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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뛰는 저작권 나는 P2P
[커버스토리] 뛰는 저작권 나는 P2P
  • 이경숙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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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스터 패소에도 정보공유 사이트 우후죽순…'인터넷 체게바라’는 승리할 것인가
와우프리 www.wowfree.co.kr 최용관(32) 대표는 적어도 ‘체게바라’만큼은 저작권 침해 문제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체게바라는 와우프리가 P2P(Peer to Peer, 동료간 거래) 확산의 의지를 갖고 8월20일부터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한 소프트웨어다.


“체게바라는 그누텔라 www.gnutella.wego.com와 프리넷 freenet.sourceforge.net의 중간 형태입니다.
그누텔라처럼 사용자의 PC가 서버로 작용해 파일을 공유할 수 있지만, 프리넷처럼 IP주소와 파일목록이 공개되지 않지요. 완전한 P2P입니다.
중앙에서 서버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어요.”“P2P란 유령은 이제 대세다” 최 대표는 체게바라가 냅스터 www.napster.com나 소리바다 www.soribada.com처럼 사용자간에 발생하는 불법복제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 서버가 파일을 검색해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판 소니에게 비디오테이프 불법복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를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자면 하나의 유령이 인터넷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P2P라는 유령이죠. 여기에 맞서 미국음반산업협회, 영화협회 같은 저작권자들이 공동전선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령은 점점 대세가 되고 실체가 되어 인터넷을 바꿀 겁니다.
” 최 대표는 체게바라라는 이름처럼 이 소프트웨어가 개인간 정보공유와 자유를 확장시키는 인터넷혁명가로 나서는 날을 꿈꾸고 있다.
P2P가 디지털 저작권 공방의 한복판으로 성큼 걸어들어가고 있다.
저작권 소송 1심에서 냅스터가 미국 음반산업협회에 지고, 우리나라의 소리바다가 조만간 피소돼 법정에 설 위기에 놓여 있지만 P2P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나날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P2P웹’을 이용한 영산정보통신의 메신저 씨프렌드 www.seefriend.co.kr는 서비스 시작 한달 만에 벌써 1만명이 45만개의 파일을 공유하고 있다.
또 창세시스템의 uDNS www.udns.com, 디지토닷컴의 소메2000 www.digito.com, 이티오케이의 메아리메신저 www.etok.co.kr도 P2P를 접목했다.
8월 들어 그누텔라를 진화시킨 P2P들이 속속 공개됐다.
케이텔라, 신밧드는 그누텔라의 복제형이고, 체게바라는 그누텔라와 프리넷의 복합형이다.
이들은 냅스터나 메신저와 달리 중앙 서버가 없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골치아프다.
불법 파일 유통의 책임을 소프트웨어 제공자에게 묻기도, 수천~수만명에 이르는 이용자에게 묻기도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널소프트의 개발자 진칸이 소스코드를 공개한 이래 저작권자의 골칫거리는 비온 뒤 죽순마냥 불쑥불쑥 솟아나고 있다.
최근엔 미디어·통신업계의 국제적 ‘골리앗’마저 속속 P2P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메리카온라인(AOL)은 8월9일 메신저와 P2P를 결합한 에임스터 www.aimster.com 서비스를 개시했고 ICQ, 야후!, MSN 등 세계 유수의 메신저들도 10월1일부터 P2P를 활용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들은 P2P 기술로 벤처캐피털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종잣돈을 받고 있다.
냅스터의 패소가 P2P 존립에 회의를 불러일으켰지만, P2P벤처엔 아랑곳없이 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불법성 시비 불가피 그러나 우리나라 P2P와 미국 P2P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저작권에 대한 태도다.
국내 P2P 업체들은 대부분 ‘우리 기술은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낙관 속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기술에 대한 법적 자문조차 받지 않은 채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들도 있다.
정보공유 운동도 아닌 상업 목적의 프로젝트조차 말이다.
현재로선 어떠한 파일공유 기술도 저작권 침해 혐의를 벗기 어렵다.
당장 P2P 선두주자인 소리바다가 소송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반협회,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대표들은 공동 변호인단을 꾸려 이달말께 소리바다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낼 예정이다.
음악저작권협회 유영우(34) 업무과장은 소리바다 이전과 이후의 음반판매량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다.
“물론 소리바다 때문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죠. 신세대들이 인터넷과 게임으로 몰리는 등 다른 요인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리바다 오픈 전후의 음반판매량 차이는 소리바다의 폐해에 대한 하나의 반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현행 저작권법에선 대부분의 P2P가 불법으로 판결받을 가능성이 높다.
법률 전문가들은 서버에 이용자들의 파일목록과 교환내용이 들어있건 말건, 또 파일공유 대상이 몇몇으로 한정돼 있건, 무제한으로 개방되어 있건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충고한다.
그누텔라나 메신저 방식도 마찬가지다.
어떤 P2P 기술도 그것을 개발한 사람은 ‘방조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복제가 아니라 재생이라는 것 인정받아야 P2P가 합법성을 인정받는 길은 단 하나, 이것의 주된 용도가 ‘적법’함을 인정받는 것뿐이다.
즉, 비디오플레이어의 주된 용도가 복제가 아니라 재생임을 인정받아 면책된 소니의 판례를 P2P에 적용받을 수 있어야 산다.
미국음반산업협회가 낸 소송에서 진 냅스터가 항소한 것도 바로 소니 판례에 희망을 걸기 때문이다.
냅스터의 패소를 지켜본 미국 P2P 업체들은 우리 업체들보다 한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작든 크든 사전예방장치를 마련해뒀다.
애플수프 창립자 애드리언 스콧은 자사의 저작권 침해방지 기술을 자신만만하게 자랑한다.
저작권자가 인터넷 P2P 네트워크에서도 자기 콘텐츠의 통제장치를 잠궈둘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미국음반산업협회와 법정투쟁중인 엠피3보드 www.mp3board.com는 지난달 말 저작권을 보호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저작자가 음악 사이트나 P2P 네트워크에서 무단으로 링크된 자신의 콘텐츠를 발견하면 언제라도 링크를 해체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저작권 소송중이던 AOL은 아예 음악파일 검색 프로그램을 자사 사이트에서 지워버렸다.
MP3 파일의 적법성 여부를 가려낼 기술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렇게 자구책에 부심하면서 업체들은 나름대로 불만을 토로한다.
저작권자들이 뭉치지 못해 자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어 생기는 문제인데, 왜 저작물 사용자들만 책임을 지라고 하냐는 것이다.
그것은 웹브라우저 시대부터 해결하지 못하고 이어져내려온 불합리한 관행이다.
인터넷음악방송 겟뮤직 www.getmusic.co.kr 문재규(29) 마케팅팀장은 얼마 전까지 한 음반사가 겟뮤직을 제소할 것이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차라리 직접 찾아가 해결을 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다른 음반사, 가수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능동적으로 먼저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저작권을 주장하는 주체가 너무 많거든요. 저작권자들이 협회에 다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협회와 계약을 맺을 수도 없고요. 그렇다고 그 많은 가수들, 음반사와 일일이 계약할 수도 없고….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집중관리기구가 서둘러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러다가는 우리나라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디지털 산업화가 늦어지는 건 아닌지….” 지평법률사무소 www.horizenlaw.com 이은우 변호사는 이제 정부가 정책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음반, 영화 등 저작물 형태별로 집중관리기구를 두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21세기엔 저작권이 사회구조를 결정짓는 중요한 권리가 될 것이라고요. 멀티미디어 시대엔 누구나 저작권자이자 저작물 사용자가 됩니다.
저작권은 기본적인 권리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저작권자와 저작물 사용자가 서로 만족할 만한 타협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입법도 저작권의 이용관계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저작권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가 만족할 타협점 서둘러 찾아야 WTO 트립스(TRIPs)협정으로 동질화되고 있는 각국 저작권법의 아성은 여전히 높고 두텁다.
과연 P2P 기술이 아날로그적 몰이해를 비웃으며 법 체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저작권법 체제가 성큼 앞서가는 P2P 기술에 아날로그적 가치관이라는 전족을 신기는 데 성공할까. 그러나 조화와 타협 외에는 어느 쪽도 행복한 결말은 아닐 것이다.
트립스 TRIPs
Trade Related Intellectual Properties의 약어로 특허권, 의장권, 상표권, 저작권 등 소위 지적재산권에 대한 최초의 다자간규범을 말한다.
이전에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가간 보호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를 중심으로 파리협약, 베른협약, 로마협약 등 개별 국제협약에 의해 시행되었다.
그러나 보호수준이 미약하고 GATT 다자간 규범 내에 있지 않아 무역마찰의 주요 원인이 됐다.
TRIPs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적재산권의 국제적인 보호를 강화하고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명기했다.
이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종전의 개별협약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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