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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점포탐방]한빛은행 서초중앙지점
[금융점포탐방]한빛은행 서초중앙지점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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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마케팅으로 꼴찌 탈출
고소득자 대상 세금·부동산 등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6개월만에 우수지점으로 대변신


한빛은행 서울 서초중앙지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점별 실적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다.
변호사나 의사 등 은행으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돈되는 고객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그럼에도 서초중앙지점은 다른 은행 점포들에 비해 한참이나 열등생이었다.
IMF 사태 이후 부실은행 지점이란 이미지 때문에 보수적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다른 데로 거래처를 옮기거나 거래규모를 대폭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포는 올해 한빛은행의 자체 상반기 영업점 평가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부유층들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은 모든 은행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 가운데 하나다.
서초중앙지점은 그동안 2년째 다른 은행 점포에 밀리고, 한빛은행 안에서도 꼴찌권에서 허둥댔다.
그러다가 6개월 만에 돌연 변신에 성공했다.
현창호(48) 지점장은 “고객편에서 서비스를 개선했기 때문에 다시 도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수고객 관리는 생존전략 서울 서초동 지역에는 변호사나 법무사처럼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법원이 근처에 있으니 변호사들이 여기저기 사무실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시중은행들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한 시중은행은 법원의 공탁금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녹록치 않은 재미를 봐왔다.
한빛은행 서초중앙지점도 인근 다른 점포들과 마찬가지로 엘리트 고객인 변호사나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들을 주요 타킷으로 삼아왔다.
사실 은행이 돈을 벌게 해주는 고객은 전체 거래 고객의 20%밖에 안 된다고 한다.
시중은행들이 평균잔액 50만원 이하의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영업을 손익 위주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현 지점장은 최소 평잔이 70만원을 넘어야 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소매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 지점이라면 우수고객들 위주로 서비스 체제를 바꾸는 것은 이미 대세를 넘어 생존전략의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서초중앙지점에선 올해부터 ‘밀착 마케팅’으로, 고객의 자산관리를 해주기 시작했다.
고객전문가(SP: Sales Professional)인 채동근 과장도 어느 정도 과학적인 자산관리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채 과장은 과학적인 자산관리가 고객관리의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채 과장은 쓰라린 기억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고객 중에는 금리에 민감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에 민감하지 않은 ‘의리 있는’ 고객들도 은행이 부실하다는 판단이 들면 가차없이 떠납니다.
” 채 과장은 지난해 이맘 때 손님들을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80억원을 맡겼던 고객이 20억원만 남기고 나머지 돈을 인출해간 적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100억원 가까이 맡겼던 고객이 돈을 몽땅 찾아 나간 적도 있었다.
이 지역에 이만큼 덩치 큰 자산가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런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다고 생각하면 담당 은행원은 아마도 등골이 오싹해질 것이다.
채 과장은 개인적 감정을 내세워 고객들을 으르고 달래 보기도 했지만, 이런 태도는 결국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SP제도를 몸에 익히는 것 외에 방법이 달리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연수원을 찾아가고 직접 고객과 접촉하며 발품을 팔면서 그는 ‘이제 뭔가가 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엊그제 4억원을 유치했어요. 내일모레면 또 2억원을 가져오기로 했고요.” 한 명의 고객으로부터 수신고 6억원을 확보했다면, 담당 직원은 대박을 터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채 과장은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했다.
고객을 위해 은행 상품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상속세, 증여세 따위에 대해서도 조언을 하고, 인간적인 우의도 쌓은 끝에 맺은 결실이었다.
올듯 말듯 방황하는 고객을 잡는 방법은 결국 자산관리 전문가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도 짜준다 채 과장은 요즘 고객들을 위해 4대3대3의 비율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준다.
10억원을 맡긴 고객이라면 우선 확정금리 상품에 4억원을 맡기도록 하고, 3억원은 채권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을 권한다.
나머지 3억원은 주식편입 비율이 어느 정도 있는 상품을 소개해 준다.
이는 그가 안정성과 수익성, 그리고 현재 시장동향을 고려해 내놓은 전략이다.
물론 자산운용 기간이나 고객의 재력, 고객의 위험선호도 등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서초중앙지점은 일종의 ‘부동산 중개업’도 겸하고 있다.
서초지역에는 재력있는 고객들이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고객들을 상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중개업무를 곁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 바쁜 전문직종 종사자들은 의외로 자산관리에 무지한 경우가 많아, 자산을 대신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채 과장은 고객들 사이에 부동산 매매를 엮어주기도 하고, 땅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고객을 대신해 직접 알아봐 주기도 한다.
“안성에 공동묘지 근처 땅 20만평을 갖고 있는 의사 고객이 있었는데, 6억원 하던 땅값이 최근 2억원 밑으로 떨어졌어요. 그래서 장묘업자를 통해 알아본 뒤, 납골당을 하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죠.” 대출 서비스도 남다르다.
아파트 재건축이나 신축과 관련한 집단대출은 은행에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다.
서초중앙지점은 하반기에 근처에 있는 한 재건축 아파트와 관련해 대규모 집단대출을 일으킬 예정이다.
집단대출은 500억원에서 1천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많아, 그야말로 돈이 된다.
100억원짜리 한 건만 성사시키면 은행 본점에 주는 이자율을 빼고도 연 1~1.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대략 1억원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서초중앙지점은 섬유 수출업체와 초기 벤처기업들에 대한 대출도 많이 취급하고 있다.
벤처들은 역량을 키우면 주로 테헤란밸리쪽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류윤호 차장은 미리 인맥을 탄탄하게 쌓아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의 주거래은행 제도와 비슷한 관계를 맺어두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도 신용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터뷰| 한빛은행 서초중앙지점 현창호(48) 지점장 “고객 마음에 믿음 심기 위해 최선” 현창호(48) 지점장은 올해 2월에 부임한 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고객들에게 일대일로 달라붙고, 금리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서초중앙지점은 한빛은행 안에서 단박에 부러움을 받는 지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영업점 가운데 최하위권을 맴돌았다는데. =IMF 사태 이후 부실은행이라는 오명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거래처들도 내부감사에서 걸리니까 어쩔 수 없이 거래은행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점 가운데 꼴지를 하면서 고전했다. -서초중앙 지점만이 아니라 한빛은행 전체 영업점이 모두 부실 이미지 때문에 고전하지 않았나. =그래서 힘들었다. 우선 고객들이 한빛은행에 대해 갖고 있던 불안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힘썼다. 고객들은 점포폐쇄와 두차례에 걸친 감자 등으로 한빛은행 자체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은행의 자산규모 역시 104조원에서 74조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10.45%인데 어떻게 부실일 수 있느냐고 설득했고,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순히 이미지 개선만으로 한빛은행 영업점 평가에서 2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 이 지역에서는 고액을 거래하는 개인 고객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은행과 이자율 0.1%포인트를 놓고도 치열한 금리 싸움이 벌어진다. 예컨대 다른 은행이 예금금리를 5.5%를 주면 우리는 5.6%를 줬다. 또 떠난 고객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었고, 신규거래처도 꾸준히 발굴해 나갔다. -지점장으로 부임한지 이제 겨우 6개월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는가. =고객 밀착 마케팅이 먹혀들었다. 고객을 직접 만나 자산관리 요령을 알려주는 것 외에도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고객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변호사나 의사 등 VIP 고객이 많은 만큼 개인고객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투자 요령을 설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문직 고객을 집중 공략한 게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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