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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옥션, 닷컴 부활의 나팔 부나
[특집] 옥션, 닷컴 부활의 나팔 부나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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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매출 430억원, 당기순이익 흑자 돌입… 성장세 당분간 유지 전망
지난 15일 인터파크가 상반기 실적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코스닥 등록 주요 인터넷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종합 평점은 ‘전자상거래의 약진’. 상반기 매출액이 377억원이라고 발표한 인터파크에 앞서 345억원의 매출 실적을 발표한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전자상거래 부분이 매출 증대에 큰 몫을 차지했다.
여기에 4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옥션까지 가세하면 코스닥 등록 ‘신 인터넷 3인방’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옥션 www.auction.co.kr의 성과가 눈에 띈다.
옥션은 상반기 매출액 430억원과 함께 당기순이익도 11억8천만원을 거둬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고, 영업이익 적자 폭도 67억4천만원에서 20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인터넷 경매는 ‘가장 인터넷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에 보기 좋게 답한 것이다.


옥션의 선전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다.
전자상거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침체된 인터넷 업계를 이끄는 것은 물론, 닷컴 모델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켜준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경매 분야는 농수산물 시장이나 법원 등 매우 제한적인 곳에서 특수한 사람들만이 하는 거래방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경매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상거래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낙찰수수료 3.5%만 내면 누구나 물건을 팔 수 있고, 구매자는 싼 가격으로 물건값을 직접 결정할 수 있으며, 경매업체는 재고나 물류에 대한 부담없이 거래를 위한 장터만 마련하면 된다.
이런 인터넷 경매모델을 두고 이미 ‘가장 인터넷에 적합하면서도 인터넷 정신을 발현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제 그 모델의 진가가 실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자·구매자 모두 윈윈 모델 옥션에서 벌어지는 거래를 들여다보면 인터넷만이 해낼 수 있는 사업의 잠재성을 느낄 수 있다.
상반기 옥션에서 성사된 총 경매성사금액(GMS)은 1984억원이다.
한달에 330억원 정도를 성사시킨 셈이다.
상반기에 인터파크가 377억원 , 다음이 34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한다면 4배가 넘는 수치다.
액수만으로도 국내 최대의 거래규모다.
이런 거래규모가 가능했던 것은 옥션 모델의 개방성 덕분이다.
현재 회원 수 380만명인 옥션에는 총 12개 카테고리에 1800여개 업체가 기업형 경매(B2C) 판매자로 참여하고 있다.
월평균 10건 이상의 물건을 판매하는 ‘파워셀러’로 분류되는 개인회원자격(C2C) 판매자도 약 2천명 가량이다.
이들은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 부업으로 하는 사람,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등 소상인에서 일반인까지 매우 다양하다.
팔 수 있는 물품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생활용품에서부터 전자제품, 식료품, 자동차, 부동산, 애완동물 등에 이르기까지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모든 상품들이 거래된다.
이들이 이렇게 옥션으로 모여든 배경은 간단하다.
일반인들이 중고물품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질 좋은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도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입점하기 어려웠던 업체나 소상인들이 쉽고 저렴하게 온라인 상점을 만들 수 있어 옥션으로 모여든 것이다.
판매자쪽에서 보면 C2C로 참여할 경우 3.5%, B2C로 참여할 경우 3~10%의 수수료(낙찰금액에 부과)만 내면 되기 때문에 일반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부담이 훨씬 적다.
“백화점은 23%, 할인점은 18%, 홈쇼핑은 25%, 온라인 쇼핑몰은 15% 미만으로 수수료가 떨어지기 힘든데, 경매업체는 재고나 물류의 부담없이 장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낮은 수수료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옥션 이금룡 사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B2C 판매자로 참여하면 각 카테고리 관리자들이 매출관리부터 이벤트 기획, 홍보까지 해준다.
입점료도 따로 없이 이 정도의 수수료만으로 380만명의 구매자들과 인터넷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여간한 매력이 아니다.
이렇게 낮은 수수료 덕분에 판매자들은 더 낮은 가격에서도 상품을 팔 수 있고, 이런 가격경쟁력이 옥션을 강하게 이끄는 추진력이 되었다.
실제로 옥션이 지금과 같이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가장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사이트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옥션 모델 자체가 구매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게 하는데다, 판매자는 낮은 수수료 덕분에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팔아도 별로 손해보지 않는 거래라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매에서는 배송료를 구매자가 부담하는 경우도 많아 판매자는 더 싼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다.
현재 옥션에서는 가전이나 컴퓨터 같은 신제품도 일반 쇼핑몰보다 평균 10~2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낙찰된다.
중고물품들의 가격은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15인치 컴퓨터 모니터가 7만원, 20인치 TV가 13만원, 자동카메라 4만원 등 평균적으로 신제품의 3분의 1, 절반가격 수준에서 낙찰가가 결정되곤 한다.
3~4일에서 1주일 정도 진행되는 경매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잘 ‘즐길’ 수 있다면 구매자들에겐 ‘이보다 더 즐거운’ 쇼핑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산지 생산자가 직접 경매에 나설 경우 중간 유통단계를 혁신적으로 단축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흔히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상 가운데 하나로 농어촌의 생산자가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함으로써 생산자는 제값 받고 물건을 팔고 소비자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꼽곤 했다.
현재 옥션 안에선 그런 미래상들이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다.
옥션 사이트 안에서 ‘울릉도 오징어 아저씨’로 통하는 정영수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옥션에서 직접 말린 오징어를 팔기 시작해 지난 11월에는 옥션을 통해서 1200만원어치의 오징어를 팔았다.
시중에서 2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오징어 한축(20마리, 1.2㎏)을 1만5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팔았지만 오프라인 유통단계를 모두 건너뛰어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다.
6개월 동안 단일품목으로 6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충남 논산에서 방앗간을 하는 한 부부도 지난 3월부터 아들의 권유로 직접 빻은 미숫가루를 옥션에서 일반시중가보다 20~30% 정도 싸게 팔아 현재까지 약 1천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도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직접 만든 칡즙을 시중가의 반 가격으로 공급하는 강원도 농부, 철마다 최상품의 과일을 싼 가격으로 파는 충청남도 금산군 대둔산 과수 영농조합 등 식품 카테고리에만도 이런 생산자들이 상시적으로 300여명이나 된다.
“농수산물의 경우 6~7단계가 넘는 유통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어 경매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상품들이 올라오면 ‘이런 것도 팔 수 있구나’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상품들이 따라 올라온다.
사과가 팔리는 걸 보면 다른 농부들이 따라 사과를 올리는 식이다.
경매업체의 CM(카테고리 매니저)은 쇼핑몰의 MD(머천다이저)처럼 직접 물건을 사와 파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품도 경매를 통해 팔 수 있다’는 방향만 잡아주면 되기 때문에 일반 쇼핑몰과 같은 부담도 없다.
인터넷에 농어민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유통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 CM인 윤병준 차장은 지난해보다 10배나 거래량이 늘어난 식품분야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특히 농수산물은 ‘원가’보다는 ‘정보’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경매 사이트를 통한 정보 공개는 소비자가 직접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는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앞당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경쟁 치열해져 차별화가 관건 옥션은 이런 모델의 우수성에다 국내 1위 업체라는 선점효과까지 거머쥐고 있다.
올초엔 미국에서도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경매업체 이베이와 합병까지 해 경쟁의 위협도 없애면서 선진 노하우까지 전수받을 수 있게 되었다.
B2C를 늘릴수록 부담은 커진다는 우려도 옥션에겐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
일반 쇼핑몰의 경우 매출이 늘수록 재고와 물류 부담이 커지고 MD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
그러나 경매업체는 매출이 늘어도 재고와 물류 부담은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경매의 CM은 쇼핑몰의 MD처럼 직접 물건을 소싱해오는 것이 아니라 품목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늘어날 필요가 없어 인건비 부담도 크지 않은 편이다.
전자상거래 규모도 현재대로라면 계속 성장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당분간 옥션의 성장가도엔 별 걸림돌이 없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옥션이 지금까지와 같은 큰 폭의 성장추이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전자상거래 업체들과의 경쟁이 점점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이유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늘어나면서 각 업체들마다 고객을 잡기 위한 치열한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고, 옥션도 점점 B2C를 늘리고 있어 차별성이 드러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옥션은 파워셀러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이런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
“이베이를 통해 마켓플레이스는 살 사람과 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게 기본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베이의 발전에는 파워셀러들의 역할이 매우 컸으며 이베이는 이들과의 돈독한 상호협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우리도 앞으로 파워셀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마켓플레이스 규모를 늘려갈 것이다.
” 이금룡 사장은 옥션파트너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판매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경매의 양대 축이라면, 판매자를 육성해 늘어나는 구매자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겠다는 자세다.
파워셀러로 관리가 되면 등록수수료도 50원으로 일괄 적용받고, 3만원의 월정액을 내면 자동으로 물품을 등록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올 가을 완성되는 CRM(고객관리)시스템을 통해 확보되는 다양한 고객자료들도 제공받아 타깃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다.
옥션은 과연 앞으로 침체된 닷컴 비즈니스의 부활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경매 모델의 우수성’이라는 막연한 가능성만 가지고 이런 기대를 해왔다.
98년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매를 선보인 옥션은 조금씩 그런 기대에 부응해왔고, 이제 처음 실적으로 그 기대에 답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실적의 의미는 그래서 더 크다.
만약 이런 뛰어난 모델을 가지고도 옥션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아마도 닷컴 비즈니스는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에 옥션의 어깨는 무겁다.
옥션의 어깨 위에 닷컴 비즈니스의 미래, 인간의 상상력이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가능성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차별성 없다” vs “거래량 늘었다”
옥션의 매출실적을 두고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경매업체의 차별성을 잃어버렸다는 지적과, 전체 거래량이 늘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상반된 시각이 교차해 눈길을 끈다.
이와 같은 시각 차를 불러온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개인간(C2C) 경매와 기업대개인(B2C) 경매의 매출집계 차이에서 비롯한다.
C2C는 거래 수수료만, B2C는 거래액 자체를 매출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분기에 옥션은 공동경매가 큰 호응을 얻자 C2C 판매상들을 대거 B2C 판매상으로 이동시켰다.
B2C 판매상들만이 공동경매에 참여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판매상들도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옥션쪽에서도 B2C 판매상들로부터 C2C 판매상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의 C2C 판매상들이 B2C 판매상으로 옮겨왔다.
비관론자들은 수수료만 매출액으로 잡는 C2C의 성장률은 오히려 줄고, 거래액이 모두 매출액에 포함되는 공동구매 등 B2C 비중이 늘어나, 매출액은 크게 늘었지만 경매업체만의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교보증권 김창권 연구원은 “외형상 매출 증가는 있었지만 공동경매에 따른 B2C 부문의 증가는 인터넷 경매업체로서 메리트를 상실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낙관론은 총 경매성사 금액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485% 증가한 1984억원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전체적인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B2C와 C2C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용산의 소상인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B가 될 수 있지만 옥션에서는 C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오히려 시장이 클수록 브랜드파워가 있는 선두업체가 이익을 본다는 주장을 내놨다.
“애초 경매라는 것이 B2C와 C2C의 구분이 무의미한 것이다.
이것을 무리하게 구분해놓은 것이 결국 이런 혼란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B2C가 늘고 C2C가 줄었다고 경매 모델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B2C도 C2C도 같은 경매다.
” 옥션 재무본부 최숙아 부장은 옥션 스스로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까지 더해져 마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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