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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시트콤] 원형탈모증
[건강시트콤] 원형탈모증
  • 이우석(자유기고가)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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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는 나무가 없다
머리카락은 하나의 숲, 그것은 매혹적인 숲이다.
(G.바슐라르/ 꿈꿀 권리)

오전 11시. 기관총처럼 쏟아지는 햇살은 도아랑씨의 농밀한 늦잠을 끝내 산산조각내버리고 만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오늘은 4시까지 출근이라 한결 여유가 있다.
모처럼 쇼핑하러 갈까?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할까? 둘다 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빠듯하다.
한참 마음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던 도아랑씨는 미용실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자 속에 감춰진 비밀 스포르닷컴 개발팀. 한재능 팀장과 공태만씨가 넓은 회의탁자를 쓸쓸히 장식하고 있다.
4시30분인데도 아직 남궁용씨와 도아랑씨가 오지 않았다.
한 팀장의 양미간이 찌푸려지기 시작한다.
회의시간에 늦으면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응징을 하고야마는 한 팀장이다.
한 팀장에게 주로 포획되는 희생양은 공태만씨. 그러나 오늘은 웬일인지 일찌감치 출근해 석간 스포츠신문을 뒤적이는 모양새가 영 그답지 않다.
게다가 늘 범생(?)이었던 도아랑씨가 회의시간에 늦는 일은 ‘사건’이라고 할 만큼이례적인 일이었다.
‘뺀질이’ 남궁용씨는 그냥 제쳐두더라도 말이다.
사실 오늘 회의는 그동안의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정리해서 저녁에 허운동 실장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도 빠듯하다.
회의 아이템을 정리하고 있는 한 팀장의 얼굴은 살기가 등등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모자를 푹 눌러 쓴 도아랑씨와 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남궁용씨가 한 팀장의 날카로운 ‘안광(眼光) 레이저’ 공격을 받으며 등장한다.
“오늘 회의는 절대 늦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남궁용씨, 멋내는 것도 좋지만 홈페이지에 자료 업데이트도 아직 안 끝내놓고 정말 이럴 거야?” “도아랑씨, 어제 일일보고서 왜 안 썼어? 그리고 실내에서 모자가 뭐야!” 순간 남궁용씨 얼굴에 장난기 어린 웃음이 인다.
“남궁용씨, 절대로 이야기하면 안돼! 알았지?” 도아랑씨는 거의 울상이다.
“글쎄요. 요즘 제가 몸이 좀 허해져서 말이죠.” 남궁용씨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과장된 몸짓으로 짐짓 여유를 부리고 있다.
도아랑씨는 속으로 배알이 뒤틀리면서도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뭐 먹고 싶은데… 응?” “요앞에 풍천 장어 잘하는 집이 생겼다던데….” 그때 마침 허운동 실장이 휴게실에 들어온다.
“어,거기 두사람 뭐하는 거야? 둘이 사귀나?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그래!” 허운동 실장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농지거리를 건넨다.
“도아랑씨, 모자 쓰니까 예쁘네. 오늘 머리 안 감았나 보구나?” 남궁용씨는 이때다 싶어 한몫 거든다.
“앞으로 자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실장님.” 도아랑씨는 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남궁용씨에게 눈을 흘긴다.
“이거, 큰일이네. 자고 일어나면 한움큼씩 빠지니.” 공태만씨는 손거울로 연신 머리 구석구석을 비춰보는데 그 모습이 꽤나 심각하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가? 장가도 가기 전에 이러면 곤란한데. 이게 다 한 팀장 때문이야. 그 등쌀에 머리카락이라고 제대로 남아나겠어?” 남궁용씨도 맞장구를 친다.
“맞아요. 요즘은 남녀구분 없이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자네도 염색 자주 하지 마. 빠지는 건 순간이라구.” 도아랑씨는 애써 둘의 대화를 외면한 채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실장에게 보고하러 간 한 팀장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500원짜리’만한 땜통의 슬픔 압구정동 ‘가위발’ 헤어숍.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머리하러 오는 손님이 의외로 많았다.
도아랑씨는 잡지를 뒤적이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선배님. 머리하러 오셨어요?” 남궁용씨였다.
“저도 여기 단골인데. 염색이나 좀 하려구요. 잘됐다.
있다가 같이 들어가면 되겠네요.” “언니, 바쁜가 봐. 요즘 왜 이렇게 뜸해요?” 미용사가 도아랑씨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머리칼을 뒤적인다.
“커트하고 파마하실 거죠?” 그때, 갑자기 미용사 눈이 휑뎅그렁하게 커진다.
“언니! 어머, 세상에… 머리에 땜통 났어요.” “예?” 물기에 젖어 있는 왼쪽 머리칼 옆에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전문가 진단>
‘원형탈모증’ 최대의 적, ‘스트레스’
머리털은 우리 몸 중에서 자유자재로 가공이 가능한 부위다.
헤어스타일은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외모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을 것 같다.
특히 요즘에는 탈모 증세가 ‘연륜’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20대 탈모증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도아랑씨처럼 여성이라면 더욱 난처할 것이다.
탈모증은 인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골칫거리다.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나온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4000년경 파라오 ‘차타’가 탈모증에 걸려서 그의 어머니가 치료제를 제조해줬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또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시저)가 머리가 빠지는 것을 안타까워 한 클레오파트라가 불에 태운 생쥐, 사슴의 골수, 곰의 기름 등으로 발모제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있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즉, 두피의 성모(成毛)가 빠지는 것을 말한다.
다른 부위에도 탈모가 생길 수 있으나 드물고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도아랑씨는 아마도 원형탈모증인 것으로 보인다.
원인은 분명치 않으며 국소감염, 정신적 스트레스, 유전적 소인 등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보통 자각증상없이 다양한 크기의 원형 내지 타원형의 탈모반이 생긴다.
주로 두발에 나타나며 드물게는 수염, 눈썹이나 속눈썹에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병소가 확대 또는 융합하여 큰 탈모반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다행히 도아랑씨는 그리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
원형탈모증은 치료약이 대부분 효과가 좋은 편이고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야구선수 이종범도 2군에서 마음고생이 심할 때 탈모증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었다.
맹활약하고 있는 지금은 말끔히 좋아졌다고 한다.
보통 ‘트리암시놀론 국소 주사’나 ‘DPCP 국소 도포’, ‘미녹시딜 물약’ 등으로 치료한다.
그런데 만약 여성에게서 앞이마와 속의 머리가 빠지는 남성형 탈모증이 나타난다면 주의해야 한다.
내분비기관, 즉 부신이나 난소의 비정상적인 호르몬 과다분비나 남성호르몬 작용이 있는 약물을 복용한 것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빈혈, 갑상선기능 결핍증, 전신쇠약 등으로 탈모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탈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나 유해한 환경, 음식물 섭취 등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자극성 있는 음식(산성식품, 동물성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이나 담배, 편식 등은 모발에 나쁜 영향을 주므로 피해야 한다.
콩 등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과 요오드 같은 소량의 미네랄 영양소가 들어 있는 음식도 머리카락 유지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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