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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터넷 경매가 남는 장사인 이유
3. 인터넷 경매가 남는 장사인 이유
  • 이경전 KAIST 초빙교수
  • 승인 2001.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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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경매 통해 적은 투자로 사고팔기 가능해져… 이용자 상당수가 소규모 상인
인터넷 경매가 인터넷 사업에서 성공한 것은 거래모형이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의 성격과 네트워크의 성격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매체는 이른바 메뉴비용(가격을 변화시키고 관리하는 비용)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낮다.
따라서 인터넷에서는 가격을 자주 변경시키는 거래모형이 인터넷의 특성을 훨씬 더 적합하다.
이런 측면에서 상품가격의 변동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인터넷 상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모형은 메뉴비용이 낮다는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반면 인터넷 경매는 본질적으로 가격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모형이라는 점에서 인터넷의 디지털 특성에 적합하다.
또 인터넷 경매는 네트워크 효과가 철저히 작동되는 모형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그 사용자의 혜택이 커진다는 원리다.
인터넷 상점이나 쇼핑몰은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일어나지 않는 반면, 인터넷 경매는 구매자가 많을수록 판매자가 몰리고 판매자가 많을수록 구매자가 몰리는 직간접의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진입 성공자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수익성을 도모할 수 있다.
그래서 아마존 Amazon.com과 같은 인터넷 상점이 인터넷 경매를 도입했을 때 선발주자인 이베이 ebay.com를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이베이는 다른 거래모형을 쉽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네트워크 효과가 극명하게 일어나는 거래모형을 핵심 사업모형으로 가진 기업은 다른 거래모형을 도입하기가 쉽지만, 선발주자가 존재하는 사업모형을 후발로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경매와 같은 네트워크 효과형 사업모형을 가진 선발업체가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설명요인이 된다.
한편 마이클 포터는 인터넷 경매가 수익성을 유지하게 된 이유로 이베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베이는 경쟁사업자가 출현해도 가격을 유지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인터넷 경매라는 산업의 수익성을 강화시켜 왔다.
이처럼 어떤 산업의 수익성은 산업의 특성 외에 그 산업 내 주요 경쟁자의 선택에 크게 좌우된다.
인터넷 경매는 참여자들에게 한손이 주장하는 이른바 PACE(P:가격, A:구색, C:편이성, E:오락성) 모두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범적이다.
인터넷 경매에 올려진 물건들은 매우 저렴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으며, 선발 1, 2위 업체의 구색은 대규모 인터넷 쇼핑몰 못지않게 다양하다.
또 일반적으로 참가하기가 어려운 오프라인의 경매와 달리 인터넷 경매는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참가비용이 저렴하고 용이하다는 편이성을 제공하며, 경매의 특성상 ‘사느냐, 마느냐’의 결정이 아닌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 것이냐’라는 게임과 같은 오락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이밖에 인터넷 경매는 판매자든 구매자든 대상 고객들의 거래를 위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 인터넷 경매 운영자가 중개상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즉 구매자와 판매자가 거래 상대방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둘간의 거래가 완전히 성사되어 물건이 교환되기 위해서는 지불, 배송 등의 부가적 기능을 대신 수행해주는 제3자가 필요한데 이러한 점은 인터넷 경매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이른바 메타미디어리(단순히 거래상대방을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래의 완결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상을 가리킨다)로서의 수익모델을 가지게 되는 중요한 측면이다.
이는 주로 인프라를 갖추거나 인프라 활용에 대한 지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간의 전자상거래에서 제3자인 e마켓플레이스가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경우와 대조적이다.
흔히 인터넷 경매를 소비자간(C2C) 모형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Pro-to-Pro(Prosumer-to-Prosumer)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인터넷 경매의 판매자 상당수는 최소의 인프라 투자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소규모 상인인 것이다.
이렇게 자본주의의 수동적 경제주체라고 할 수 있던 소비자들을 프로슈머(Producer+Consumer)의 지위로 격상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인터넷 경매의 진짜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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