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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한국오라클 ERP컨설턴트 장재혁
[나는프로] 한국오라클 ERP컨설턴트 장재혁
  • 이경숙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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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아무리 공부해도 더이상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그럴 때 상담교사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네 공부습관을 살펴봐. 습관이 잘못 되어 있으면 많이 해도 효율이 안 오르거든.” 아니면 이렇게 말한다.
“너희 반 영희가 전교1등이지? 그 친구가 공부하는 습관을 잘 지켜보고 친구가 하는 대로 공부해 봐.”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기업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 업체도 마찬가지로 선진기업이 일을 하는 습관, 방법을 따라하면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누구 그 비결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을까?

ERP는 철학이 있는 시스템 한국오라클 장재혁(32)씨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의 사업과 업무를 분석하고, 어떻게 바꾸어야 좋을지 대안을 제시하고, 적합한 정보시스템을 기업에 적용해 결국은 기업의 업무프로세스를 바꾼다.
그것이 ERP(Enterprice Resource Planning) 즉 전사적 자원관리다.
흔히 ERP는 생산, 영업, 회계, 인사 등 기업의 업무를 전산화해 만들어놓은 표준시스템을 일컫는다.
“ERP는 단지 정보시스템만은 아니에요. 하나의 ERP시스템은 ‘업무는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어요. 제너럴모터스나 제너럴일렉트릭 같은 선진기업의 업무프로세스를 최적화시킨 것인 만큼 ERP를 도입하면 그들의 업무프로세스도 함께 들어오게 됩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ERP시스템이라 해도 그것을 쓰는 사람이 업무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ERP 도입에는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선 임직원 직무와 역할이 완전히 바뀌거나 심지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이전에 5명이 하던 회계결산업무는 ERP를 도입하면 두세명 분의 일로 줄어든다.
그럴 때 최고 경영자가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임직원을 독려해 용기를 불어넣어 줘야 사원들 역시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임할 수 있다.
추진과정에선 ERP 프로젝트 리더의 지혜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잘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저항도 크다.
사람들은 업무가 줄어들면 불필요해진 인력은 감원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한다.
장씨도 이러한 장애에 수없이 부딪혔다.
그럴 땐 “단순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을 절약해서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성심성의껏 설득한다.
이렇게 소신껏 프로젝트를 추진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때 장씨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요즘 진행 중인 한국통신 ERP프로젝트가 그랬다.
보통은 고객사의 이런저런 요구에 따라 ERP시스템을 뜯어 고친다.
그런데 한국통신은 장씨와 프로젝트팀의 제안을 과감히 받아들여 ERP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적용했다.
프로젝트 마무리단계인 지금 한국통신은 “당신을 믿고 사서 했더니 일할 만한 시스템이 되었다”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장씨의 마음은 뿌듯해졌다.
98년 가을, ‘SWAT(특공대)’ 즉 프리세일즈(Pre-sales)팀에 있으면서 오라클 ERP를 적용하라고 한국통신을 설득하던 때엔 밤도 숱하게 샜다.
한달 동안 집에 들어간 날이 2~3일 뿐일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그나마도 옷 갈아입으러 잠시 들르는 수준이었다.
잠은 침낭을 깔고 잤다.
1000페이지 분량의 제안서를 보름만에 쓰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팀의 누구도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팀웍이 잘 맞으면 일이 많아도 즐거워진다”면서 장씨는 파안대소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아내와 짬짬이 즐기는 데이트도 솔찮은 기쁨이었다.
ERP만 해선 전문가 대접 못 받아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 뻔한 데도 어쩔 수 없이 고객사의 요구대로 프로젝트를 이행해야 할 때는 ‘도자기 장인이 맘에 안 드는 도자기를 깨버리듯’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런 프로젝트는 자신의 이력에조차 올리고 싶지 않다.
다행히 요즘엔 ERP마인드가 확산되선지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기업은 드물다.
대신 비즈니스 솔루션 차원의 포괄적인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늘었다.
“ERP만 해선 전문가일 수 없는 때가 곧 올 거예요. 제가 맡고 있는 회계정보분석만 해도 관리회계 같은 전문지식이 필요하죠. ERP시스템도 유행에 따라 계속 바뀌고요. ERP컨설턴트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직업입니다.
ERP 전문가가 되려면
ERP를 하는 회사에 들어가면 된다.
한국오라클, SAP같은 ERP공급업체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딜로이트, 앤더슨컨설팅, 아더앤더슨 따위의 컨설팅업체에서 ERP 컨설턴트를 채용하고 양성한다.
요즘엔 삼성SDI, LGEDS, 현대정보기술, SK C&C 등 SI업체들도 컨설턴트를 뽑는다.
채용은 주로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이뤄진다.
전공제한의 벽은 거의 없다.
오라클, SAP 공인교육기관 수료증이나 자격증이 있으면 서류전형에서 한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면접단계에선 영어실력이 관건이다.
관련 메뉴얼들이 전부 영어로 씌어 있고 그에 대해 조언받을 사람도 외국인들이라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만큼의 영어실력이 필요하다.
한국오라클 장재혁씨는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석사학위를 받은 해외유학파다.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ERP컨설턴트의 자질은 인내와 긍정적 사고, 책임감이다.
ERP의 업무 특성상 사전영업(Pre-sales) 프로젝트가 한번 시작되면 한달 중 집에 들어가는 날이 사나흘일 정도로 격무인데다, ERP 시스템이 기업의 경영프로세스를 바꾸는 중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ERP전문가의 연봉은 경력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신입연봉은 1800만원, 3년 경력이면 3천만원, 7년 경력이면 5천만원에서 7천만원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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