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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스팸메일 규제 빛좋은 개살구
[포커스] 스팸메일 규제 빛좋은 개살구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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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발신자 추적엔 한계… 자율규제·차단기술 공유 절실출판사를 운영하는 주재완(37)씨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출근하면 PC의 받은편지함을 여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밤새 들어온 메일 20여개를 일일이 열고 답장을 보내는 데 20여분을 보낸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전체 메일 중 서너 통은 항상, 누군지 알 수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날아온 광고 메일이란 사실이다.
“e메일을 열어보면 출처가 어딘지도 모르는, 원하지 않는 메일이 너무 많다.
음란 동영상 CD나 불법복제한 프로그램을 판다는 것들, 인터넷으로 쉽게 돈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내용, 어떨 때는 비아그라를 쉽게 살 수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메일도 있다.
” 주씨는 가입한 e메일 서비스 사이트에 가끔 들어가보면, 거기에도 광고 메일들이 가득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기분나쁜 것은 자신의 메일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하는 점이다.
주씨가 받은 이런 메일들이 바로 스팸(SPAM) 메일이다.
수신자 허락을 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살포하는 상업적 목적의 광고 메일, 덩치 큰 메일을 보내 업무에 방해를 주는 메일폭탄(Mail Bomb)이나 행운의 편지도 스팸메일의 일종이다.
스팸메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신자에게는 ‘업무 방해’고, 시스템에 심각한 부하를 주며, 만인의 자산인 인터넷에 불필요한 트래픽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온라인 조사업체인 엠브레인이 지난 6월 전국 19~59살 인터넷 사용자 2459명을 대상으로 스팸메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9%가 스팸메일을 받아본 경험이 있었다.
스팸메일을 받는 횟수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가 35.5%로 가장 많았지만 하루 한번 이상 받는 경우도 29.3%나 됐다.
특히 전체의 63.0%가 스팸메일을 받았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법적 규제 필요성에 대해 80.9%가 찬성했다.
참다 못한 정부가 스팸메일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발신자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첫 케이스로 지난 8월12일 수신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광고성 e메일을 보낸 (주)디투에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디투는 수신자가 받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아랑곳않고 자사의 디자인 교육프로그램 홍보메일을 세차례에 걸쳐 보내는 죄를 저질렀다.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 라봉하 과장은 “광고성 e메일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률을 개정해 단속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개정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고성 e메일을 보내는 업체는 메일 전송 목적과 내용, 전송 업체의 이름과 연락처, 수신거부 의사표시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라 과장은 “최고 500만원인 위반 업체에 대한 과태료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아 법 개정을 통해 과태료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주소록 거래, 발송대행도 성행 사실 스팸메일은 광고 비용을 수신자와 인터넷서비스업체(ISP)에 떠넘기는 악질적인 것이다.
사이버문화 평론가인 곽동수씨는 “스팸메일은 인터넷의 편리함을 악용하는 대표적 해악”이라고 규정한다.
“수신자에게 짜증을 일으키는 건 물론이고 메일 다운로드 비용까지 수신자에게 전가하는 행위이며, 엄청난 트래픽 증가를 일으켜 ISP의 정상적 서비스에도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스팸메일은 인터넷 비즈니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곽씨는 “스팸메일이 만연하면 전자상거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e메일 주소 공개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낳는 부작용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스팸메일 전송 규정이 강화되면 불법적으로 CD나 약품 등을 판매하던 개인사업자나 수강생을 모집하는 교육기관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 경로로 개인의 e메일 주소를 입수해 스팸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처음 적발된 디투의 경우 유명 컴퓨터 디자인 교육업체로서 정체가 확실했다.
문제는 게릴라 방식으로 e메일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 치고빠지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개인사업자의 스팸메일을 어떻게 적발하느냐이다.
허위 주민등록번호로 ISP에 가입해 스팸을 보낸 뒤 즉각 해지하거나, 남의 메일 서버를 이용해 악성 자동발송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스팸을 보내는 불법 사업자가 많다.
개인사업자들은 음성적인 방법으로 개인 메일 주소를 입수해 무작위로 스팸을 발송해왔다.
그들은 메일 서비스 업체를 옮겨다니며 스팸을 뿌려댄다.
휴대전화 번호 외에는 일체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으며, 동일인인데도 이용하는 메일 서비스를 바꿔가며 이름을 달리하는 등 철저하게 음지에서 활동한다.
주로 음란 CD나 불법복제 프로그램, 섹스 용품, 매매가 금지된 약물 등을 거래하는 데 스팸메일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이 주소록을 입수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인터넷에 떠도는 메일 주소를 수집하거나 중소 규모 인터넷 사업자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이미 모아진 주소록을 사기도 한다.
또한 ‘스파이더’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 주소록을 긁어다 파는 업체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수료를 받고 스팸메일 발송을 대행하는 e마케팅 업체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스팸메일 중에는 ‘자동 광고메일 발송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것까지 있다.
스팸메일을 자동으로 발송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스팸메일이다.
여기에는 수신인 e메일 주소 수백만 개가 제공되고, 다른 사이트의 자원을 도용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으며, 각 ISP 서버에 설치된 스팸 거름장치(필터)를 무력화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스패머(스팸메일을 날리는 사람)가 이를 구입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포털사이트, 은연중 스팸 방치 국내 e메일 서비스 업체나 포털 사이트들은 메일 서비스를 펼치면서 대부분 스팸메일 관리 정책을 갖고 있다.
회원 가입시 정보 발송에 대한 동의를 얻고 있고, 수신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어 개정된 법에 저촉될 우려는 낮다.
이들 업체가 스팸메일을 보낸 사용자에게 내리는 처벌은 1차 경고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이용 중지, ID 박탈 같은 강도 높은 방지책을 쓰고 있다.
1분에 1천통 이상 메일이 보내지면 자체 모니터링에서 적발되며, 허락된 기업의 광고 메일이라도 ‘수신 취소’ 기능이 없으면 스팸메일로 간주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자의 신고를 받은 뒤에야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스팸 규제 정책을 ‘빛 좋은 개살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스팸메일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겐 뜨거운 감자”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가 스팸메일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명확한 공지 없이 대형 포털의 스팸 규제책을 흉내내는 정도이며, “네티즌이 스팸 정책을 명확히 인지할 수 없도록 숨기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한다.
그같은 이유는 스팸메일을 통해 사이트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팸을 너무 강력히 규제하면 해당 사이트의 ‘바이러스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스팸메일을 막는 것을 사생활 침해로 보고,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많다”고 주장했다.
대량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IP를 발견해도 바이러스 유포 같은 악의만 없으면 스팸메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나서서 이 메일을 적극 막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실 스팸메일은 e메일 서비스 업체와 인터넷서비스업체(ISP) 수준에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껏해야 경고 후 ID를 직권 해지하는 정도가 최선책이고 ISP의 필터링을 무력화할 만큼 스팸 발송 소프트웨어가 지능화한 것도 걸림돌이다.
스패밍이 주로 야간이나 주말에 집중되고 있어 적발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데이콤 인터넷사업본부 박영신 상무는 “법에 의한 처벌 이전에 사용자와 서비스 사업자 모두 인터넷 윤리의식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ISP의 메일 담당자끼리 스패머 정보를 주고받고 스팸 차단기술을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팸의 내용에서 보듯이 불법, 음란, 사기성 광고가 난무한다는 점을 인식해 이를 제대로 알리는 작업을 e메일 마케팅 업체나 포털 서비스 업체가 벌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대전화도 스팸메일 “골치 아파”
스팸메일 공해는 인터넷에 연결된 PC뿐 아니라 휴대전화에도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수신인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온갖 선전문구를 달고 날아드는 스팸메일에 지난 몇년 동안 시달려온 네티즌이 이제는 휴대전화에서 똑같은 시달림을 당하는 셈이다.
특히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하면 찜찜할 수밖에 없다.
‘좋은 만남을 가져보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고 호기심에 발신버튼을 눌렀다가 700서비스로 연결되는 황당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폰클럽’이나 ‘전화데이트’ 같은 제목의 메시지를 보낸 뒤 유료인 700서비스로 연결하게 하는 수법의 스팸메일은 수신자의 남녀노소 여하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 어떤 백화점으로 가면 몇시간 동안 번개 세일을 한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신용카드 회사나 통신판매 업체가 보내는 메시지도 많다.
나이트클럽이나 룸살롱 종업원들로부터 날아오는 ‘고객관리’ 차원의 메시지를 받는 사람도 꽤 된다.
기업들이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를 광고 용도로 활용하는 이유는 가격이 싸고 수신거부 기능도 없어 고객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통 발송하는 데 30원이지만 건수가 많아지면 20원까지 비용이 낮아진다.
최근에는 인터넷 콜센터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늘어나 빠른 시간에 여러 사람에게 메시지를 날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신자쪽에서는 불필요한 쓰레기 메일일 수 있고 배터리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기업이 고객관리용으로 보내는 것은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지만, 정보통신부는 메시지를 무작위로 남발하는 700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단속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고, 허가받지 않은 내용을 보내면 이동전화 사업자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제재한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일본 NTT도코모의 i모드도 스팸메일 확산 여파로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i모드 서비스는 거는 전화와 걸려오는 전화 양쪽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NTT도코모는 가입자 편의를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자동으로 e메일 주소로 부여하고 있는데, 이같은 메일 주소체계 때문에 가입자들이 스팸메일 공세에 노출되는 것도 원인이다.
미국 의회는 최근 개인의 허가 없이 무선장비에 고객 유치를 위한 광고를 보내는 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법안을 상정해놓고 심의를 벌이고 있다.
미국 무선광고협회(WAA)도 특정 목적을 가진 무선광고나 콘텐츠가 고의적이거나 부주의로 가입자의 허락이나 송신자의 신분 제시 없이 휴대전화에 보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의 이동전화 상위 3사(BT셀넷, 보다폰, 오렌지)도 휴대전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자체 ‘기업 준칙’을 정했다.
휴대전화를 통한 무선 마케팅은 사용자가 수신을 희망했을 때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을 의무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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