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14 (목)
[테크놀로지] 유전자원
[테크놀로지] 유전자원
  • 허원 강원대 교수
  • 승인 2001.08.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체 유전자는 차세대 ‘국부’ 효소 등 개발, 산업 활용가치 높아… 생물종 다양성 확보 중요성 커져 미국 회사 다이버사 www.diversa.com는 자연계의 생물종 다양성(Bio Diversity)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1994년에 설립됐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회사지만, 매우 차별화된 사업전략과 놀라운 기술수준으로 바이오 업계에서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고 급속한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 아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석유 회수에 사용되는 두가지 효소를 개발해 판매하는 것과,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개량된 고온 효소를 개발하는 것 정도다.
매출은 전략적 제휴관계 혹은 지분출자를 한 회사에서 제공하는 연구개발비가 대부분이다.
다이버사가 제휴를 맺고 있는 회사는 아반티스, 노바티스에서 이름을 바꾼 신젠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종합화학회사인 다우케미컬, 최근 스미스클라인비첨과 합병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으로 이름을 바꾼 글락소웰컴, 섬유산업계의 거인인 셀라니스,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 같은 굵직굵직한 대규모 글로벌 기업들이다.
지난 2~3년 동안 다이버사가 갑자기 이런 대형 기업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것은 자연계의 표본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구성한 다음 이를 유전자원화하고, 여기서 원하는 효소나 생리활성 물질을 골라내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재 100만여 종류의 미생물에 대한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있고, 여기에서 이미 700여종의 새로운 효소를 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효소들의 산업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독자적인 분자진화 방법을 개발해, 미래 바이오 산업의 근간이 될 고효율의 상업용 효소를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는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이버사의 핵심기술은 자연계의 표본으로부터 생명체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직접 생명체의 유전자만 골라내고 이들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유전물질 상태로, 혹은 대장균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다.
수백, 수천개의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이렇게 보관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수를 수억개 수준으로 늘리면서도 중복되지 않은 유전자 조각모음을 만들어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 곳은 다이버사 말고는 아직까지 없다.
특히 다이버사에서 개발한 ‘기가메트릭스’라고 부르는 기술은 우선 유전자 조각을 하나씩 포함한 대장균을, 마치 잉크젯프린터에서 잉크방울을 분사하듯 분사시킨다.
이를 통해 유전자를 자동으로 10만개의 작은 구멍이 뚫린 판에 보관하고, 이를 원판으로 사용하여 전자동으로 검사한다.
여기서 원하는 효소나 생리 활성물질을 합성하고 관련된 유전자를 신속하게 찾아내는 초고속 검색 시스템이 기가메트릭스다.
이제까지의 방법으로는 100년 이상 걸릴 작업을 단 몇주 만에 끝낼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다이버사, 검색시스템 개발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기업들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지속적인 성장기회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롱플랑의 사료사업 부문이 독립한 아반티스는 다이버사에서 개발할, 사료에 쓰이는 효소에 독점적 권리를 소유하는 대가로 상당 부분의 우선주를 포함한 지분을 출자하고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다이버사는 자신들이 보유한 유전자원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료용 효소를 찾아 이를 상업적 목적에 적합하도록 분자 진화방법으로 개량해 아반티스에 독점적으로 제공한다.
다이버사가 기존 것보다 고효율의 사료효소 개발에 성공하면 아반티스는 동종 사업체 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될 것이다.
계약기간 동안에는 사료효소 부문에서 다른 회사와 협력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은 물론이다.
다이버사는 다우케미컬과도 여러 분야에서 제휴를 맺고 있다.
그중 하나가 화학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효소를 자연계의 생물종 다양성에서 찾아내 개발하는 연구 프로젝트다.
다이버사는 자연계에서 가장 우수한 유전자원을 찾아내 이를 더욱 우수한 유전자로 발전시켜 유용한 상품으로 개발함으로써, 유전자원의 산업적 가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 모기 뱃속에 들어 있던 극미량의 공룡 혈액으로 공룡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적으로는 아직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공룡 유전자가 이미 멸종해버린 공룡을 부활시킬 수도 있는 유전자원이라는 중요한 핵심은 짚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생명체의 유전자가 곧 유전자 자원이며 이 유전자원의 가치는 다양성에 있다.
얼마나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느냐는 그만큼 유전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천연자원이나 농산물자원, 에너지자원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주된 자원이었지만, 지금 속도로 바이오 기술이 발전하면 21세기에는 유전자가 새로운 중요 자원이 된다는 점에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다이버사는 이미 자사의 초고속 검색기술로 유전자원의 우선 확보에 기치를 올리고 있다.
1997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연구개발 협약을 맺어 상업적으로 가치있는 물질을 발견하거나 개발하면 옐로스톤 공원에 로열티를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간헐천과 같은 특수 환경에서 자생하는 생명체 유전자 표본을 채취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과거 100년 동안 옐로스톤 공원은 자연과학자들의 학습장이었으나, 이제는 실내 낚시터처럼 돈을 내고 입장해 유전자 보물찾기를 하는 장소로 변해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다이버사는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 멕시코,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효소나 생리 활성이 있는 물질을 찾을 수 있는 권리도 해당 국가와 협약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과거 식민지처럼 유전물질 확보에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전자원을 연구 개발한 결과물에는 특허라는 배타적 권한을 주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식민지 정책과 차이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른 속도로 유전자원을 개발하는 능력이 있는 기업이 유전자 전쟁에서 독주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화로 생명체 멸종 가속화 지구상에는 약 175만종의 생물체가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크기가 작은 곤충이나 미생물이며 동·식물 비중은 낮은 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대체 몇종이나 될까? 과학자들에 따라 300만에서 약 1억종의 생물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약 1300만종 정도가 존재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난 100년 동안 약 1만여종의 미생물 연구가 학술논문이나 잡지를 통해 발표됐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현재 100여종의 미생물이 산업적으로 활용돼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이나 재화를 생산해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 가운데 25%는 식물의 추출물로 만든 것이다.
35억년에 걸친 진화과정을 통해 형성된 생물종의 다양성은 인류의 삶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긴밀한 경제적 혹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처음 채택해 93년 12월에 발효된 ‘생물종 다양성 협약’(CITES)에서, 생물종 다양성은 그 자체로 보존해야 할 내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선언하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관심과 합의가 나온 배경은 급속한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가 많은 지식인에게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50~100배 이상의 속도로 생명체의 멸종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3만4천종의 식물과 5200종의 동물과 조류가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가축의 30%에 해당하는 종의 숫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개발하고 생물종 다양성의 보전을 위한 국가 관리체계를 구축해 우리나라의 생물종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도 한시바삐 서둘러야 할 일이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생물종 다양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지의 유전자원에 대해 조사해 우리도 생물종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생물종 다양성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생물종 다양성 협약은 유전자원에 대한 국가별 소유권을 확인시켜주었으나 유전자원의 거래를 양성화했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유전자 자체에서 얻은 산업적 가치가 있는 물질에 대해서는 특허라는 제도를 통해 배타적 권리를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나 에너지자원, 농산물자원, 어느 하나도 풍부하지 않다.
그럴수록 우리의 생물종 다양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는 물론 유전자원 발굴 기술을 적극 개발해 유전자원의 확보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