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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판타그램
[현장탐방] 판타그램
  • 김상범
  • 승인 2000.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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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프’로 세계 시장 평정한다
제작기간 3년, 제작인원 60명, 제작비용 30억원의 초대형 대작이 출시됐다.
<쉬리>나 <단적비연수>에 버금가는 대형 블록버스터이지만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다.
PC에 전원을 켜고 CD를 넣어야 한다.

지난 12월1일 게임 개발업체인 판타그램은 국내 게임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킹덤 언더 파이어’(커프)를 세상에 내놨다.
5억~6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되도 대형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국내 게임업계에 ‘커프’의 탄생은 그 자체만으로 기념비적이다.

‘커프’가 주목받는 이유는 프로젝트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메이저 게임업체들이나 하는 줄 알았던 세계 현지화 작업이 동시에 시도됐다.
14개국 언어로 제품을 옮겨 32개국 동시 발매를 앞두고 있다.
현지의 정상급 성우들이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를 더빙했다.
판타그램 이상윤 사장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현지화 작업에 공을 들였다”며 “현재 선주문만 50만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취미를 사업으로, 게임 1세대들 의기투합 판타그램은 94년 설립됐다.
컴퓨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어울렸던 중학교 선후배 4명이 의기투합한 것이 시작이었다.
“휴학하고 군대를 갔다와서 게임 개발업체를 찾아봤는데 적당한 업체가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회사를 설립했죠.” 고등학교 때부터 PC용 게임을 개발해 판매한 전력이 있던 이들은 회사설립 후 첫 작품으로 아케이드 액션게임인 ‘지클런트’를 선보였다.
이후 97년 ‘포가튼 사가’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게임업계에 판타그램이란 이름을 각인시켜 나간다.
‘포가튼 사가’가 시장에서 조금씩 호평을 받아가고 있을 즈음 이들은 ‘커프’ 프로젝트에 눈을 돌린다.
“국내 시장만 바라봐서는 안되겠어. 세계적 게임을 하나 만들어야 되는 것 아냐.” 새로운 시작, 세계를 향해 판타그램이 ‘포가튼 사가’의 차기 작품을 구상할 당시 개발자들은 미국 블리자드사가 개발한 실시간 전략게임 ‘워크래프트’에 흠뻑 빠져 있었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워크래프트’를 모델로 실시간 전략게임(RTS) ‘커프’를 기획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세계를 겨냥한 마당에 RTS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했다.
RTS에 영웅의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각 캐릭터의 레벨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롤플레잉 게임(RPG)을 가미하기로 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그때가 시기라고 생각했죠. 당시 능력으로는 벅차기는 했지만 조금 있다 시작하면 더 힘들어질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 어차피 도전이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지클런트’, ‘포가튼 사가’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모두 새로운 제품개발에 투입됐다.
‘커프가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어가던 98년 판타그램은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에 참가했다.
맛보기 버전이었지만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어서였다.
여기서 “‘워크래프트’의 차기 버전은 동양의 어느 작은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찬사를 얻고 돌아왔다.
“IMF로 우리도 굉장히 어려웠을 때였습니다.
국내 유통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직원들 월급도 주기 힘들었어요.” 회사를 떠나는 개발자들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세계적 게임쇼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큰 힘이 아닐 수 없었다.
사전 마케팅 작업을 위한 준비 ‘커프’ 개발에 착수한 지 2년째 되는 99년. IMF 한파도 한풀 꺾일 무렵 판타그램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다.
다우기술, 한국통신이 합자해 만든 IT벤처캐피털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9월 영국에서 열린 ECTS 게임쇼에 ‘커프’를 들고나갔다.
‘커프’는 다시 세계 유명 게임유통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게임 도메인>이란 외국 잡지에서는 ‘커프’의 성공을 예감한다는 평까지 실었다.
판타그램은 이후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유통사를 선정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됐다.
동시에 유럽 지역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영국에 마케팅을 담당할 해외지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0년 1월, 판타그램은 미국내 4대 유통사의 하나인 GOD와 ‘커프’의 북미지역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도 놀라웠다.
‘디아블로’, ‘발더스 게이트’ 같은 세계적 제품들과 동등한 현지판매가인 A등급이었다.
‘커프’가 공식 출시되기도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었다.
“GOD 사장이 그러더군요. RTS와 RPG의 적절한 조합에 완전히 감명받았다구요.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그때 갖게 됐어요.” 다시 5월 E3 게임쇼에 참가한 ‘커프’는 유럽, 아시아 지역의 유통사들과도 A급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출시만 남았다.
판타그램은 마침내 지난 12월 2001년의 비상을 꿈꾸며 ‘커프’의 최종 작품을 국내에 선보였다.
현지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2001년 1월이면 미국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돛을 올리게 된다.
“적게 잡아서 50만장입니다.
사실 선주문 들어온 것은 100만장 가깝습니다.
3년 안에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업체로 올라서는 게 이제 우리 목표입니다.
” 이 사장은 조심스럽게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이제 차기작에 신경써야죠” 판타그램은 ‘커프’를 통해 체득한 대형 프로젝트의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여긴다.
게임은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의견대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의욕이 맞선다.
과연 현실적으로 구현될 수 있나 없나를 따져야 하는데 서로 다르게 점수를 매긴다.
프로그래머와 게임기획자, 캐릭터 디자이너 사이에서 이를 조율하는 작업이 그래서 중요하다.
“게임은 영화보다 더 공동작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의견차이를 조율하는 것이 어렵지요. ‘커프’를 통해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재산은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동안 얻게 된 경험과 노하우지요.” 판타그램은 지난 9월 사무실을 옮겼다.
어느새 식구가 9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미 ‘커프’의 차기작 개발에 들어갔다.
온라인 RPG인 ‘샤이닝 로어’와 어드벤처 액션게임인 ‘스트라이던트’가 그것이다.
“차기작은 인터넷과 패키지 제품이 결합된 것입니다.
패키지 형태로 게임을 팔고 온라인은 부가서비스로 제공하는 거죠.” 이 사장은 앞으로 모든 게임은 이런 형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커프’ 개발에 들어가면서 개발자들이 모두 사귀던 여자와 헤어졌어요. 만날 시간이 없으니까요. 지금 그래서 다들 새로운 여자친구 만나러 다니느라 정신들이 없어요.” 판타그램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이제 20대 중반에 불과하다.
이상윤 사장 프로필 71년 출생 88년 MSX용 게임 ‘대마성’ 개발 90년 MSX용 게임 ‘플래쉬 포인트’ 개발 92년 유기장용 게임 ‘파이어볼’ 개발 90년 한양대학교 수학과 입학(중퇴) 94년 판타그램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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