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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비상구 없는 해외 취업
[직업] 비상구 없는 해외 취업
  • 한정희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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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인력 ‘찬밥’ 신세정부관련 기관 적극 나서야
닷컴기업에 다니던 김아무개씨는 최근 회사가 경영난에 시달리자 할 수 없이 사표를 냈다.
여러 군데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워낙 구직난이 심한 터라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김씨는 해외취업에 눈을 돌려보기로 했다.
지난해 정부에서 한창 IT 전문인력의 해외취업을 장려했던 일이 생각났다.
지금쯤은 자리가 잡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몫 거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관련 업체를 알아보고 전화를 걸었다.
“해외취업요? 우리는 해외취업 안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했었는데요, 지금은 해외취업 쪽은 담당하지 않아요.” 이번에는 해외취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에 전화를 했다.
“신청자도 별로 없고요, 요즘 거의 업무를 안 합니다.
” 업계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어디에 연락을 해도 IT 분야의 해외취업을 주선해주는 곳이 없다.
김씨는 해외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인력수출 찬밥신세 지난 10월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해외취업 구인구직자의 만남의 날’ 행사를 주최했다.
이 행사를 통해 266명이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그 중에 IT 관련 일자리를 구한 인력은 거의 없었다.
인력공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1~2개월 사이에 해외에 취업한 국내 IT 인력은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나마 8, 9월에는 지원자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경우는 사정이 더하다.
협회 관계자는 “해외취업과 관련한 업무를 지난해부터 접기 시작해 현재는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만 해도 대대적으로 홍보를 벌이며 지원자를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에 구인구직을 알선해주는 업체들도 대부분 해외취업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
해외취업 업무를 죽 해왔던 PCII코리아는 이미 지난해에 업무를 접었고, 해외취업 전문업체인 시너지씨스템 www.synergy.co.kr도 올해 1월 해외파트를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있는 헤드헌팅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해외취업은 구원의 동아줄로 비쳤다.
정통부는 지난해 한해 동안 1200여 명의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인력이 어학·기술교육을 받는 것을 도와주고,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1천여 명의 인력이 해외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 후에 얼마나 많은 국내 IT 인력이 해외취업에 성공했는지 관계기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통부 의지와는 다르게 현재 IT 인력의 해외취업은 아무런 대책없는 ‘찬밥신세’인 셈이다.
언어소통 업무능력 부족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 담당자는 해외취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그동안 국내에서 지원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8, 9월까지 호황이었죠. 해외취업 나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고급 IT 인력은 국내시장에서도 항상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취업 알선업체들은 그보다 더 근본적 이유가 언어소통 어려움에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취업 업무를 주요하게 다루었던 한 알선업체 대표는 “구직자들이 영어가 안되서 업무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생활영어 수준의 교육을 받고 전문적 일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 직업으로 바꾸어주는 등 노력했지만 뜻이 맞지 않아 결국 되돌려보냈다”며 그와 같은 사례가 빈번했다고 말한다.
해외취업을 부진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는 취업하려고 하는 나라의 취업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점이다.
IT 인력 수요가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비자를 받기가 힘들 뿐 아니라 고용계약서에 재정보증인이 있어야 한다.
대사관에 취업을 신청하는 데에도 변호사 도움이 필요하다.
구인을 원하는 업체의 경우도 자국에서 세차례에 걸쳐 구인광고를 냈다는 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웬만큼 보증되지 않으면 해외취업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관련 업체들은 정부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너지씨스템의 한 관계자는 “한창 해외취업이 붐이었을 때 정부가 무료로 알선해준다고 나서는 바람에 해외취업 알선업체들이 살아남기 힘들었다”고 사정을 토로한다.
그 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해외취업 업무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정부 끝까지 책임져야 현재 해외취업 업무는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팀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취업팀의 경우도 적극적 업무를 펼치기 힘들다.
해외취업팀은 98년 만들어졌지만 파견근무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담당자도 4명에 불과하다.
최근 벤처기업에서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실업자들이 생기고 있다.
국내외 취업정보업체인 잡스디비 www.jobsdb.co.kr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IT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신규등록자는 하루 1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미국에 30명, 홍콩에 17명 등 적지 않은 수가 해외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또 전체 해외취업 희망자 중 42%가 IT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에게 해외취업은 탈출구가 아니다.
관련 기관에서 적극적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해외취업은 ‘낭만적인 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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