성대 인터넷2팀장 수익모델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결국 흥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운좋게 성공하면 대번에 뜨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아무리 엔터테인먼트가 뜬다고 해도 그런 수익모델이라면 결코 투자하고 싶지 않다.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영화’보다는 차라리 지지부진하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밀레21의 안정된 수익기반에 주목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흥행에 따른 위험요소는 있지만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우선은 경영진이 믿음직스러웠다. 영화감독인 유영진 사장을 비롯해 사진작가 김중만씨, 음악감독 박칼린씨, 디자이너 진태옥씨, 코미디언 자니윤씨 등이 구색을 맞췄다. 대중문화운동가인 김정률 회장의 카리스마도 무시할 수 없다. 밀레카드도 기발한 사업모델이다. 경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마케팅만 잘하면 얼마든지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것이다. 독특한 스타 키우기도 눈길을 끈다. 첫번째 작품인 류밀레는 충분히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대개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한쪽에만 치중하기 쉬운 반면 밀레21은 양쪽 장점을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사업모델이다.
“문화의 확대 재생산 노린다” 유영진 밀레21 사장 >기껏 영화를 만들어서 무료로 보여준다는 이야긴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회원들은 문화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다. 그들은 무료로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는 당장 수익을 올리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앨범도 무료로 2천만장 이상 뿌릴 계획이다. 척박한 토양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HOT가 출연한 3차원 입체영화 는 흥행에도 참패하지 않았나. 70억원 가운데 밀레21이 24억원을 대고 나머지는 일본 시로구미가 댔다. 국내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지만 조만간 일본과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투자회수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3차원 입체영화에 대해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고 그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이곳 저곳과 업무제휴를 맺고 있는데. 밀레카드의 스물한가지 혜택을 위한 업무제휴다.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연희단 거리패, 쎄실, 미추, 유시어티, 목화, 산울림, 무천, 연우무대 등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 지금은 가격 혜택에 지나지 않지만 멀리 내다보면 시장을 키우고 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밀레카드가 문화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가. 이미 100억원의 자본금을 조성했다. 추가로 2차, 3차 펀딩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투자 선순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역시 류밀레다. 류밀레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동풍 프로젝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잘 짜여진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의 위력을 보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온라인 쇼핑몰이나 커뮤니티 사업 등 다양한 시장진입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밀레21의 사업모델은 어디까지나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하다. 모든 사업은 철저하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아래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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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ddP 2013-05-09 12:41:44
밀레21은 업체들에게 밀린 납품대금이나 지급하라...이런 사기꾼들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