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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무선인터넷 세상엔 '폰피족'이 쑥쑥
[문화] 무선인터넷 세상엔 '폰피족'이 쑥쑥
  • 오철우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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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니 무선공간 ‘폰페이지’ 인기 상한가…M세대 새로운 문화풍속도로 급부상중
이성복(27·회사원)씨는 휴대전화 안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 ‘M세대’(모바일세대)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듯이 무선인터넷 공간에 이른바 ‘폰페이지’(줄여 ‘폰피’)를 만들어 여자 친구와 함께한 시간의 기억을 빼곡히 기록해두고 있다.
가끔씩 휴대전화로 접속해 폰피 게시판에 서로 소식과 느낌을 담으면서 둘만의 사랑을 키워간다.


“처음 폰페이지를 만들자 여자 친구가 보고 무척 좋아라 했죠. 홈페이지와 달리 언제든 접속해 글을 올릴 수 있으니 폰페이지는 우리만의 커뮤니티 공간이랄 수 있겠죠. 길거리를 걷다가도 어디서든 접속해 볼 수 있으니 주위 친구들도 무척 부러워해요.” 지난 5월 문을 연 이씨의 폰페이지는 무선인터넷 커뮤니티 엠티즌 www.mtizn.com의 베스트 폰페이지로 뽑히는 등 폰피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M세대 상징 폰페이지 시대 열리나 이씨뿐만 아니다.
최근 알게 모르게 자기만의 무선공간인 폰페이지를 여는 사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아직은 소리, 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초기 인터넷 홈페이지처럼 문자들로 가득 채워져 썰렁함을 주기도 하지만 폰페이지는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M세대의 새로운 무선문화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벌써 수만명이 폰페이지를 열었다.
지난 봄부터 폰페이지 서비스를 시작한 엠티즌과 나우누리 모티즌 www.motizen.com에 이어, 엠플 mple.co.kr, LG이지아이 www.ez-i.co.kr, 룰루닷컴 www.rullu.com 등 여러 무선인터넷 기업들이 새롭게 폰페이지 서비스에 나서는 등 관련 사이트들도 날로 확산 추세를 타고 있다.
폰페이지를 비롯해 무선인터넷 사이트만을 검색해주는 검색 사이트 왑114 www.wap114.net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 푹빠진 N세대가 휴대전화의 새로운 M세대로 옮아가고 있는 흐름으로 볼 수 있죠.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채팅과 함께 폰페이지는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들에게 가장 첨단을 사는 M문화의 상징으로 통하는 분위기예요. 따로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폰페이지 개설자가 날마다 늘고 있죠.” 엠티즌의 주상미(27) 대리의 말이다.
가장 많은 자료를 올릴 수 있는 엠티즌 무선인터넷 사이트엔 캐릭터 전송 서비스, 채팅 서비스 등과 함께 폰페이지가 유행이다.
벌써 3천여개의 폰페이지가 만들어져 컴퓨터, 영화, 음악, 영화 등 폰피족의 관심사에 따라 분류 검색되고 있다.
다른 폰페이지와 달리 게시판 기능을 지원해 누구라도 아무곳에서든 무선으로 접속해 글을 남기고 읽을 수 있다.
“첨단문화에 먼저 동참” 분위기 타고 확산 나우누리 모티즌엔 일찌감치 8천여명의 폰피족이 입주해 가장 북적댄다.
많은 문자가 기록되지 않고 간단한 자기소개에 그쳐 자유로운 폰페이지 구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10대, 20대들이 문자채팅 친구를 찾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한 여성 사용자는 “폰페이지를 개설한 뒤 여러 곳에서 문자채팅 연락이 쏟아져 폰페이지의 위력을 실감했다”며 “일부는 원치 않는 채팅을 계속 졸라대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 폰페이지는 초기화면에 100개 글자까지만 적을 수 있는 등 제약 때문에 극도로 압축된 글이 주는 색다른 재미가 펼쳐진다.
모티즌운영자 이대범(27)씨는 “연인 사이, 연인을 찾는 사람, 직장을 찾는 사람들이 무선공간에 자신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주로 이용하고 있다”며 “수시로 자신의 느낌을 바꿔적는 등 자료를 자주 올리는 사용자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귀뜸한다.
사실 폰페이지는 동영상과 사진, 소리 등 멀티미디어를 갖춘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형편이다.
통신비용도 전화통화료와 엇비슷하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데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작은 휴대전화 단말기로 폰페이지를 검색하고 관리하는 것도 쉽잖은 일이다.
그런데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을 중심으로 폰페이지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베스트 사용자로 뽑히기도 했던 엠티즌의 노상열(26, 웹디자이너)씨는 “무엇보다 지금은 첨단문화에 남보다 먼저 동참할 수 있다는 호기심 때문에 폰페이지 만들기에 열중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때문인지 아직은 상당수 폰페이지들이 이름만 있고 내용은 부실한 실정이다.
지난 7월 문을 연 노씨의 폰페이지 게시판엔 방문자의 글이 거의 없다.
아직은 인터넷폰 사용자 250만~300만명 가운데 폰페이지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폰페이지 제작언어가 WML, HDML, MHTML 등으로 제각기 다른 사정 탓이다.
최근엔 룰루닷컴처럼 어떤 단말기에서도 볼 수 있도록 무선인터넷 사이트를 제작하는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미니인터넷, 앞으론 스마트인터넷 관련업계는 폰페이지가 앞으로 무선인터넷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무선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엠티즌의 주상미 대리는 “지금은 다양한 그래픽과 동영상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고 있지만 기술이 보완되고 속도가 향상되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기능이 인터넷폰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정관리는 물론, 전자편지 주고받기, 기본업무 처리, 사진파일 올리기, 동호회 모임 등 인터넷의 웬만한 기능이 손바닥 안의 세상에서도 실현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꼬마인터넷의 폰페이지는 지금의 홈페이지에 다양한 커뮤니티가 꾸려지듯이 제각기 개성 있는 M세대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무선공간으로 자라나고 있다.
무선인터넷 검색 사이트 왑114의 관계자는 “일본의 아이모드가 성공한 데엔 일반사용자들의 폰페이지 제작, 캐릭터 전송 등의 힘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머지않아 자신의 폰페이지를 이용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사용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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