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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脈] 삼성 D램에 이름을 달아주자
[디지털脈] 삼성 D램에 이름을 달아주자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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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 붙은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마크는 사용자에게 ‘신뢰’의 표시로 통한다.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다.
멋진 디자인과 웬만큼 싼 가격만으로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는 제품이 아닌 이미지를 산다.
보기에 어딘가 이상하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날렵한 로고를 단 나이키 스니커즈는 날개돋힌 듯 팔린다.
브랜드의 힘이다.
‘삼성’은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세계 43위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D램 반도체, TV와 VCR, PC 모니터 같은 전자제품, TFT-LCD, 박세리가 쓴 모자의 커다란 로고, 애니콜 휴대전화…. 이런 것들이 모여 거대 파워를 만든 것같다.
그러나 삼성이 만드는 제품을 하나씩 떼어보면 유명한 브랜드가 없다.
휴대전화 ‘애니콜’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 이에 비해 코카콜라, 하이네켄 맥주, 맥도널드 햄버거, 질레트 면도기, 나이키 운동화, 굿이어 타이어, 스타벅스 커피, 로렉스 시계 등은 오로지 제품 하나로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제품 이름이 회사를 대표하는 것이다.
감자 칩 ‘프링글스’를 프록터앤갬블(P&G)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제품 브랜드의 힘이 기업 브랜드를 넘어선 사례들이다.
한국 기업들은 회사 이름을 알리는 데 급급해 제품 브랜드 알리기에는 소홀했다.
외국 사람이 삼성이란 회사는 알지만 삼성의 대표 제품을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다.
성공하는 제품 브랜드 전략이란 ‘딤채’나 ‘휘센’ 같은 브랜드가 만도공조나 LG전자보다 더 유명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OB맥주에 항상 치이던 조선맥주가 회사 이름은 감춘 채 ‘하이트’에 승부를 걸어 성공한 예도 있다.
P&G도 유명하지만 세계 최고의 비누는 ‘아이보리’라고 인정해주면 그만이다.
세계 시장에 알려진 삼성의 D램과 현대의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확실한 브랜드로 기억되지 못하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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