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4 (수)
[포커스] 소리바다 기소,네티즌 아우성
[포커스] 소리바다 기소,네티즌 아우성
  • 김상범 기자
  • 승인 2001.08.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2P협회·시민단체·네티즌, 강력 반발… 냅스터 전철 밟을 지 관심 소리바다도 결국 냅스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가. 지난 8월12일 검찰이 소리바다 운영자인 양일환, 양정환 형제를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이제 소리바다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운명이 가려질 처지에 놓였다.
검찰은 양씨 형제가 지난해 5월부터 소리바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악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서버를 이용해 저작권 사용 대가를 치르지 않은 MP3 파일의 교환을 매개한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한국판 냅스터’로 불리는 소리바다 www.soribada.com는 지난 1월부터 냅스터처럼 음반사들에게 고소를 당해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냅스터가 이미 불법 판정을 받은 마당이어서 이번 검찰 기소는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시선은 법원의 판결마저 냅스터와 마찬가지로 소리바다에 불법이라는 판정의 철퇴를 내리칠 것인가에 쏠려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사회·경제적으로 미칠 파장이 클 것이다.
소리바다와 같은 개인간(P2P) 기술 개발업체들은 물론 대형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2P 업체들은 즉각 반응을 나타냈다.
검찰의 기소 발표가 난 바로 다음날 한국P2P협회(회장 정철흠)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결과는 네티즌의 권리를 도외시한 처사”라며 “P2P 기술과 시장 등 산업 활성화에 아무런 득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서명운동과 기소취하 캠페인 등 여론몰이에 나선다는 내용의 대응방향을 수립했다.
시민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공유적지적재산권모임과 진보네트워크는 “소리바다를 통한 이용자들의 MP3 파일 교환은 비영리적이며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며 “이러한 행위까지 저작권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저작권자만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적어도 개인적, 비영리적 파일 교환은 저작권법상 ‘지작재산권의 제한’ 조항을 적용해 정당한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
저작권은 저작권자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이번 검찰의 기소가 시대착오적인 조처였다고 반발했다.
일반 네티즌도 이번 조처가 인터넷 문화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리바다는 과연 불법인가. 엄밀히 말하면 실정법상 저작권 위반자는 소리바다가 아니라 소리바다를 통해 음악파일을 공유해온 사용자들이다.
검찰 역시 음악파일을 주고받은 소리바다 회원들도 저작권법 위반혐의가 인정되지만 음반업체들이 고소하지 않은데다 단순히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음악파일 교환행위 자체를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600만명에 이르는 네티즌을 저작권 위반사범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결국 저작권을 침해하는 도구의 운영자인 소리바다를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른다.
이미 냅스터가 불법 판정을 받았다 해도 소리바다를 냅스터와 단순비교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인들이 자료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P2P 서비스라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소리바다는 냅스터와 달리 서버에서 공유파일 목록을 관리하지 않는다.
운영자가 사용자들의 불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 이경전 교수는 “더블데크를 파는 전자업체가 불법이 아니라고 하는 논리가 냅스터에서는 적용될 수 없었지만, 소리바다에는 적용 가능성이 있다”며 “소리바다 운영진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측면이 아니라 사용자들에 의한 저작권의 실질적 침해를 어떻게 방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형태로 본 사안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인인 음반사나 사법당국이 직접 위반자인 사용자를 제치고 운영자인 소리바다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좀더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위법혐의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아직은 소리바다를 옹호하는 쪽의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