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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텔 인사이드 10년 무엇을 남겼나
[비즈니스] 인텔 인사이드 10년 무엇을 남겼나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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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인사이드 10년… 광고비 지원 미끼가 제조업체 족쇄로 굳어져
최근 삼성전자는 초박막 액정 표시장치(TFT-LCD)의 등록상표인 ‘와이즈뷰’(Wiseview)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인텔 인사이드와 함께 세계 정보기술(IT)을 대표하는 3대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트북 화면이나 액정 모니터, 액정 텔레비전 등에 와이즈뷰 로고를 부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와이즈뷰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 인사이드는 기업과 학자들로부터 세계적인 마케팅 성공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텔 인사이드가 기획돼 시행된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인텔은 1980년대 초반까지 램 같은 메모리 제품을 생산하다가 CPU(마이크로프로세서)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모토로라나 IBM,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밉스(MIPS) 같은 회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PC 안의 프로세서가 어디서 생산되는지 몰랐고, 결국 인텔의 존재도 관심 밖이었다.


인텔은 고심 끝에 91년부터 브랜드 강화전략을 수립하고,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이 전략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PC에 부착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사용자들은 ‘컴퓨터 CPU’ 하면 인텔을 떠올리게 됐고, 인텔은 세계 PC의 80% 이상에 인텔 마크를 붙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년 동안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 브랜드 홍보를 위해 쏟아부은 비용은 4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세계적 브랜딩 회사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올해 세계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인텔은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IBM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세계 PC 80% 이상에 마크 부착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은 성공작이다.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에 따라 PC 업체들은 전체 광고비의 최대 60%까지 비용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PC 업체는 광고비를 절약할 수 있었으며 고객에게는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얻었다.
현재 세계 1400여개 PC 제조업체가 이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뒤에 가려져 있는 ‘독소’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PC 제조업체들이 인텔 인사이드의 ‘중독성’에 이미 빠져들었고,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은 프로세서 업체들 사이의 공정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주범이 됐다.
인텔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경쟁업체를 궁지로 몰아넣고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렸다.
PC 공급업체는 광고비용 지원이라는 ‘당근’에 빠져 인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텔은 97년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PC 제조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조사를 받았고, 그뒤에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차례 고발됐다.
지난 4월에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영업행위 판정을 받아 벌금도 냈다.
다른 업체의 프로세서를 채택하지 않는 조건으로 CPU 단가를 낮춰주거나 로열티를 파격적으로 깎아줘 경쟁질서를 어지럽혔다는 혐의였다.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의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
어떤 업체가 어느 정도의 마케팅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지원의 대가로 PC 업체들이 받아들인 것은 인텔의 규제다.
인텔은 마케팅 방향뿐 아니라 PC 가격과 생산 부문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 PC 제조업체의 담당 직원들은 이 문제에 관한 인터뷰를 대부분 거절했다.
계약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는 조건 때문이다.
한 PC 제조업체 관계자는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그 많은 광고를 어떻게 내 돈만 주고 하겠는가”라고 말하면서, “이 프로그램이 중독성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결국 인텔 인사이트 마케팅 펀드는 PC 업체가 인텔의 엄격한 요구조건을 수용하도록 만드는 ‘미끼’ 역할을 한다.
제조업체들은 자금을 지원받기 전에 라이선스 협정을 맺는데, 여기에는 로고의 크기에서 색상,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규제하고 있다고 한다.
로고 크기·색상 등 엄격 규제 새로운 인텔 기반 PC를 발표할 때마다 제조업체는 이 지침을 따라야 하고, 인텔은 이를 충족시킨 업체를 통해 올린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되돌려준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원하는 현금으로 주지 않고 인텔이 관리하는 ‘시장개발펀드’(MDF)에 적립한다.
PC 업체들은 판매를 위한 방송, 인쇄, 웹 광고 활동에 MDF를 사용할 수 있다.
1년 안에 그 돈을 다 쓰지 않으면 권리는 소멸된다고 한다.
규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업체들은 매체에 상관없이 모든 광고물을 인텔에 미리 알려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제출된 광고 문안이 인텔 로고의 크기, 색상, 특징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웹 광고일 때는 인텔 웹사이트와 연결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인텔의 지침을 어기거나 인텔 로고를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는 위반을 했을 때 마케팅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도 한다.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PC 업체의 제품 전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비인텔 계열 칩을 사용하지 말라고 규정하진 않지만, 비인텔 칩을 채택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가 AMD 같은 비인텔 계열 칩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MDF 자금을 몰수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업체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더라도 절대 인텔 인사이드와 함께 광고할 수도 없다.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을 무기로 PC 제조업체에게 인텔 CPU의 채택을 종용하고 있는 인텔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사실 AMD 같은 회사는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다.
내셔널세미컨덕터(NS)가 사이릭스를 대만 업체에 매각한 것도 인텔의 높은 아성과 무관하지 않다.
대만은 개인용 PC에서 인텔 의존도가 낮은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인텔측은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독점 기업이 됐다는 주장을 일축한다.
인텔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은 합법적인 것이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업체가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PC 업체들이 고객의 요구 때문에 인텔 칩을 채택하고 있을 뿐 우리가 강요한 적이 없다.
사용자는 싼 가격보다 품질과 신뢰성에 더 큰 관심을 둔다.
모든 결정은 PC 제조업체 스스로 내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인텔 인사이드처럼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협력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은 산업계에 적지 않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공급업체가 수요처에 적용하는 규칙은 강제성을 띠게 된다”라며, “수요자가 많은 것 중에 하나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돈까지 지원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라고 말한다.
인텔 인사이드는 성공한 마케팅 기법이 분명하지만, 수요 업체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올가미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인텔 아웃사이드’ 성공할까 ‘인텔 아웃사이드’. PC 안의 CPU 시장을 평정한 인텔이 PC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인텔은 CPU와 각종 네트워크 장비에 이어 최근 MP3 플레이어를 선보였고, 디지털카메라, 무선키보드, 게임기, 심지어 디지털현미경까지 내놓았다. 하반기에는 e메일 전송기기와 무선인터넷 접속장비도 선보일 예정이다. 펜티엄Ⅲ를 발표할 때는 반도체 공정에서 입는 방진복을 입은 인형을 만들어 판 적도 있다. 인텔의 ‘외도’에 사람들은 입방아를 찧는다. 칩에 만족하지 못하고 문어발 경영을 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가라앉는 PC 시장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보가전 시장에 진출하는 건 당연하다는 옹호론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견은 “핵심 경쟁력이 분산되고 브랜드 파워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인텔은 소비자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속속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인텔이 정보가전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PC 시장 발전이 둔화하면서 칩 수요가 격감하자 이에 맞서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스트롱암 같은 자사 칩을 넣은 디지털 전자제품을 앞세운 ‘인텔 아웃사이드’ 전략으로 매출과 칩 수요를 동시에 늘리자는 심산이란 것이다. 멀티미디어 기능을 최대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펜티엄4의 컨셉과도 맞다고도 한다. 인텔 아웃사이드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에 업혀 CPU 시장을 독차지하는 ‘편안한’ 시장에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변화무쌍하고 이익률도 CPU보다 떨어지는 소비자시장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소니 같은 강자를 상대로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인텔은 “디지털 가전제품 개발은 PC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한다. MP3플레이어가 많이 팔리면 파일 다운로드 같은 PC가 하는 기능이 필요하고 결국 PC의 핵심인 CPU도 매출이 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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