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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⑮ 현대자동차그룹
[공룡들의e혁명] ⑮ 현대자동차그룹
  • 박종생
  • 승인 200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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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ar’시대를 앞당긴다

텔레매틱스·지능형 자동차 개발에 주력, 차량정보센터 내년부터 상용화 계획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부터 격변의 한가운데 있어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영원히 번창할 것 같던 현대그룹의 위기 속에서 잉태됐다.
지난해 ‘왕자의 난’(정몽구·몽헌 회장간 경영권 다툼)과 현대건설 위기를 거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물려받기로 돼 있었으나 현대건설 위기를 계기로 예정된 날짜보다 먼저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식 계열분리되는 것은 올 4월1일이다.
새롭게 탄생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외형으로만 따지면 삼성, LG, SK에 이어 재계 4위다.
이 그룹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 현대캐피탈, 인천제철, 오토에버닷컴, 이에치디닷컴 등이 포함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요즘 자동차 전문그룹이라는 모토 아래 앞으로 10년 내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경영권 다툼에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사실은 그런 데 세월을 보낼 처지가 아니었다.
세계 선진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자동차 산업의 근본을 뿌리째 바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온스타라는 자동차 전용 정보제공시스템으로 이미 멀찍이 앞서 있다.
위성을 통한 지리정보시스템과 24시간 연결돼 있는 온스타시스템은 긴급사고 발생시 신호를 중앙시스템에 자동으로 송출해 구조를 가능하게 해주는 긴급구조 서비스, 도난차량 추적 서비스, 자동차 원격진단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GM은 현재 54개 브랜드 중 30개 브랜드에 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회원 수가 곧 1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또 미국의 빅3(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공동으로 실시하는 등 인터넷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이런 최첨단 기술과 최첨단 마케팅 기법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1위라는 자존심은 금방 무너질 수도 있다.
물론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오고 있다.
그 방향은 크게 첨단 정보화 자동차 개발, 자동차 온라인 판매, 자동차 관련 벤처기업 지원, 자동차 애프터마켓(소비자금융·보험·정비 등) 진출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각 부문에 따라 진척 정도가 다르다.
이미 가동에 들어간 부문도 있고, 지금도 연구중에 있는 부문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변한 모습은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께에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우선 첨단 정보화 자동차 개발 부문은 무선통신을 이용한 차량서비스인 ‘텔레매틱스’(telematics)와 지능형 자동차 개발이 핵심이다.
텔레매틱스는 위치측정시스템(GPS)과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운전자에게 교통정보, 응급상황시 대처, 원격 차량 진단, 인터넷 이용(금융거래, 뉴스, 이메일 등) 등 각종 무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말기와 운영체제를 말한다.
인공위성과 무선통신망 인터넷을 활용한 e-car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9월 ‘차량정보센터’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이 사업에 100여억원이 투자됐으며 지난해 말부터 시범서비스를 한 데 이어 실제 상용화는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의 운영은 운전자가 차량 내부에 있는 정보송수신 장치인 ‘통합ECU’를 통해 차량정보센터에 정보를 요청하면, 차량정보센터에서 정보를 종합적으로 가공해 최선의 해결방안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1천여대의 시범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며, 2006년까지 3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이충구 연구개발 담당 사장은 “앞으로 네비게이션 장착률이 올라가고 좀더 차원높은 무선통신기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가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는 중장기적으로는 차량정보제공 사업을 유료화함으로써 수익구조를 다양화한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는 자동차 그 자체가 지능화돼 사람의 눈과 발처럼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도로망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기초로, 과속과 불량한 도로사정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게 해준다.
이 시스템은 도로면에 설치된 도로정보 송수신 장치인 ‘비콘’(Beacon), 비콘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처리하고 명령을 내리는 중앙제어장치, 그리고 차량 내에 설치된 정보수신 모듈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8월 비콘과 정보수신 모듈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비콘이 중앙제어센터에서 도로정보·기상변화에 대한 정보를 받거나 자체 수집한 뒤 이를 차량 내에 설치된 정보수신 모듈에 보내면, 운전자가 이 정보를 이용해 위험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1월 EF쏘나타를 기본으로 개발한 지능형자동차(IV) 2대를 일본 쓰쿠바시에서 열린 ‘스마트 크루즈 21 데모 2000’ 행사에 출품해 시연하기도 했다.
이충구 사장은 “첨단 지능형 도로망과 차량이 도입되면 교통사고는 크게 줄고 운전 쾌적성은 대폭 향상될 것”이라며 “현대·기아자동차의 기술력은 91년부터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해 세계 수준인 만큼 향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첨단 자동차의 개발을 위해 이에이치디닷컴 www.e-HD.com이라는 자회사를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초 지난해 4월 현대우주항공의 위성영상 사업부문이 분사해 만들어진 회사다.
설립 당시에는 현대자동차의 카 네비게이션 사업에 필요한 지리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 회사가 경기도 용인 마북리 현대자동차연구소 내에 위성영상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위성관제수신센터를 설립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이에치디닷컴은 우선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한 고해상도 위성사진의 가공 및 판매가 핵심사업이다.
지상 685㎞ 상공에서 가로등과 차량번호판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고해상도 위성영상 정보를 디지털 이미지로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세계 최초의 고해상도 상용위성인 아이코노스(IKONOS) 덕분이다.
이에치디닷컴은 아이코노스를 운영하는 미국 스페이스이매징사의 아시아 지역 사업자로서 국내와 중국, 아시아 지역의 촬영정보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고객이 주문한 특정지역에 대한 촬영에 들어가면 18~30분 후에 대상지역의 영상을 선명한 컬러 입체 영상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이것으로 가능한 사업은 제도제작, 도시계획, 해양·환경관리, 재해관리, 국가안보 등 다양하다.
또 텔레매틱스 사업, 자동차용 컴퓨터인 ‘카PC’ 개발도 이 회사가 추진하고 있다.
카PC는 벤처기업인 네트테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네비게이션 인터넷 등이 가능하고 차량의 진단기능까지 갖춘 차세대 자동차용 컴퓨터다.
이에치디닷컴의 김동진 사장은 “우리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된 것은 자동차가 공간영상정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선 차량항법용 지도와 관련해 도로, 교량 등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업데이트한 CNS(Car Navigation System)용 이미지 지도를 CD롬으로 담아 공급할 계획이며, 특히 가까운 시일 안에 무선인터넷으로 운전자에게 서비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서울 양재동에 건평 1천평 규모의 ‘벤처플라자’ www.hkventure.co.kr를 설립했다.
벤처플라자는 사내벤처, 사외벤처, 자사 연구소의 연구원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e-연구소 등 3가지 부문으로 운영된다.
벤처플라자에 입주하는 업체에는 사무실 임대료 및 각종 간접비용에 대한 무상지원은 물론 관련 기술과 인력, 마케팅도 지원한다.
벤처플라자는 현재까지 자동차용 블랙박스 개발업체인 e-Car 등 사내벤처 6개, 네비게이션 개발업체인 모빌컴 등 사외벤처 4개에 투자를 했다.
벤처플자라 박수동 과장은 “자동차 제조에 관한 신기술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신차 개발, 유통,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시장성과 사업성이 있는 분야면 어떤 아이디어도 수용할 방침”이라며 “총 투자규모는 500억원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단순판매를 넘어 지금까지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해왔던 소비자금융, 보험, 정비 등 자동차 ‘애프터마켓’에도 나서고 있다.
이것은 현대캐피탈이 맡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월 활동을 개시한 오토에버닷컴 www.autoever.com과 연계해 경매업체들에게 자동차 인수자금을 지원하는 B2B 파이낸싱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 중에 중소업체의 법인용 차량을 리스하는 자동차 리스서비스, 보험·정비 대행 서비스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오토에버닷컴도 인터넷 중고차 경매뿐만 아니라 보험, 금융, 차량용품 구입, 정비, 폐차 등 자동차에 관련된 각종 부대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GM, 도요타 등 선진 자동차업체들이 할부금융 자회사를 통해 자동차 생산·판매보다 시장규모가 3~4배나 큰 애프터마켓을 공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애프터마켓을 선점함으로써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선진 자동차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에도 대응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신차 온라인판매 올해는 힘들 듯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신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중소 온라인 판매업체와 자사의 영업직 노조가 그 대상이다.
지난해 초 딜웨이 등 온라인 자동차 판매업체들이 현대·기아자동차 대리점을 통해 신차를 공급받아 소비자들에게 할인해서 팔자, 현대·기아자동차는 대대적 대리점 단속에 나섰다.
자동차 유통 분야에서 그동안 누렸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는 내심으로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스스로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오토에버닷컴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일을 추진하는 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영업직 노조가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온라인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오토에버닷컴은 아직 신차 판매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업체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영업직 노조가 ‘무섭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 2월 중고차 경매 사이트를 열었다.
이 사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중고차를 구입해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일단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오토에버닷컴 정순원 사장은 “온라인 신차판매는 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지만 아직 국내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여서 우선 중고차 및 금융상품 판매와 신차정보제공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는 온라인 신차판매가 힘들 것”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국내 온라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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