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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시트콤] 성병
[건강시트콤] 성병
  • 이우석(자유기고가)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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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러브바이러스'에 걸렸습니다.

스포르닷컴 개발팀 분위기가 여느 때와는 달리 비장하다.

‘냉철함의 화신’인 한재능 팀장(29)도 평상심을 잃어버린 기색이 역력하다.

연구팀에서는 인공지능 컨설팅 시스템 개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여서 프로젝트에 빨리 착수해야 하는데, 개발팀 시안이 번번이 브리핑에서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안마저 통과하지 못한다면 개발팀 전체가 새 팀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마저 나돈다.


“여러분, 수고했습니다.
오늘 한잔 거하게 합시다!”허운동 실장(39)은 마치 핀 스포트를 받은 연극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
개발팀의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자,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하니까 이번 주말을 아예 아작내시도록. 빨리 퇴근 준비하세요오~. 오늘 남의 살 한번 실컷 뜯읍시다.
” 강남의 ‘망가지스’ 나이트 클럽. 다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춤추는 모양새가 뒤뚱거리는 것이 가관이다.
그러나 준N세대인 프로그래머 도아랑(26)씨와 웹디자이너 남궁용(25)씨의 테크노 살사댄스는 춤 자체의 개념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프로그래머 공태만(31)씨는 연신 주변을 흘끔거리며 수질검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업무시간엔 무시로 풀려 있던 눈이 광채를 뿜어낸다.
광란의 2차를 마무리하고, 나이트 클럽에서 나온 시각이 새벽 1시. 그냥 가자니 아쉽고, 3차를 가는 것도 애매한 시간이다.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할 시점이다.
“저는 그만 들어갈게요.” 도아랑씨는 한재능 팀장의 눈치를 살핀다.
“한 팀장이 도아랑씨랑 같은 방향이니까 같이 가지?” 기분좋을 정도로 몸에 힘이 풀린 허운동 실장, 공태만씨와 어깨동무를 하고 흐물거린다.
두사람이 떠나자 나머지 세사람은 눈빛으로 3차를 약속한다.
“실장님, 오늘 확실하게 홍콩가셔야죠? 제가 끝내주는 단란주점으로 모시겠습니다.
20대 초반의 아리따운 공주들이…. 아찔한 쇼를…. 으흐흐흐.” 허운동 실장은 입맛을 쩍쩍 다시며 공태만씨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준다.
“가자구~! 2차도 확실한 거지?” 개발팀 막내 남궁용씨도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지만 싫지 않은 눈치다.
“저도 가도 돼죠?” 혀를 쏙 내미는 모습이 귀엽다.
택시에 탄 한재능 팀장과 도아랑씨. 한동안 말이 없다.
“팀장님, 저 때문에 술 더 못드시는 거 아니에요?” 도아랑씨는 못내 미안한 표정이다.
“그 사람들 술만 먹으러 가는 게 아닐 텐데 뭘.” 한재능 팀장은 건조하게 한마디 툭 던지고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럼 술 깨려고 차 마시러 가나부다.
그쵸?” 눈을 살며시 뜬 한재능 팀장은 도아랑씨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도아랑씨, 이럴 때 참 매력 있어.” 도아랑씨는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다.
“무슨 매력요? 백치미? 팀장니임!” 며칠 뒤 개발팀. 허운동 실장이 영 개운치 않은 낯빛으로 들어선다.
“공태만씨. 잠깐 나 좀 봅시다.
” 공태만씨가 따라나가자, 남궁용씨는 혼자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도아랑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뾰루퉁하게 내민다.
한재능 팀장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남궁용씨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던진다.
도아랑씨는 남궁용씨와 눈을 맞추며 연신 의문부호를 찍어대고 있다.
“공태만씨. 나, 아무래도 그 날 잘못된 것 같아. 오줌 눌 때, 엄청 아프고 고름이 나오는데….” 허운동 실장은 몹시 난감한 표정이다.
“20대도 아니고 이거 쪽팔려서 원.” 공태만씨는 속으로 웃음을 삭이고 있었다.
그 자신도 오늘 아침 오줌에서 묽은 분비물이 나오면서 따끔거렸기 때문이다.
“실장님, 점심시간에 저랑 같이 병원에 가시죠. 제가 잘 아는 병원이 이 근처에 있걸랑요.” “자네는 아는 데도 많아 좋겠군.” 허운동 실장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점심시간. 도아랑씨는 속이 안 좋다는 핑계로 혼자 덩그러니 사무실에 남아 있다.
오전까지 마쳐야 하는 1차 프로그램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깐깐한 한재능 팀장에게 한소리 듣지 않으려면 빨리 해야 한다.
‘그건 그렇고, 아침에 팀장님이 무슨 약을 드시는 것 같았는데…. 어디 아프신가?’ 도아랑씨는 한재능 팀장의 책상 쪽으로 걸어간다.
언제나 책상 위가 말끔하다.
한 팀장의 쓰레기통 안에서 구겨진 약봉투가 눈에 들어온다.
○○비뇨기과. 악!
창피하지만 끈질기게
이렇게 하세요 허운동 팀장의 증상을 보면, 임질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임질은 가장 흔한 성병 가운데 하나다.
임질균은 점막을 통해 전염되는 세균이어서 건조한 곳에서는 쉬 죽기 때문에 수건, 손잡이 등을 통해선 전염되지 않는다.
남성은 성접촉 후 2~10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소변을 볼 때 녹색을 띤 황색 고름이 나오며 따끔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엔 따끔거리거나 고름 같은 냉이 나오기도 하지만, 자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임질은 스펙티노마이신 주사나 제3세대 세파 계열 항생제를 투여하면 쉽게 완치할 수 있다.
공태만씨는 그 증상으로 미뤄 비임균성 요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만 갖고 비임균성 요도염과 임질을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비임균성 요도염은 보통 요도염 증상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검사결과 임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진 경우를 말한다.
그 중 50%는 ‘클라미디아 트리코마티스’라는 균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칸디다나 헤르페스’ 때문에 생기는 요도염 및 원인균을 밝힐 수 없는 경우도 비임균성 요도염이라 통칭한다.
증상은 배뇨시 가벼운 불쾌감을 느끼거나, 요도에서 묽은 분비물이 나오는 정도여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약간의 증세가 나타나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임균성 요도염은 경제수준에 따라 발생빈도가 다르다.
대체로 선진국에선 비임균성 요도염의 발생빈도가 높고, 후진국일수록 임질환자가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성병 퇴치에 관심을 보이면서 징후가 확실한 임질보다는 비임균성 요도염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비임균성 요도염은 치료가 쉽지 않고 곧잘 재발하는 특징이 있다.
치료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2주 가량 꾸준히 항생제를 투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너와 함께 치료해야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클라미디아 트리코마티스’는 요도염 외에도 자궁염과 나팔관염 같은 골반강의 염증, 항문염, 결막염, 심장근육염, 폐염, 중이염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요주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성병의 종류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피부접촉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헤르페스, 곤지름, 그리고 사면발이가 있다.
이 종류의 성병은 피부에 물집이나 사마귀가 생기고, 혹은 음모에 기생하며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피부접촉만으로 전염되므로 콘돔을 사용해도 예방이 불가능하다.
헤르페스는 쉬 재발하고, 곤지름은 요도에 침투하기도 한다.
성접촉 전후에 국소 부위를 살균용액으로 소독하면 예방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믿을 만한 처방은 못된다.
두번째가 성교시 요도를 통해 감염되는 임질과 비임균성 요도염이다.
마지막으로 혈액전파성 성병인 매독과 에이즈(AIDS)가 있다.
이들은 잠복기가 길고 초기증세가 아주 미약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입맞춤으로 전염된 에이즈환자가 최초로 보고되기도 했으나, 대부분 성교를 통해 전염된다.
요도염 및 매독, 에이즈는 콘돔을 사용하면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작업(?)할 때는 안전장갑을 꼭 착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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