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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굳패밀리
[재미] 굳패밀리
  • 오철우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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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곁에 있기에 나는 웃네”
“오마니!”
50년간 갈라져 살아온 이산가족의 아픔과 상봉의 감격이 외마디 외침에 복받쳐 터져나온다.
그 감동을 누가 말로 다할 수 있으랴. ‘가족!’ 그 가족이 2000년 8월 한국 사회의 테마다.


‘얼굴 한번 보았으면’ 하던 평생의 소원을 극적인 만남으로 푼 이산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치로 다가온다.
가족의 의미가 새삼스런 요즘, 잔잔하게 가족 사랑을 일궈가는 사이트 ‘굿패밀리’ www.goodfamily.net가 인터넷에 문을 열었다.
“먼저 우리 가족을 소개할게요. 제가 제일 사랑하고 항상 든든한 모습에 잘생긴 우리 아빠, 그리고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엄마! 그리고요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런 우리 동생 상미와, 재미있게 놀아도 주시고 맛있는 과자도 사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살고 있답니다….” 초등학생 4년생의 가족 자랑에서 행복이란 말을 떠올린다.
흐뭇함이 자리잡는다.
가족신문 만들며 키우는 정 이곳에선 가족 단위로 회원에 가입해 가족신문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얘기들이 화젯거리다.
백일을 갓 넘긴 갓난아이 현이의 눈으로 세상얘기를 쓰는 현이엄마의 글은 요즘 이곳에서 가장 인기다.
“약속했던 저녁시간이 다가옵니다.
현이의 성대한 백일잔치. …아랫집, 윗집 아줌마 아저씨들 ‘아이구 고놈 차~암 잘생겼네’ 하지만 맨날 듣는 그 소리, 이젠 현이도 지겹답니다.
…열심히 식사들 하시네요. 조금만 기다리면 현이를 위한 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지겠지. 술도 한잔씩 하시네요. 30분이 지나고 두시간, 세시간…. 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 갑자기 슬픔이 몰려와 울어버렸지요. 현이의 백일잔치에 현이가 먹은 음식이라고는 단 한가지, 엄마 젖뿐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정말 이러실 겁니까.” 현이엄마의 얘기는 시간을 거슬러 현이의 태교일기까지 선보이며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마다 되풀이되는 에피소드는 가족을 잇는 추억의 끈이 되기도 한다.
결혼생활 9년째 자신의 청혼 프로포즈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남편의 얘기 한토막. “그날은 결혼 얘기를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그녀를 만났다.
…호기좋게 손을 끌어 포장마차에 들어서, 소주 두어잔을 마시고 본론으로 막 들어가려는데… 포장마차에서 그녀의 회사 동료들과 만나 소줏잔을 주거니 받거니… 소주 세잔이면 필름이 끊기는 나는 다음날 깨어서도 그날 일을 도무지 기억할 수 없었다.
퇴근 무렵 그녀의 전화 ‘오빠, 좋아. 오빠 부모님께 언제 인사드리면 되지?’ 순식간에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아내에게 도대체 내가 뭐라 했길래 결혼한다고 했는지 묻곤 하지만 아내는 묘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 공개게시판과 가족신문엔 아빠가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 부부가 서로에게 보내는 글, 아빠·엄마 자랑에 즐거운 아이들의 글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저마다 붙인 가족들 이름도 아기자기하다.
‘금요일가족’ ‘아름다움을 아는 가족’ ‘노을을 사랑하는 가족’ 등등. 닭살 신혼부부의 ‘우리 부부가 사는 법’부터 ‘하하하 아빠방’ ‘가족사랑방’ ‘가족에게 쓰는 편지’ ‘행복통신’ 등에선 잔잔한 재미가 묻어나는 읽을거리들이 많다.
특히나 아버지·어머니와 함께 해온 지난 날의 추억담은 언제나 감동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굳패밀리의 김일현(38) 대표는 “가족신문을 만들고부터 남편이 일찍 퇴근해 고맙다는 한 주부의 감사말을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삭막한 인터넷 세상에 언제든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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