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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로에 선 '디지털방송'
[IT] 기로에 선 '디지털방송'
  • 이김정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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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디지털방송 방식 논란…디지털방송 위력, 아직은 체감온도 낮아
디지털방송이 흔들리고 있다.
9월1일로 예정된 시험방송을 앞두고 때늦은 표준 논란에 휩싸였다.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처럼 미국식과 유럽식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97년 11월 미국식인 ATSC 방식을 표준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비롯한 13개 단체가 표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식인 DVB-T 방식이 기술적으로 우수하며, 우리 현실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디지털방송 추진 일정을 미루더라도 ATSC 방식이 안고 있는 기술상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부는 표준 선정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정책적, 경제적 고려가 필요하고, ATSC 방식이 DVB-T 방식보다 더 우수한 측면도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97년 검토 당시, 기술현황에 따른 각국의 시험결과 등을 충분히 참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는 9월1일로 예정된 시험방송과 내년 본방송 일정 등을 연기할 경우 기술 조기도입에 따른 시장에서의 이점을 잃을 우려가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현장검증을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방송 전환을 위한 기술 표준은 아직까지도 개발·검토중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97년 표준을 선정할 당시의 기술수준은 초기 시험단계에 불과해 현실 적용에 따른 문제가 지금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식과 유럽식 디지털 변조방식의 특징과 장단점, 향후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이동중 수신’, ‘안정된 수신’ 맞서 정부의 주장대로 97년 당시에도 전문가들이 각 기술을 면밀히 검토했고, ATSC 방식의 강점이 없지 않은데도, 시험방송을 코 앞에 두고 이처럼 논란이 불거진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상황변화가 크다.
각 기술의 장점과 단점이 기술을 구현하는 데 차지하는 비중이 달라질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선 이동통신 사용자들의 증가추세를 들 수 있다.
이동중의 통신요구에 더해 나타나고 있는 정보요구를 볼 때 이동중에도 볼 수 있는 텔레비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송과 데이터 압축기술의 향상과 함께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이 IMT-2000과 결합해 날개를 단다면 디지털 텔레비전의 이동중 수신은 필수요소로 떠오른다.
유럽식을 주장하는 이들은 바로 이 점에서 미국식의 한계를 강조한다.
ATSC 방식의 강점이자 디지털 텔레비전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고화질은, 그동안의 기술발전에 힘입어 DVB-T 방식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됐지만, ATSC 방식으로는 원천적으로 이동수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 기술에 대한 최근 평가결과가 모두 DVB-T 방식으로 기운 이유다.
또다른 중요한 문제는 ATSC 방식의 수신상의 문제점이다.
지난 7월15일 미 하원 청문회장에서 이뤄진 시험에서 ATSC 방식은 수신의 약점을 드러냈다.
DVB-T 방식이 12인치짜리 무지향성 안테나를 증인석 책상에 세우는 것으로 수신 준비를 마친 반면, ATSC 방식은 두개의 지향성 안테나를 청문회장 창문틀에 테이프로 고정하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 방식과 달라서 수신에 문제가 있으면 흐린 화면조차 볼 수 없다.
미국은 케이블방송 점유율이 70%를 넘고 평야가 넓어 이 문제가 덜 심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60%의 인구가 지상파로만 방송을 보고 있고, 빌딩 밀집지역과 산악지역이 많아 수신 문제가 만만하지 않다.
ATSC 방식은 기술발전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에서의 시험만으로는 우리 현실에서도 안정된 수신을 보장한다고 보기 힘들다.
디지털 텔레비전으로 이행한 뒤에 난시청 지역이 더 늘어난다면 시청자들이 반발할 것은 당연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송·중계소를 확대한다면 기본적으로 적은 송·중계소로도 서비스가 가능한 ATSC 방식의 강점이 바랜다.
게다가 ATSC 방식은 동일 주파수 송출이 어렵기 때문에 송·중계소를 늘릴 경우 주파수를 활용하기 힘들어진다.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자 하는 방송사들의 요구와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은 ATSC의 영원한 섬이 될 것인가 이렇게 기술상의 약점이 드러났는데도 정보통신부가 ATSC 방식을 고수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금까지 들어간 투자비용이다.
표준 선정 이후 들어간 비용과 이에 따른 기술력을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디지털방송 일정을 늦췄을 경우 나타날 산업적 효과의 감소다.
정부는 디지털방송을 서둘러 수출 증대와 신산업 발전 및 고용창출 등의 효과를 경쟁국보다 빨리 누리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번째는 아날로그방송의 우리 표준인 NTSC가 6MHz 대역이고 DVB-T는 8MHz 대역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동시 수신해야 하는 2010년까지 디지털 수신기 개발이 기술적으로 좀더 복잡해진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자회사인 미국 제니스가 ATSC 관련 원천기술과 특허료 수입을 챙길 수 있도록 정부가 이 방식을 확산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G전자 디지털텔레비전 기획팀 최병오 과장은 “이미 유럽식과 미국식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허기술료도 현재 여러 회사에서 각자 특허권을 확보해두고는 있지만 기술료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방송기술인연합회 쪽은 현재까지 투자액은 50억원 정도지만, 앞으로 디지털방송에 투자할 수조원의 비용을 생각한다면 이는 포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또 ATSC 방식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도 유럽식에 대한 비교검증을 하고 있고, 거기에 필요한 기술적인 성숙도도 무르익은 상황이어서 초기 정책결정만을 고수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조차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가 ATSC 방식의 섬으로 남을 경우 우리에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양방향 이동 데이터방송 서비스나 다채널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방송의 변화가 IMT-2000을 업은 인터넷과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지, 아니면 불필요한 기술투자의 부담만을 떠안길지 아직 알 수 없다.
시험방송과 본방송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당장은 값비싼 수상기를 안방에 들여놓고 디지털방송의 위력을 실감할 시청자도 많지 않다.
시청자들은 미국식을 선택했던 싱가포르와 브라질 등이 현장시험을 거쳐 유럽식으로 전환하는 신중한 정책결정 과정에 눈길을 주고 있다.
코앞에 다가온 꿈의 미디어 ‘디지털방송’
디지털방송은 프로그램 제작에서부터 송출, 전송, 수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화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아날로그 신호를 발전된 영상압축기술을 사용해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전송하는 것이다.
따라서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같은 주파수로 전달할 수 있고, 자연색에 가까운 고화질과 영화관 수준의 음향을 제공할 수 있다.
화면도 영화관과 같은 16대 9의 와이드 스크린을 제공한다.
채널도 다양해진다.
처음 디지털방송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품질을 개선하는 HDTV(고화질TV)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하면서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프로그램 전송 주파수 중 빈 공간에 프로그램과 직간접으로 관련되는 다양한 정보를 함께 실어 보낸다거나, 전자상거래 모델을 도입한 T-Commerce(TV 상거래)를 적용해 미디어 황제의 자리를 지키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아직은 데이터방송에 대한 기술 표준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다.
수신기에도 데이터방송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적용되어 있지 않고 방송제작도 불가능하다.
현재 수준의 디지털 텔레비전은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고화질 디지털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고품질 텔레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도 이런 경향을 반영하여 50인치 이상의 대형에 머물러 있다.
각 방송사들은 9월1일 시험방송을 위해 고화질HD(High Definition)와 표준화질SD(Standard Definition)를 적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HD와 SD의 화질은 육안으로 볼 때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비하면 그 차이는 더 뚜렷할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를 느껴볼 수 있는 시청자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디지털 텔레비전 대신 디지털방송 수신이 가능한 셋톱박스(Set-Top Box)를 아날로그 텔레비전에 연결하는 것으로는 그 차이를 현저히 느낄 수 없을테니 말이다.
디지털 텔레비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바보상자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이 다양한 정보를 더 현실에 가까운 화면과 음향으로 재생해준다면 안방에 앉아서 경험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안에 데이터 송수신 표준을 선정하고, 내년에 기술개발 등을 거치면, 2002년에는 데이터방송 서비스도 추가될 수 있다고 한다.
데이터방송이 현실화하면 드라마를 보다 주인공이 입은 옷을 쇼핑백에 담거나 월드컵에 참가한 스타플레이어의 멋진 장면을 정지화면으로 잡아 간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디지털 텔레비전의 쌍방향성은 인터넷과 경쟁하기 위해 오히려 단순한 기능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것을 지향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내세우는 자원의 다양성과 무한성에 비해 공중파방송의 채널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이 둘이 어떤 관계를 맺을지, 어떤 것이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우리 삶에서 차지한 비중을 생각하면, 디지털 텔레비전의 미래를 주시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해외 디지털방송 추진현황
디지털방송의 표준도 IMT-2000 표준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 중심의 표준과 유럽 중심 표준, 그리고 유럽을 따른 일본 표준이 맞서고 있다.
표준선정과 실험방송 및 시험방송을 거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각국의 현황을 살펴본다.
미국 일찌감치 표준을 정하고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디지털방송으로 이행을 완성하는 목표연도를 2006년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98년 11월 실시한 시험방송은 디지털 텔레비전을 구입한 소비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의 시험으로 그쳤다.
현재는 예전보다 값이 많이 내린 디지털 수신기가 약 8만대 출하됐다.
예상보다 판매대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디지털방송을 준비하는 방송국은 120여개로, 43개의 서비스 지역을 포함하여 미국 전체의 60.7%에 이르는 지역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병행 수신이 가능한 상태이다.
생각보다 빨리 이행하고 있지만 미국 가정의 70%가 가입하고 있는 케이블 텔레비전과 상호 운용성 문제, 현재 제기되고 있는 변조방식 표준논쟁 등이 변수로 작용해 완벽한 디지털방송 전환은 애초 목표인 2006년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방송 서비스는 일찌감치 시작했으나 지상파를 이용한 디지털방송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일본의 ‘지상파TV 디지털방송위원회’는 2000년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다음, 2010년에는 현행 아날로그방송을 전면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독자 기술을 표준으로 정해 기능면에서는 항상 최고를 지향하는 일본은 미국과 유럽 방식을 놓고 오랫동안 비교 검토를 거쳐 유럽식을 채택하고, 디지털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서비스할 수 있는 ISDB-T 방식을 개발했다.
디지털 위성방송을 통한 다채널 방송 서비스를 한 경험이 있어,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디지털 위성방송 가입자수는 200만명, 채널수는 약 300개이다.
독일 독일은 ‘디지털방송 이니셔티브’ 위원회 주도로 2010년까지 완전 디지털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디 벨트>지는 오는 2010년까지 완전 디지털화를 이룰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 위원회에는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 정보통신 및 방송망 운영업체, 방송사, 정보통신 및 방송기기 생산업체, 소비자단체, 유통업계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는 또 연말께 시작될 디지털 라디오방송은 텔레비전의 디지털화 진척상황을 지켜본 뒤 오는 2003년 그 일정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영국 공중파 디지털 텔레비전방송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영국이다.
는 이미 9월23일부터 BBC1, BBC2, BBC뉴스, BBC초이스 등 4개 채널로 무료 디지털 텔레비전방송을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별도의 시청료를 부담할 필요는 없으나 대당 340달러 상당의 디지털디코더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고화질 디지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하고,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해 내보내는 수준이다.
98년 11월 뉴스·스포츠·날씨 등의 정보를 화상과 텍스트와 함께 내보내는 디지털 ‘BBC텍스트’ 서비스에 이어 공공교육 기능을 수행할 ‘BBC러닝’과 국회중계방송인 ‘BBC팔러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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