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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LG의 희망사항 '거꾸로 빅딜'
[포커스] LG의 희망사항 '거꾸로 빅딜'
  • 이원재
  • 승인 200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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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텔레콤 매각, 현대전자 인수' 반도체 사업재개 검토...현대의 태도에 업계 관심 집중
LG가 현대전자를 인수하고, LG텔레콤을 한국통신에 매각하는 원대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통신서비스 사업을 정리하면서 지난해 현대전자에 넘긴 반도체사업을 다시 넘겨받는 ‘거꾸로 빅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LG 관계자는 “고위경영진 일각에서 LG텔레콤을 한국통신에 넘기고, 현대쪽으로부터 현대전자를 인수해 반도체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지난해 현대가 보유한 데이콤·온세통신·하나로통신 지분 5600억원어치를 포함해 2조5600억원어치의 주식 및 현금을 넘겨받기로 하고,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겼다.
당시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빅딜정책’의 일환이었다.
현대전자는 곧 이 회사를 합병하면서 세계 D램시장에서 2위 업체로 올라섰다.
국내꼴찌 IMT사업보다 세계2위 D램을 LG가 반도체사업에 다시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수입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LG는 IMT-2000 사업권을 따더라도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이어 꼴찌인 3위에 머물 공산이 크다.
시설투자비와 정부출연금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할 때 3위 업체가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
반면 반도체 D램사업은 당분간 안정적인 현금을 만들어낼 것으로 분석된다.
파워콤 인수가 불투명해진 점도 LG의 ‘변심’을 압박하고 있다.
파워콤의 유선망을 차세대이동통신사업의 기반으로 삼으려 했던 LG는 지난 7월 말 열린 1차입찰에 예상과 달리 참여하지 않았다.
그 대신 SK와 포항제철이 주당 3만2200원에 파워콤 지분을 낙찰받았다.
LG투자증권은 이때를 즈음해 파워콤의 주당가치가 2만2천~2만6천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LG 관계자는 “파워콤의 가치는 2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3만원 이상에서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LG는 이동통신사업에서 결국 돈을 번 쪽은 통신장비업체들과 1위 업체인 SK텔레콤뿐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LG전자와 합병예정인 통신장비의 LG정보통신과 반도체의 현대전자를 갖춘다면 굳이 직접 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차세대 이동통신사업의 혜택를 입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미 LG전자를 가전·통신·인터넷 등 첨단기술장비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운 터라, 반도체 생산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추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복선도 깔고 있다.
이런 계산속이 현실화할 수 있을까? 현재 현대전자 시가총액은 10조원을 조금 밑돌고 있다.
LG가 특수관계인 지분 등을 모두 인수하는 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3조5천억~4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지난해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겨주고 아직 받지 않은 돈이 9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산한다.
LG반도체 매각 때처럼 하나로통신·데이콤 등의 지분을 함께 넘긴다면 필요한 현금은 더 줄어든다.
LG텔레콤이 비상장사라 가치평가가 어렵기는 하지만 2조~2조5천억원에만 팔아도 현금 한푼 추가로 들이지 않고 현대전자를 사들일 수 있게 된다.
LG텔레콤의 장외거래가격 기준 시가총액은 한때 10조원까지 갔다가 현재는 4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통신으로서도 LG텔레콤을 인수하면 만년 2위에서 벗어나 SK텔레콤과 어깨를 겨루는 통신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발표한 75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에 성공한다면 자금도 넉넉하다.
현대 입장에서는 주력사를 떼어내는 아픔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 강요받고 있는 자구노력을 가시화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현대가 지속적인 현금창출이 보장된 반도체사업을 쉽사리 내놓겠느냐는 회의론도 많다.
특히 현대전자는 정몽헌 회장 계열로 분류된다.
요즘 현대를 둘러싼 분쟁 속에서 수세에 몰린 정몽헌 회장으로서는 함부로 던질 수 없는 카드다.
하나로통신·데이콤 등 어렵사리 지분을 확보한 통신인프라 사업을 LG가 한순간에 되팔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반도체냐 통신서비스냐, 확실한 눈앞의 현금이냐 불확실하지만 미래성장성이냐. 전자·통신장비·이동통신을 한몸에 거느린 IT업계 공룡 LG가 지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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