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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투자도 철학이 필요.
[펀드인사이드] 투자도 철학이 필요.
  • 최상길(제로인펀드닥터)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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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잡는 게 매’라는 생각은 한국인 대다수의 사고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투자의 성패만 존재할 뿐 투자과정이나 투자철학은 중요하지 않다.
분석과 과정을 중시하는 서구인들은 우리와 달리 투자 성패는 과정이나 철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믿는다.
어디가 내 돈을 잘 불려줄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인지도 혹은 과거 실적을 살피지만 서구인들은 실적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는지까지 조사한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표적 투신사 두곳의 펀드매니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두 투신사에 투자 스타일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잠시 망설이던 두분은 “펀드매니저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운용사간 차이점은 거의 없다”고 대답했다.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두 회사가 서로를 모방하다 보니 운용조직, 운용방식, 매니저 평가방법마저도 유사해졌다는 것이다.

운용사의 뚜렷한 정책이 없다 보니 고만고만한 매니저들은 시황 흐름을 좇아 매매를 하게 된다.
투자 성패는 매매 타이밍이나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양대 투신사의 수익률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펀드별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바로 펀드매니저들의 독자적 의사결정의 산물이다.
투자자들은 운용사간 차이점이 없다 보니 인지도나 지리적 근접성, 혹은 과거 운용실적을 살펴보고 투신사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과거 실적이 미래 실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에 실망하거나 운용사의 평균수익률과 자신이 가입한 펀드수익률의 큰 격차에 분노만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다른 투신사들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많은 운용사들이 양대 투신사를 모방하고 있고 매니저들도 양대 투신사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투신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의사 결정 및 투자과정을 세분화해 권한을 분산하고 새로운 의사결정 기구를 만든다고 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해당 종목들만 매매할 수 있게 하고 주식투자비율도 회사 차원에서 결정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매니저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
펀드 수가 많고 운용자산 규모가 큰 대형사 입장에서는 펀드간 수익률 편차를 줄이고 운용사 고유의 개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확고한 운용철학이나 지원체계의 마련없이 진행된다면 또다른 획일화 작업으로 변질하거나 추진력을 잃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투자자들에겐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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