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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진정 어려울 때 빛나는 벤처정신
[DOT칼럼] 진정 어려울 때 빛나는 벤처정신
  • 김명기(올바로닷컴대표)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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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거품이 빠진 지금도 대다수 벤처기업인들은 일을 낙으로 삼으며 어려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헬기로 날아가 산 정상에 깃발을 꽂는 것보다, 베이스 캠프부터 한걸음씩 올라가 정상을 밟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다.


벤처란 무엇이고, 무엇으로 살까. 무엇이 벤처를 이어가게 하고, 어렵게도 하는 것일까. 처음 벤처기업을 시작할 때 내가 가진 것이라곤 아이디어와 정리되지 않은 사업계획서, 그리고 확신을 준 몇몇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들의 조언과 금전적 지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가슴 벅차게 고마웠고, 열심히 일해보자는 의지가 하늘을 찔렀다.
준비도 순조로웠다.
매일 모여 사업방향을 잡아나가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수정하고 해결했다.
얽힌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기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지난 몇달 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얼굴들이 거의 바뀌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떠난 것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연락을 끊거나, 아니면 수수방관하는 자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펀딩에 이상이 생기자 그 좋던 팀워크가 깨진 것이다.
사업이 순조롭게 풀려 자신의 지분이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만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실망을 느껴 떠난 것일까. 지금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아랑곳하지 않고 밤을 낮삼아 일하는 다른 동료들을 보면 힘이 솟는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또다른 불안감에 휩싸인다.
시작할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인데…. 이 어두운 동굴 속을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할 텐데…. 한사람 한사람이 너무나 소중한데…. 여기서 또다시 결별한다면….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벤처 성공신화는 지금부터 써야 아무리 힘들어도, 자금줄이 막혀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은 이 사업이 자생력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함께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벤처기업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업 자체가 고난에 맞서 함께 어깨를 겯고 헤쳐나갈 사람을 걸러내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내 곁을 떠난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업방향이 자신과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이 서로 서툴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곁에서 함께 고민하는 이들의 눈빛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들은 벤처의 휘황한 불빛만 보고 몰려드는 불나방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어려움이 닥쳐도 의연하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벤처의 미학을 즐길 줄 안다.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문제점을 짚어내기도 한다.
지난 몇달 동안 코스닥이나 주식 따위 이야기는 입밖에 꺼낸 적도 없다.
노여움보다는 관대함을, 짜증보다는 기쁨을 나눈다는 점에서 제대로 모습을 갖춰가는 벤처기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거품이 빠져버린 벤처 마당의 한가운데서, 지금 대다수 벤처인들은 일을 낙으로 삼고 어려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수익모델과 사회의 변화,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며 정말로 차분하게 한걸음씩 나가고 있는 이들은 틀림없이 성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헬기로 날아가 산 정상에 깃발을 꽂는 것보다, 베이스 캠프부터 한걸음씩 올라가 정상에 오르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다.
아마 성공신화들은 지금부터 나오는 벤처인들의 이야기로 꾸며질 것이다.
벤처는 진정한 성공신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이끌어가고 땅을 넓혀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득 고개를 드니 총총한 별들이 마치 천장에 실로 매달아놓은 보석처럼 느껴진다.
벤처는 무엇으로 사는가. 세상을 더욱 멋지게 바꾸고 싶은, 어려움을 마다 않고 노력하는 그런 벤처인들의 땀으로 산다.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벤처는 정책자금으로 산다, 벤처는 투기자금으로 산다, 벤처는 바보들의 돈으로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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