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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중매문화 음지에서 양지로
[비지니스] 중매문화 음지에서 양지로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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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 업체, 중매문화 개도 선봉장 자처… 사업확장 적극 나서
사무실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다.
전화를 받은 주인공들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상담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바쁜 하루가 지나가면 주인공들은 회사를 나와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쿨>의 한장면이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직업은 결혼정보 회사의 커플 매니저와 웨딩 컨설턴트. 이런 직업에 TV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고’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불과 십여 년 사이에 결혼정보 업체들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결혼정보 시장의 규모는 500억~7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매년 2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짧은 시간에 이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한 산업은 그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음지에서 활동하는 마담뚜들은 이제 생존권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결혼시장은 외형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매출 대비 수익률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정보 사업은 기업 외부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게다가 원자재비가 거의 없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현금 유동성이 빠르고 시장의 급격한 변화도 없다.
한마디로 사업하기에 완벽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모든 기업이 혹독한 시련을 겪은 IMF 체제에서조차 ‘불황을 안 타는’ 업종으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런 결혼정보 업계는 성격상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야 옳다.
돈이 되는 장사를 마다할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정보 시장의 판도는 우리의 이런 예상을 간단히 뒤집어버린다.
듀오라는 한 기업이 멀찌감치 앞서 뛰쳐나가 있고, 다른 서너 업체들이 엇비슷하게 뒤쫓고 있는 싱거운 판세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듀오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52%나 될 정도로 막강하다.
‘선우’와 ‘에코러스’에 비해 늦은 1995년 2월에 사업을 시작한 듀오는 99년부터 업계 1위로 나서기 시작했다.
2000년에 총 매출액 7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억원의 총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
올해 10월 중으로 코스닥에도 상장할 예정이다.
매출 대비 수익률도 ‘빵빵’ 선우는 한때 듀오와 더불어 결혼정보 업계의 양대 업체로 불렸다.
결혼 성사율 1위라는 성과는 자랑할 만하지만, 현재는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많이 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듀오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상황이라면, 선우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선우의 이웅진 사장은 “양적인 규모 팽창보다는 기존 고객들에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오히려 후발주자인 닥스클럽의 상승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99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8천만원에 불과하던 닥스클럽의 매출액은 지난해엔 11억원으로 급증했다.
아직 점유율이 높지는 않지만 앞으로 충분히 기존 업체들을 위협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어리도 비교적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가장 먼저 출발한 에코러스도 조만간 부진에서 벗어나 반전을 꾀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에코러스 배인선 이사는 다부진 각오를 펼친다.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할 준비를 이미 마쳤습니다.
” 현재까지 결혼정보 업체는 매출액 90% 이상을 회원 가입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정보 회사들이 앞으로도 중매업만으로 이익을 추구하리라는 예상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결혼정보 업체에 가입하는 남녀 회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우리 사회에서 화이트 칼라와 중산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즉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집단이라는 말이다.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 즉 웨딩사업과 여행, 혼수품, 육아 등에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해가겠습니다.
” 듀오정보 이상호 홍보팀장은 이렇게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 진출도 결혼정보 업체가 눈을 돌릴 대상이다.
우리와 문화권이 비슷한 중국의 결혼정보 시장은 불모지에 가깝다.
중국은 앞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지 예측조차 힘든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일본의 경우는 연 2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와 결혼관이 달라 결혼정보 시스템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우리가 결혼정보에 대한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도전한다면 중국 시장 공략도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중국 진출에도 눈돌려 이러한 목표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상황은 일단 아니다.
오히려 결혼정보 업체의 현실은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결혼정보업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아직 싸늘하다는 점도 부담이고, 몇몇 업체가 섣불리 시도했던 결혼 관련 산업으로의 확장도 시기상조였다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한다.
일단 결혼정보 업체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야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그러한 과정에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소요됨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전의 결혼정보업은 ‘전화기 한대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창업하기가 그물 쳐서 고기 잡기보다 쉬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사정은 당시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즉 이전에 없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 고부가가치 사업이지만, 자리를 잡기 전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도 큰 약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작은 결혼정보 업체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고, 지금은 자금력을 갖춘 몇 기업만 살아남아 고군분투하며 시장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혼정보업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거부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혼정보 회사가 근본적으로 인간을 등급화하고 상품으로 본다는 인식 때문이다.
결혼문화를 선도해 나가지 못하고 기존 폐해를 그냥 답습한다는 냉철한 비판도 피해갈 수 없다.
결혼정보 회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신뢰성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결혼정보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고, 건전한 결혼문화를 선도할 여지보다는 기존 결혼문화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한 상태다.
하지만 결혼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돈방석에 앉을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이미 음성적인 중매시장을 밝은 곳으로 양성화시켜, 결혼이라는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린 성과는 인정돼야 한다.
점점 만남의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결혼정보업을 생각해야 할 때다.
결혼정보 회사들은 내부 역량을 키워, 앞으로 세계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이런 과제를 풀기 위한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승리의 여신은 결혼정보 업체들을 바라보며 이미 그윽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우린 마담뚜가 아니다”
결혼정보 업체는 인간을 상품화한다며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다.
음지에서 마담뚜들이 비밀스럽게 진행해오던 중매결혼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린 노력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중매문화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70~80년대 유명 호텔 커피숍에는 아줌마나 할머니 마담뚜들로 빈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만약 한건이라도 결혼이 성사되면 성혼사례비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귀족층 자녀들을 맺어주는 전문 마담뚜들의 수입은 일반인들이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결혼 뒤의 생활은 서구화를 지향하면서도 결혼에 내거는 조건은 조선시대 수준인 회원들의 잣대도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남이 하는 건 잘못되었고 자기가 하는 것에는 관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이중성’이 결혼시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결혼정보 업체는 이런 비난을 덤터기로 쓰는 현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결혼정보 업체의 설립목적은 이러한 비뚤어진 결혼문화를 건전한 방향으로 선도하는 것입니다.
” 결혼정보 업체 듀오의 김혜정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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