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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결혼식 올린 김태호
[피플]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결혼식 올린 김태호
  • 이경숙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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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결혼이지만 사랑만은 진짜예요”
백범 김구 선생이 주례사를 마치자 신랑·신부의 아바타(분신)가 입맞춤을 나눈다.
이윽고 행진하는 신랑·신부에게 하객들이 축하의 폭죽을 터트린다.
오색 꽃가루를 날리는 하객도 있다.


양가 부모가 서로 인사를 나눈다.
하객 중엔 미국에 있는 신랑 동생의 아바타가 보인다.
결혼식이 끝난 뒤 피로연이 이어진다.
경쾌한 테크노 음악이 흐르는 댄스파티다.
늘씬하고 멋진 아바타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귀엣말로 이야기를 나눈다.


흔히 있는 온라인게임의 ‘가짜’ 결혼식이 아니다.
신랑·신부가 백년가약을 맺는 진짜 결혼식이다.
8월6일 오전 11시, 신랑 김태호(29)씨와 신부 송선경(24)씨는 3차원 가상도시 다다월즈 www.dadaworlds.com의 사이버 웨딩관 ‘듀오’에서 결혼했다.
‘최초’가 항상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김태호씨에게 붙은 두개의 ‘최초’라는 단어는 그의 인생을 크게 바꿨다.

그는 한국 ‘최초’의 가상공간 파이오니어 www.vslab.org가 되었고 세계 ‘최초’로 사이버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었다.
첫번째는 그를 미래 디지털 사회를 탐험하는 연구자로 변모시켰고 두번째는 그의 연인 송씨를 탐험의 동반자로 만들었다.
“가상공간 결혼식요? 장점은 신랑 신부가 꿈꾸는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멀리 있는 동생이나 돌아가신 부모님을 모실 수도 있고, 화성이나 심해 속에서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아직 현실감이 낮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앞으로 분명히 대중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날 김씨 부부는 경기도 남양주의 라스가상공간연구소에서 오프라인 결혼식도 올렸다.
양가 부모와 친지들을 위해서다.
이들은 앞으로 2001년 10월까지 연구소에서 생활하며 함께 가상공간을 탐험한다.
가상공간에서 아기를 낳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네티즌들이 저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으면 좋겠어요. 네티즌이 궁금한 것들, 저희의 실험환경을 이용해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대신 알아봐드리겠습니다.
많이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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